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59) 상용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812] '가속화되다'와 '빨라지다'

등록 2009.12.06 15:52수정 2009.12.0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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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상용화하다

 

.. 기후변화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어떤 완벽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  《정혜진-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녹색평론사,2007) 54쪽

 

 '기후변화(氣候變化)'는 날씨를 다루는 자리에서 쓰는 전문 낱말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날씨변화'라든지 '달라지는 날씨'로 손질해 볼 수 있으며, '날씨바뀜'처럼 풀어 적으며 전문 낱말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해결(解決)하는'은 '푸는'이나 '풀어내는'으로 고칩니다. '완벽(完璧)한'은 '빈틈없는'이나 '엄청난'이나 '대단한'으로 고쳐 줍니다. '개발(開發)할'은 그대로 두어도 괜찮지만, '만들'이나 '선보일'이나 '이루어낼'로 다듬어 줍니다.

 

 ┌ 상용화 : x

 ├ 상용(常用) : 일상적으로 씀

 │   - 학생들 사이에 상용되는 말을 살펴보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

 │     교양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품위 있는 말을 상용한다

 │

 ├ 그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 그 기술이 뿌리내리기까지는

 │→ 그 기술이 자리잡기까지는

 │→ 그 기술이 두루 쓰이기까지는

 │→ 그 기술이 널리 쓰이기까지는

 │→ 그 기술을 누구나 쓰기까지는

 └ …

 

 국어사전에 따로 안 실린 낱말 '상용화'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낱말을 제법 널리 쓰고 있습니다. 쓸 만해서 쓰는지, 쓸 만하지 않아도 달리 나타낼 낱말이 알맞게 없다고 느껴서 쓰는지는 모릅니다.

 

 국어사전 말풀이에서 '상용'을 찾아보면 "일상적으로 씀"이라고 나옵니다. '일상적(日常的)'이란 "날마다 볼 수 있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날마다 볼 수 있도록 쓰는"을 가리킨다는 '상용화'라 할 테고, 날마다 볼 수 있도록 쓴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널리 쓰고 있는"을 나타냅니다. "사람들이 두루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람들이 흔히 쓰고 있는" 모습을 일컫습니다.

 

 한자말 '상용'을 다시금 헤아려 봅니다. '상용화' 말풀이와 '상용' 말풀이가 이러하다면, 우리는 우리 깜냥껏 "널리 쓰는"과 "두루 쓰는"과 "흔히 쓰는"과 "으레 쓰는"과 "즐겨서 쓰는"과 "누구나 쓰는"이라 이야기하면 넉넉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구태여 이런저런 한자말을 빌어 오지 않아도 되며, 딱히 '-化'붙이 말투까지 빚어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수소자동차가 언제쯤 상용화될까요

 │→ 수소자동차가 언제쯤 널리 쓰일까요

 │→ 수소자동차가 언제쯤 널리 퍼질까요

 ├ 한복의 상용화는 힘들 수 있습니다

 │→ 늘 한복을 입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 한복을 늘 입고 다니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 상용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앞으로 널리 쓰일 수 있다

 │→ 앞으로 널리 쓰이리라 내다본다

 └ …

 

 때로는 '늘'이나 '언제나'나 '한결같이'나 '꾸준히'나 '노상' 같은 낱말을 넣으며 우리 느낌을 나타내 봅니다. '두루두루'나 '골고루'나 '곳곳에'나 '구석구석' 같은 낱말을 써 보아도 되겠지요.

 

 그러니까, '상용'과 '상용화'란 가만히 따지고 보면, 이런저런 숱한 토박이말을 밀어내는 낱말입니다. 때와 곳에 맞추어 다 달리 쓰고 있던 우리 토박이말을 쫓아내는 낱말입니다. 사람마다 느낌과 마음과 생각을 달리하며 적바림하던 우리 토박이말을 억누르는 낱말입니다.

 

 우리는 '-化'붙이 낱말을 이냥저냥 쓰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어지럽히고 있는 셈입니다. 곁에서 누가 괴롭히거나 들쑤시지 않으나 우리 스스로 우리 글을 내팽개치고 있는 노릇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왜 이렇게 우리 말을 우리 말답게 못 쓰고 있을까요? 왜 우리는 우리 말글을 알맞고 올바르고 싱그럽게 쓰는 버릇을 들이지 못할까요? 왜 우리는 늘 우리 말글을 엉터리로 쓰거나 어리석게 깔보고 있을까요?

