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탈퇴'에 조직적 개입"

농림수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부에 '투표자 수' 파악 지시

등록 2009.11.11 19:22수정 2009.11.1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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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운영지원과가 지난 10일 전국 각 지원 운영지원과에 보낸 투표자수 파악 보고 요청 이메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운영지원과가 지난 10일 전국 각 지원 운영지원과에 보낸 투표자수 파악 보고 요청 이메일. ⓒ 통합공무원노동조합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운영지원과가 지난 10일 전국 각 지원 운영지원과에 보낸 투표자수 파악 보고 요청 이메일. ⓒ 통합공무원노동조합

정부가 지난 10일 시작된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통합공무원노조) 산하 중앙부처 지부들의 민주노총 탈퇴 재투표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가 발견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통합공무원노조는 "재투표를 결정한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통계청 등 4개 지부는 지난 9월 있었던 민주노총 가입 찬반투표에서 65~70%의 찬성률이 나온 곳"이라며 2개월도 채 안 돼 이들 지부가 민주노총 가입 문제를 놓고 재투표에 돌입한 데 대한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날 통합공무원노조의 공개로 드러난 '외압'의 증거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운영지원과에서 노조 지부에 보낸 이메일. 공무원노조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부는 이날을 기점으로 민주노총 탈퇴 재투표에 들어갔다. (환경부 지부는 지난 10일, 농림수산식품부 지부는 이날부터 투표에 들어갔다, 통계청 지부는 오는 14일 투표에 돌입한다.) 

 

이메일에 따르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운영지원과 조아무개씨는 지난 10일 전국 각 지원 운영과에 "본부에서 투표자수 현황을 파악하여 제출하라는 연락이 있어 알려드린다"며 "투표자수를 매일 9시, 13시, 19시 별로 누계치를 내서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통합공무원노조는 이에 대해 "조합원 투표 현황 파악은 곧 공무원노조와 민주노총 탈퇴 압력이자 명백한 노조활동 지배개입 행위"라며 "아무리 공직사회에 상명하복이 엄격하다 해도, 장관이 직접 지시해서 노조활동의 자주적 활동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통합공무원노조 이상원 대변인은 특히,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부는 지난 9월 22일~23일 진행된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 관련 투표 때 70%가 넘는 찬성률을 보인 곳"이라며 "노조에서는 이 두 지부에서 이번 민주노총 탈퇴 투표가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정족수 부결로 투표가 무산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정부의 투표 참여 독려 및 상황 파악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투표자 수를 확인 보고하라는 지침만으로도 조합원들에게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지난 9월 (정부가) 국가정보원과 경찰을 동원해 간부들을 사찰하더니 이번에는 중앙부처 각 기관장과 부처에 유·무형의 압박을 넣으며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며 "이번에 입수한 이메일을 제외하고도 문건이 아닌 구두(口頭)로 이뤄지는 노조활동 지배개입 행위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노조에서 이런 사례를 수집해 중앙부처 산하 4개 기관의 투표가 정리되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설사 이 정부의 임기 내 지배개입행위가 인정 안 되더라도 역사 앞에서 반드시 이것은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공무원노조는 이날 이와 관련해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동조합 등 3개 공무원노조가 지난 9월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짓자,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신고를 취소시키고 공무원보수규정 및 복무규정을 개정하는 등 '압박'을 넣어왔다.

 

특히 지난 10월 22일 행정안전부는 공무원노조 행사 때 민중의례를 금지시키고, 지난 5일 각 지자체에 근무시간 내 노조활동 단속 등을 요청하는 등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09.11.11 19:22ⓒ 2009 OhmyNews
#통합공무원노조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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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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