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농기구와 그림이 만났다

미리 가 본 <농기계에 새생명 불어넣기 展>...여주에서 5일부터 10일까지

등록 2009.12.04 10:19수정 2009.12.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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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현수막 12월 5일부터 10일까지 여주군 북내면 서원리에서는 폐 농기구를 이용한 <농기계에 새생명 불어넣기 전>이 열린다.

현수막 12월 5일부터 10일까지 여주군 북내면 서원리에서는 폐 농기구를 이용한 <농기계에 새생명 불어넣기 전>이 열린다. ⓒ 하주성

▲ 현수막 12월 5일부터 10일까지 여주군 북내면 서원리에서는 폐 농기구를 이용한 <농기계에 새생명 불어넣기 전>이 열린다. ⓒ 하주성

 

못쓰게 망가진 보습, 쟁기, 삽, 쇠스랑, 호미. 그리고 옛날 숯을 넣어 곱게 한복 선을 주름잡던 다리미 등. 오래되고 망가진 농기구. 이집 저집 창고 속에 처박혀있던 폐농기구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고 한다. 2009년 12월 5일부터 19일까지 여주군 북내면 서원리 물맘 갤러리에서 열리는 <농기계에 새생명 불어넣기 展>은 지금까지의 각종 전시와는 전혀 다르다. 12월 5일 개막전을 앞두고 미리 전시회 준비를 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보았다.

 

폐농기구가 주는 의미

 

폐농기구는 단순히 고철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 선조들의 피땀이 배어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들이 그 안에 녹아있다. 쇠스랑, 쟁기, 호미 등, 이런 것들을 이용해 힘들게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그 것을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 안에는 우리의 생명이 함께 한다. 그래서 창고에 넣어두고 녹이 슬었지만, 버리지를 못하는 것이다.

 

a 전업주부 마을에 사는 전업주부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버려진 농기구가 늘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전업주부 마을에 사는 전업주부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버려진 농기구가 늘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 하주성

▲ 전업주부 마을에 사는 전업주부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버려진 농기구가 늘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 하주성

 

그런 폐농기구가 창고를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새 옷을 입었다. 아버지의 모습으로, 꽃으로, 그리고 또 아름다운 산천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모든 그림에는 그 뜻이 담겨져 있다. 전문적인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 것도 있지만, 집에서 살림을 하는 전업주부들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 그림 하나마다 뜻을 둔다. 그것은 곧 어제와 오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가교역할을 한다. 의미를 굳이 부여하지 않아도, 누구나 보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아챌 수 있다.

 

아름다운 강에 웬 괭이가

 

전원마을이다. 강변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리고 맑은 물에 커다란 괭이 하나가 떡하니 박혔다. 무슨 의미일까? 보는 이마다 제각각 의미부여를 한다. 어떤 이는 이것을 배라고 한다. 강심에 배를 띠운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한다. 그도 맞다. 어떤 이는 이것이 무분별하게 파헤쳐지는 자연을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 말도 맞다. 폐농기구가 주는 의미는 그래서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아름다운 경치에 어울리지 않는 괭이 한 자루. 그것은 곧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a 괭이 괭이가 강에 걸렸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누구는 배라하고, 누구는 자연훼손이라 한다. 어떤 의미부여를 할 수 있을까?

괭이 괭이가 강에 걸렸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누구는 배라하고, 누구는 자연훼손이라 한다. 어떤 의미부여를 할 수 있을까? ⓒ 하주성

▲ 괭이 괭이가 강에 걸렸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누구는 배라하고, 누구는 자연훼손이라 한다. 어떤 의미부여를 할 수 있을까? ⓒ 하주성

 

아버지의 땅에는 무슨 일이

 

아버지의 땅. 삽 한 자루에 깊게 골이진 얼굴. 옆머리는 이미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아버지는 이 땅에서 무엇을 했을까? 그 위에 이빨이 다 나가버린 삽 한 자루가 덜렁 놓여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한 마디로 이렇게 피눈물 나게 농사를 지었다. 삽날이 다 닳아빠지게 고생을 하면서 농사를 지었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부채 뿐은 아닐는지.

 

그렇게 힘든 세상을 살다가 보니 귀밑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손가락 마디는 굳은살이 박여 제대로 굽어지지도 않는다. 그런 세상을 살아오면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굳게 닫힌 입이, 그리고 눈가에 깊게 파인 주름이 마음 아프다. 날이 빠진 삽이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직도 땅을 떠나지 못하신다.

 

a 아버지의 땅 날이 다 빠진 삽 한 자루와 주름이 깊은 얼굴, 하얗게 변한 귀밑머리.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버지의 땅 날이 다 빠진 삽 한 자루와 주름이 깊은 얼굴, 하얗게 변한 귀밑머리.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다. ⓒ 하주성

▲ 아버지의 땅 날이 다 빠진 삽 한 자루와 주름이 깊은 얼굴, 하얗게 변한 귀밑머리.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다. ⓒ 하주성

 

'엉겅퀴야!' 왜 불렀을까?

 

엉겅퀴의 어린순은 나물을 해서 먹는다. 그리고 엉겅퀴의 뿌리는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많은 곳에 사용을 한다. 엉겅퀴는 지혈을 하는데 특효가 있으며, 각종 출혈에 좋다. 특히 폐결핵에 뛰어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요법에서는 엉겅퀴로 술을 담으면 신경통과 요통의 특효약이라고 한다. 이런 엉겅퀴가 날이 나간 쇠스랑과, 자루가 빠진 낫과 함께 했다.

