▲숙지원의 여름지난 여름 잔디를 깎을때의 장면이다.
홍광석
인터넷을 검색하니, 한자 이름은 모르겠으나 몇 군데 지명이나 고시원 이름, 상호 등이 있어도 특별히 흔한 이름은 아니었고, 특히 청와대에 있는 예쁜 정원이름이 숙지원이라고 했던 점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내의 뜨락'이라는 의미를 담고, 그러면서 편안한 정원의 기원을 담았다는 숙지원(淑芝園)을 아내에게 설명했더니 "내세울 것도 없고, 땀이나 흘리는 텃밭에 이름이 꼭 필요한 것이냐?"고 반문하면서도 공감해주었다. 아마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했던 내 정성을 봐서 동의해준 것으로 본다.
그렇게 이름을 정하고 보니 답은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데 먼 길을 돌았다는 생각이 든다. 알지도 못하는 경전을 뒤적이고 옛 시구절에 얽매였던 일이 우습기도 하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살아온 세월도 먼 곳 만을 쫓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제 어렵고 힘든 세월을 말없이 지켜봐준 아내의 정원, 숙지원(淑芝園)에서 지난 세월의 절망을 다독이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