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손자들과 외손녀친손자들과 외손녀가 함께 할머니의 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지요하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꼬박 한 달 동안 병상생활을 하신 노친을 지난 달 30일 태안군 근흥면 두야리에 있는 '서해안요양병원'으로 모셨다. 태안읍에 있는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곳이다.
서울성모병원을 떠나오던 날 아침, 호스피스 병동의 이경식 명예교수님에게서, "지금 어머니 상태가 최상이에요. 가족들 정성이 많이 작용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잘 모시세요"라는 말씀을 들었다.
노친을 태안의 서해안요양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계속 계시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병원 측에서도 퇴원을 권유하는 상황이었다. 태안의 의료보험조합에 문의하여 두어 곳 요양원도 알아보고, 서해안요양병원에도 미리 가서 상태를 보고, 서천에 있는 천주교 대전교구에서 운영하는 '어메니티복지마을'의 요양병원에 관한 정보도 상세히 입수한 다음 고민을 거듭했다.
일단 집으로 퇴원한 다음 의료보험조합 직원을 오게 하여 등급 판정을 받고 비용이 적게 드는 요양원으로 모시는 방안이 있었으나, 그것은 도리가 아닐 것 같아 생각지 않기로 했다. 서해안요양병원은 병실 하나에 병상이 8개부터 10개까지 있어서, 24시간 교대로 일하는 간병사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서천 어메니티복지마을 요양병원은 6인 병실에 신부님도 두 분이나 계신다고 해서 그쪽으로 마음이 많이 갔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결국은 고개를 저었다.
근처에 어머니를 모셔놓고 수시로 왕래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았고, 또 수시로 자주 왕래하며 어머니를 보살피기에는 태안의 서해안요양병원이 가장 좋은 조건이었다. 월 70만원의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있는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태안의 서해안요양병원으로 결정을 해놓고, 어머니께 잘 설명을 드렸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4인 병실에 계시다가 8인 이상 병실로 가게 되면 유난히 예민하고 깔끔한 성격인 노친이 혹 충격을 받고 상심을 겪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여러 번 이해를 시켜 드렸다.
그리고 마침내 응급 차량을 이용하여 어머니를 태안 서해안요양병원으로 모시면서 죄스러운 마음이 컸다. 어디까지나 '퇴원'이 아닌 '이원(移院)'이었다.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죄스러웠다. 제대로 서지를 못하시고, 부축을 받아 일어서신 상태에서도 전혀 걸음을 떼지 못하시니 집으로 모신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요양병원으로 모신 다음 혹 상태가 좋아져서 서너 발짝만이라도 발을 옮기실 수만 있다면 집으로 모시리라 작정하면서, 또 그것을 어머니께 주지시켜 드리고, 어머니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병상에서라도 간간이 다리 운동을 하며 지내시도록 누누이 용기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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