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새끼줄에 매 달려 있는 곶감
전희식
제가 했냐구요? 아닙니다. 모두 다 어머니가 하신 것입니다. 저는 발판을 놓고 올라 가 처마에 건 일 밖에 없습니다. 제가 추수 하느라 바빠서 감 깎을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불쑥 한 마디 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이리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어머니가 "서리가 곧 올 텐데 감을 서리 맞히면 곶감 못 깡는 기라. 감 장대 각꼬 감부터 따라"고 하신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곧 심상치 않은 말씀이라는 걸 알아챘습니다. 어머니가 제 철을 바로 알고 말씀하시기는 먼 옛날 얘기거든요.
한 여름에 오돌개(오디의 경상도 지방어) 따러 가자시든지 겨울에 두릅 꺾으러 가자고 떼를 쓰시는 일이 흔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정확하게 감 딸 때를 아시고 하신 말씀이다 보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50리 길 고향으로 가서 감을 따 왔습니다. 고향 집 감나무는 늙고 부실해서 몇 개 못 따고 외사촌 네서 감을 한 상자 얻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