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달 전에 "두바이 위기 과장됐다"던 <조선>, 지금은...?

'두바이를 위한 변명' 이어 '조선일보를 위한 변명' 쓸 용의 없나

등록 2009.11.29 12:03수정 2009.11.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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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조선일보는 '신문'(新聞)이 아니라 차라리 '구문'(舊聞)입니다. 새것(newspaper)을 마주하는 경우보다 옛것(oldspaper)을 대할 때가 훨씬 많은 까닭입니다. 

조선일보가 자랑하는 논리 일관성과 공정성의 화장빨을 한 꺼풀 벗겨 그 속에서 헐떡이는 추악한 쌩얼의 실체를 추적, 고발하자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기사는 지난 3월 11일에 쓰여진 <두바이를 위한 변명>이란 글입니다. 차학봉 산업부 차장대우가 '조선데스크'에 올린 칼럼인데, 읽을 때마다 얼굴이 뜨뜻해지는 것이 여간 흥미롭지가 않습니다. 

내용을 소개하기 전에, 이 글이 조선일보 지면에 등장하게 된 사정부터 설명드려야 겠군요. 먼저 칼럼 맨밑에 차 씨가 사족으로 달아 놓은 글부터 보시죠. 괄호 안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이 두바이 몰락론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가 한국경제에 대한 영국 언론의 독설에 어이 없어하듯 두바이도 억울해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금세 아시겠지요? 이 글이 '두바이 몰락론'이 속출할 때 올라왔고,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얻어맞고 있는 두바이를 막아주기 위해 쓰여졌다는 거 말에요. 그리고 이런 변명의 글을 써서 올릴 정도로 두바이에 대한 조선일보의 애정과 믿음이 대단하다는 사실 또한.

조선일보가 왜 이렇게 두바이를 감싸고 도는지는 굳이 그 이유를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테니 설명을 약(略)하겠습니다. 두바이 신화를 부풀려 한국의 성공모델로 치켜 세우고 틈만 나면 '벤치마킹' 하자고 떠벌린 이명박 대통령의 놀라운 혜안(?)에 대해서도 말을 보탤 마음이 없습니다. 

각설하고, 차 씨가 쓴 <두바이를 위한 변명>은 사족에서 언급한 '두바이의 억울함'을 소개하는 말로 시작합니다. "지난 2월 영국의 한 언론이 두바이를 도망치듯 빠져나간 외국인들이 공항 주차장에 버리고 간 차량이 3000대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전 세계 언론이 경쟁적으로 '두바이 몰락론'을 쏟아내고 있다..." 운운. 

그러나 차 씨는 다음 글에서 "어렵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고 잘라 말합니다. "공항주차장을 실제 조사했지만 버려진 차량은 지난 1년간 11대에 불과"했고, "2~3월에만 럭비월드컵·두바이테니스챔피언십·국제시인축제·사막록페스티벌·국제광고축제 등 전 세계 어떤 도시보다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고 활기"가 넘치고 있다는 겁니다.


이어, 두바이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란 것도 사상 최악이라는 작금의 경제위기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럼에도 유독 '두바이 때리기'가 유행인 것은 부동산 개발사업 탓인데 그러나 부동산 개발은 두바이 전체 경제의 1/5밖에 안되고, 중동의 물류.유통의 허브로 자리잡은 두바이의 금융경쟁력이 상하이와 서울보다 높다는 점 등을 들어 두바이의 위기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변론합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차 씨는 "두바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조작된 신화가 아니다"고 다시금 강조하면서, "한국이 외환위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섰듯, 두바이도 이번 위기를 내실 있는 발전의 계기로 삼아 도약할 것이다"는 희망 섞인 말로 두바이를 위한 변명을 매조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 섞인 덕담에도 불구하고 두바이는 날개없는 새마냥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고, 그로부터 9달 뒤인 11월 25일 마침내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는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두바이의 금융위기가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며 <두바이를 위한 변명>까지 작성한 조선일보의 공신력과 체면 또한 덩달아 추락한 것은 물론입니다.

 

a  2009년 11월 27일자 조선일보 1면

2009년 11월 27일자 조선일보 1면 ⓒ 조선일보

2009년 11월 27일자 조선일보 1면 ⓒ 조선일보

a  2009년 11월 27일자 조선일보 8면 관련 기사

2009년 11월 27일자 조선일보 8면 관련 기사 ⓒ 조선일보

2009년 11월 27일자 조선일보 8면 관련 기사 ⓒ 조선일보

 

2009년 11월 27일, 조선일보는 1면에 "국영기업 '두바이 월드' 590억달러 채무 불이행 선언" 소식을 전하면서 <'신기루'였나 두바이 쇼크>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그동안 '신기루'에 혹해서 헛소리를 지껄였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나 마찬가지.

그럴진대 이제는 <조선일보를 위한 변명>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국제적 망신을 면하려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2009.11.29 12:03ⓒ 2009 OhmyNews
#두바이 몰락 #'두바이를 위한 변명' #조선일보 공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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