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공무원 7명, 난생 처음 바다 속에 뛰어들다

스쿠버 동호인을 이해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 공무원 양수인씨

등록 2009.11.17 18:05수정 2009.11.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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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스쿠버 경험을 한 직후의 양수인씨.
첫 스쿠버 경험을 한 직후의 양수인씨.이돈삼
"처음부터 바다 속까지 들어가 볼 생각은 없었어요. 자료조사나 해볼 요량으로 가볍게 시작했죠. 그런데 '한번쯤 직접 물 속에 들어가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데 이심전심으로 통했어요. 여자들 일곱 명이 스킨스쿠버를 경험하게 된 이윱니다."


공무원 양수인(전남보건환경연구원 대기보전과장)씨의 얘기다.

양씨는 지난 6월 동료 여성공무원들과 함께 여수 거문도 앞바다까지 가서 난생 처음으로 스킨스쿠버를 해봤다. 전남으로 스쿠버 동호인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직접 해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양씨가 스쿠버를 하게 된 건 공무원연구모임을 통해서다. 지난해 말 우연한 기회에 스킨스쿠버의 실상을 접한 그녀는 '스킨스쿠버 동호인들을 전남에 많이 유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쿠버 동호인이 전국적으로 100만 명에 이르고, 오는 2012년엔 여수에서 세계해양엑스포도 열릴 예정이어서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정부에서도 해양관광 활성화 계획을 내놓은 직후였다.

양씨는 연구원 동료들을 설득, 공무원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그녀의 얘기에 적극 호응하면서 동참한 공무원은 안양준, 신미영, 오은하, 박송인, 김미숙, 김은경씨 등.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들이었다. 양씨를 팀장으로 한 연구모임 이름도 '해양관광 개발은 해상에서 해저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로 '언더더씨(Under the Sea)'로 정했다.


막상 연구모임을 만들긴 했지만 미지의 세계였던 스쿠버가 막연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팀원들은 분야별로 나눠 실태조사에 나섰다. 전국의 동호인 현황을 파악하고 설문조사를 위해 '2009서울 국제스포츠레저 산업전'에도 찾아갔다. 전남연안과 다른 지역 스쿠버장의 실태를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양수인 씨가 거문도 다이브 샵에 직접 찾아가 스쿠버의 실상을 직접 보고 듣고 있다.
양수인 씨가 거문도 다이브 샵에 직접 찾아가 스쿠버의 실상을 직접 보고 듣고 있다.이돈삼

조사 결과 전남의 수려한 수중경관과 풍부한 어족자원은 스쿠버를 하는데 큰 강점임을 확인했다. 동호인들은 거문도나 홍도 같은 전남 먼바다의 수중 경관이 동해안보다 더 좋다고 했다. 수온이 높고 수중시야도 좋을 뿐 아니라 아열대성 연산호 군락이 형성돼 있는 등 생물종도 다양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어민들의 스쿠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걸림돌이었다.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고 편의시설을 보강한다면 전남의 비교우위 자원인 바다로 국내외의 스쿠버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얻었다.

"많은 스쿠버를 유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죠. 입수의 필요성이 제기된 게 이땝니다. 우리가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전남의 바다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죠. 자연스럽게 입수해 보기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이렇게 해서 다이브샵에 등록을 하고 사비를 들여 스쿠버 기본교육을 받기 시작한 게 지난 5월. 수영에 큰 취미가 없었던 데다 모두 기혼자들이어서 쉽지만은 않았지만, 아무도 이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광주에 있는 다이빙풀장에서 이론교육과 훈련을 받고 거문도 앞바다로 해양실습을 나간 게 지난 6월14일. 난생 처음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20㎏이나 되는 산소통을 짊어지고 납덩어리까지 허리에 차고 들어가는 것이어서 힘들었다. 솔직히 두려움도 있었다.

 '인어공주'가 된 공무원들. 맨 왼쪽이 팀장을 맡은 양수인 씨다. 그 옆으로 안양준, 김은경, 심미영 씨의 모습이다.
'인어공주'가 된 공무원들. 맨 왼쪽이 팀장을 맡은 양수인 씨다. 그 옆으로 안양준, 김은경, 심미영 씨의 모습이다.이돈삼

그러나 바닷속에 들어간 순간 두려움도, 힘듦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신비한 바닷속 세계가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나중엔 오히려 바닷속이 더 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건 마력이었어요. 처음엔 솔직히 두려움도 있었는데, 한번 들어갔다 나오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런 기분에 스쿠버를 하는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들 또 들어가고 싶어 해요."

이들이 '인어공주'가 돼 보고 느낀 건, 스쿠버가 앞으로 레저스포츠로 인기를 얻을 것이란 확신이었다. 편의시설만 보강한다면 더 많은 스쿠버 동호인을 전남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었다. 해초밭이나 난파선 등을 활용해 다양하고 특색 있는 스쿠버장을 조성하면 더 좋겠다는 묘책도 찾았다.

대상지는 거문도나 흑산도, 홍도, 청산도, 여서도 등 전남의 먼바다. 체험마을 운영에 따른 자본투자가 필요하지만 금세 조성사업비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낼 것이란 손익계산도 내놓았다.

"말로 백번 듣는 것보다, 내가 직접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니 알겠더라구요.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 같다"는 양씨는 "어업인들의 소득을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양하고 특색 있는 스쿠버 체험마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수인 씨 등 팀원들이 전남도의 '2009공무원 연구모임 과제발표회'에서 스킨스쿠버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양수인 씨 등 팀원들이 전남도의 '2009공무원 연구모임 과제발표회'에서 스킨스쿠버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이돈삼

 양수인 씨 등 팀원들이 지난 6월 여수 거문도에서 첫 스쿠버 경험을 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양수인 씨 등 팀원들이 지난 6월 여수 거문도에서 첫 스쿠버 경험을 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이돈삼

덧붙이는 글 |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 현지답사 등을 통해 스쿠버 활성화 방안을 찾아낸 이들의 연구결과는 최근 전라남도의 ‘2009공무원연구모임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돼 전남도지사 표창을 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 현지답사 등을 통해 스쿠버 활성화 방안을 찾아낸 이들의 연구결과는 최근 전라남도의 ‘2009공무원연구모임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돼 전남도지사 표창을 받았습니다.
#양수인 #전남보건환경연구원 #스킨스쿠버 #공무원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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