 

 

ㄴ. 가속화되다

 

.. 그들 스스로의 통제를 벗어난 변화는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  《마저리 쇼스탁/유나영 옮김-니사》(삼인,2008) 474쪽

 

 "그들 스스로의 통제(統制)를 벗어난 변화(變化)는"은 "그들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흐름"이나 "그들 스스로 어찌할 수 없도록 달라지는 흐름"이나 "그들이 손쓸 수 없도록 달라지는 흐름"으로 손질해 줍니다.

 

 ┌ 가속화(加速化) : 속도를 더하게 됨

 │   - 전쟁이 수행되는 동안 농촌 인구의 도시 이동 가속화로 인해 /

 │     정보화 사업의 추진이 가속화하다 /

 │     수도권의 인구 집중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 날로 빨라지고 있다

 │→ 날로 늘어나고 있다

 │→ 날로 눈에 뜨이고 있다

 └ …

 

 국어사전에서 '변화'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이라는 풀이가 달립니다. '바뀌다'와 '달라지다'가 같은 뜻임을 헤아린다면, "바뀌어 달라짐"이라는 말풀이는 영 그릇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풀이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고, 이런 말풀이가 어떻게 잘못인가를 느끼는 사람 또한 드뭅니다. 그냥 이대로 씁니다. 그저 이대로 내버립니다. 그럭저럭 우리 사는 데에 아무 걱정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 그들 스스로 어찌해 볼 수 없이 달라지는 흐름이 날로 빨라지고 있다

 ├ 그들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흐름이 날로 빨라지고 있다

 ├ 그들 스스로 어찌할 수 없도록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 그들 스스로 어찌할 수 없도록 세상은 숨가쁘게 바뀌고 있다

 └ …

 

 어떻게 보면 '국어사전 말풀이 하나쯤이야?'입니다. 잘못된 말풀이가 한둘이 아닌 만큼, 이런 말풀이면 어떻고 저런 말풀이면 어떠하느냐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엉터리 국회의원이 한두 사람쯤 뽑힌다고 하여도 팔짱을 끼고, 말썽 많다는 이가 대통령이 되도록 두 손을 놓거나 등을 돌립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어찌 되거나 국가보안법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나를 잊고 내 삶을 모르며 내 터전을 내버리니, 말도 생각도 세상 또한 잊거나 모르거나 내버리고 맙니다. 나를 붙잡고 내 삶을 다스리며 내 터전을 가꾸어야, 말도 생각도 세상도 붙잡고 다스리고 가꿀 수 있을 테지만.

 

 ┌ 농촌 인구의 도시 이동 가속화로 인해

 │→ 시골사람이 도시로 빠르게 옮겨오면서

 ├ 정보화 사업의 추진이 가속화하다

 │→ 정보화 사업을 빠르게 밀어붙이다

 ├ 수도권의 인구 집중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수도권에 사람들이 더 빠르게 모이도록 할 수 있다

 │→ 수도권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게 할 수 있다

 └ …

 

 무엇이든 빠르게 바뀌는 세상인데, 옳거나 좋거나 반가운 쪽으로도 빠르게 바뀌는지는 아리송합니다. 그저 빠르게만 바뀔 뿐입니다.

 

 틀림없이 돈이 넘칠 뿐더러 어마어마한 돈이 움직이는 세상인데, 즐겁게 나누거나 오붓하게 함께하거나 걱정없이 아우를 수 있는 돈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돈만 바라보거나 돈만 쏟아질 뿐입니다.

 

 끊임없이 새 바깥말이 우리 말로 스며들고, 한자말뿐 아니라 영어까지 속속들이 들온말처럼 쓰이고 있는 세상입니다. 널리 쓸 만한가는, 두루 쓸 만한가는, 사랑스레 쓸 만한가는 살피지 않을 뿐이지만. 우리 삶을 밝히는가는 돌아보지 않고, 우리 넋을 살찌우는가는 헤아리지 않고, 우리 삶을 가꾸는가는 생각하지 않을 뿐이지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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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6 15:52ⓒ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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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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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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