 

왜 이렇게 했을까? 작가는 이 엉겅퀴가 많은 약효가 있음을 알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서란다. 농사를 짓다가 뼈가 갈라지고,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긴 상처. 몸도 마음도 찢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엉겅퀴를 그렸다. 그리고 답답한 나머지 논두렁에 앉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다가, 망가져버린 폐와 간을 위해 엉겅퀴를 그렸다. 그래서 망가진 농기구는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힘이 되었다.

 

a 엉겅퀴 쇠스랑과 자루가 없는 낫, 그리고 엉겅퀴. 농사일에 지치고 상처가 ㄴ나 것을 어루만진다는 의미이다.

엉겅퀴 쇠스랑과 자루가 없는 낫, 그리고 엉겅퀴. 농사일에 지치고 상처가 ㄴ나 것을 어루만진다는 의미이다. ⓒ 하주성

▲ 엉겅퀴 쇠스랑과 자루가 없는 낫, 그리고 엉겅퀴. 농사일에 지치고 상처가 ㄴ나 것을 어루만진다는 의미이다. ⓒ 하주성

 

호미로 막을 것을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있다. 적은 일을 괜히 크게 벌려 낭패를 본다는 뜻일 게다. 요즈음 우리 사회기 그렇다. 그저 순탄히 넘어갈만한 일을 괜히 크게 벌려놓고 감당을 하지 못한다. 작은 호미 하나로 할 일이 있고, 가래로 할 일이 따로 있다. 그런데 호미를 써야 할 일을 괜히 가래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정말 정신이 없다. 녹이 쓸어 쓸 수 없게 된 낡은 호미에 오방색을 칠했다. 화두를 던졌다. '호미로 막을 것을' 그 다음은 무슨 말이 필요했을까?. 자연은, 자연스럽게 변화가 되어간다. 물은 흐르는 대로 흘러간다. 그 물은 자연이다. 호미 안에는 그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a 호미로 호미로 막을 것을 무엇으로 막았을까? 단순히 '호미로 막을 것이란' 화두를 던졌다.

호미로 호미로 막을 것을 무엇으로 막았을까? 단순히 '호미로 막을 것이란' 화두를 던졌다. ⓒ 하주성

▲ 호미로 호미로 막을 것을 무엇으로 막았을까? 단순히 '호미로 막을 것이란' 화두를 던졌다. ⓒ 하주성

다리미와 쇠스랑

 

쇠스랑은 세발 쇠스랑과 네발 쇠스랑이 있다. 같은 쇠스랑이다. 흙을 일구고 덩어리진 흙을 잘게 만들어 밭을 편편하게 만들 때는, 따비, 쟁기, 가래 등을 사용한다. 쇠스랑도 이때 사용하는 농기구다. 논둑을 뒤엎고 흙을 긁어모을 때도 사용한다. 쇠스랑은 우리 농기구 가운데 많은 일을 감당한다. 이 자루도 없는 녹 쓴 쇠스랑이 꽃줄기가 되었다. 이제는 쇠스랑을 쓸 일이 많지가 않다. 모든 것을 기계가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쇠스랑이 대신 꽃을 피웠다.

 

a 다리미와 쇠스랑 다리미와 쇠스랑이 아름답게 변신을 했다. 쇠스랑은 꽃이 되고 다리미는 더운 물이 되었다. 모두 생명을 살리는 것들이다.

다리미와 쇠스랑 다리미와 쇠스랑이 아름답게 변신을 했다. 쇠스랑은 꽃이 되고 다리미는 더운 물이 되었다. 모두 생명을 살리는 것들이다. ⓒ 하주성

▲ 다리미와 쇠스랑 다리미와 쇠스랑이 아름답게 변신을 했다. 쇠스랑은 꽃이 되고 다리미는 더운 물이 되었다. 모두 생명을 살리는 것들이다. ⓒ 하주성

 

다리미가 있다. 안에다 벌겋게 단 숯을 집어넣고 다림질을 한다. 다리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듯한 물은 생명의 물이다. 거기서 많은 물고기들이 산다.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다리미는 뜨겁다. 온기가 있다. 그래서 다리미를 이용했다. 지금은 저런 다리미를 사용하는 가정은 없다. 그러나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다리미다. 그 다리미가 생명을 살린다.

 

a 농기구와 그림 농기구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 안에는 작가의 뜻이 있지만. 보는 이들의 눈에 맡겼다. 그리고 머리에 맡겨두었다.

농기구와 그림 농기구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 안에는 작가의 뜻이 있지만. 보는 이들의 눈에 맡겼다. 그리고 머리에 맡겨두었다. ⓒ 하주성

▲ 농기구와 그림 농기구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 안에는 작가의 뜻이 있지만. 보는 이들의 눈에 맡겼다. 그리고 머리에 맡겨두었다. ⓒ 하주성

 

농기구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 생명은 곧 그림으로 완성이 되었다. 그런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 여주군과 여주문화원, 그리고 여주민예총 미술위원회가 후원을 하였다. 새 생명을 만드는데 모두 힘을 합했다. 어떤 전시인지 한번쯤 발길을 여주로 돌려도 좋을 듯하다. 망가진 농기구들이 새롭게 변신을 한 모습을.

2009.12.04 10:19ⓒ 2009 OhmyNews
#농기구 #새생명 #전시회 #여주 #물맘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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