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에게 길고 긴 흉터를 남긴 지충호라는 사람의 그 날카로운 칼보다 더 피를 철철 흐르게 한 것은 바로 열린우리당 염홍철 대전시장 후보입니다."
2006년 5월 29일. 5·3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자리는 얼마 전 얼굴에 테러를 당해 입원했던 박근혜 대표가 박성효 한나라당 대전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달려온 유세현장으로, 5000여 명의 시민들이 박 대표를 보기 위해 운집했다.
'꼭 당선시켜 달라'는 박 대표의 강한 호소에 이어 박 대표를 그림자처럼 보좌(?) 하던 전여옥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전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열린우리당 대전시장 후보로 나선 염홍철 후보에게 험한 말로 폭격을 가했다.
"염 후보는 '이것만 해주면, 저것만 해주면 탈당하지 않겠다'며 졸랐고, 박 대표는 온갖 수모와 모욕을 겪으면서도 행정도시법을 통과시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염 후보는 행정도시법이 통과된 지 1주일도 안 돼 힘없고 약한 한나라당을 짓밟고 떠났습니다. (중략) 약속을 지키는 한나라당을 지지해 주십시오."
2009년 11월 10일. <조선일보> 1면에는 '세종시 수정 논란'과 관련한 기사가 '與 세종시 內戰'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이 기사에서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과거 일들은 솔직히 모두 표 때문이었다"고 말했고, 세종시법 통과 당시 박근혜 전 대표 지도부의 대변인을 했던 전여옥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005년 당시 (충청표가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에 '세종시에 일단 합의하고 정권을 잡으면 되돌리자'는 선택을 했었다"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에게 테러범보다도 못한 사람으로 몰렸던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이 기사를 읽고 '분개'한 것은 당연한 일.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2005년 한나라당이 충청인들의 표를 의식해 마지못해 행정도시법을 통과시켜주었다는 사실이 전여옥 의원 등의 발언에 의해 드러났다"며 "대전·충청인을 속인 한나라당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이 지난 4년여간 은폐하고 있던 세종시 왜곡·변질의도가 당시 당 대변인을 맡았던 사람의 폭로로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지난 2005년 당시 이 같은 한나라당의 이중적 행태를 인지하고 탈당했던 저 염홍철에 대한 갖은 욕설과 비방을 서슴지 않았는데 이는 진실을 호도하기 위한 정략적 공세였음이 밝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나라당은 세종시 건설과 관련된 모든 실체적 진실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500만 대전·충청인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이제라도 한나라당이 역사적 과오를 조금이나마 씻는 길은 오로지 '세종시 원안추진' 뿐"이라고 밝혔다.
염 전 시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그 당시 한나라당 사람들이 '왜 행정도시법 통과시켜줬는데 탈당하느냐'고 얼마나 공격했는지 모른다, 특히 '배신자'라며 공격하던 대표적인 사람이 '전여옥'의원"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야 그 실체를 고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과 전여옥 의원은 표를 의식해 거짓으로 약속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고, 특히, 그들의 이중적 태도를 감지해 탈당한 저 염홍철을 '배신자'로 공격했던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9.11.10 16:53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공유하기
염홍철 "나를 '배신자'로 공격한 전여옥, 사과하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