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30일 오후 7시, '시작성가'로 불린 아침이슬과 함께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선 생명평화 미사가 열렸다. 용산 참사로 목숨을 잃은 다섯 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3월 28일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열렸던 미사다.
추위 속에 연신 손과 볼을 비벼가면서도 골목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신자는 시종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들을 추모했다. 이날 강론을 한 장동훈 신부(인천교구)는 "용산은 세상의 절망과 희망, 사람들의 아우성이 살아 있고 사제로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벅찬 마음을 선물 받은 곳이었다"며 "미안하면서 고마운 곳이고, 슬프면서도 기쁜 곳"이라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또 장 신부는 "이제 모든 싸움이 다 끝난 것 같이 보이지만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이곳에서 아파하고 신음하며 찾은 양심, 가슴에 품고 아려서 속을 쓰러 내리던 정의, 뱃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던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이곳에서 건져 올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 신부는 "매 맞고 업신여김 당하고 협박에 내몰리고 망루에서 타죽은 우리 예수를 오늘 다시 내 품에 안아 올린다. 아직은 아기, 아직은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예수, 이 예수를 키우고 성장시키는 것은 우리의 책임 있는 일상이고 끊임없이 용산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힘겹게 건져 올린, 이 모든 가치를 소중하게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2009년 새해 벽두부터 이곳 용산에서 시작된 싸움은 이제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8개월 동안 이어졌던 남일당 앞 생명평화 미사 끝나
참석자들은 5명의 희생자 영정 앞에 초를 켰고,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미사 말미에 인사말을 했다.
고 윤용현 씨의 부인 유영숙씨는 "정말 너무 추운 시간이었다. 사계절이 가는 동안 정부에서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직도 아빠가 돌아가신 것을 꿈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데, 막상 보내려고 하니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여서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이어 유씨는 "여기까지 오기까지 너무 벅찬 사랑을 받았다"며 "지난 크리스마스에 아기 예수님이 이곳 남일당에 내려오셨기 때문에 아이 아빠를 보내드릴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의 미사를 마지막으로 지난 8개월 동안 매일 이어졌던 남일당 앞 생명평화 미사는 끝을 맺었다. 내년 1월 6일 오후 7시에는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정의평화구현전국사제단의 마지막 미사가 열릴 예정이다.
2009.12.30 21:24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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