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먹거리는 우리가 책임진다"

농부들이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부'

등록 2010.01.06 14:44수정 2010.01.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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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4일 '농부'장터의 모습

지난 4일 '농부'장터의 모습 ⓒ 정혜미

지난 4일 '농부'장터의 모습 ⓒ 정혜미

대구광역시 북구 동천동을 지나가다보면 '농부'라는 작은 가게를 발견하게 된다. '농부'라는 상호 때문에 무심코 지나가다 한 번 더 뒤돌아보는 사람들도 많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궁금하기 마련이다. 지난 4일 궁금증을 가득 안고 '농부'를 찾았다.

 

a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 정혜미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 정혜미
'짤랑'하는 소리와 함께 출입문에 들어서자 카운터에 계시는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출입구에서 가게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올 만큼 '농부'의 모습은 소박했다. 한쪽 벽면에 붙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유독 분홍색으로 칠해진 '아름다운'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뭘까.
 
'농부'에 있는 여러 농산물과 식가공품들이 온 사방을 꽉 채우고 있다. 신선한 야채거리부터 종이 포일까지, 제품 종류 또한 다양하게 있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지만 '농부'는 그 어느 가게보다 풍요로웠다. '농부'에서 20여분은 기다린 끝에 '농부'를 책임하고 관리하는 김기수(50)씨를 만났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푸근한 인상을 가진 그에게서 '농부'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가격보다 더 중요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a  실내의 풍경이 한 눈에 보이는 '농부'의 모습은 한적하기만 하다.

실내의 풍경이 한 눈에 보이는 '농부'의 모습은 한적하기만 하다. ⓒ 정혜미

실내의 풍경이 한 눈에 보이는 '농부'의 모습은 한적하기만 하다. ⓒ 정혜미
 
a  '농부'에서 생산자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는 과일들

'농부'에서 생산자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는 과일들 ⓒ 정혜미

'농부'에서 생산자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는 과일들 ⓒ 정혜미
 

'농부'는 생산자가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는 국내에서도 흔치 않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장터이다. 가게 안에는 유기농, 저농약, 친환경 상표가 붙은 제품들이 가지런히 나열돼 있다. 신기한 점은 상당수의 농산물 제품에는 재배지역뿐만 아니라 재배자의 이름까지 표시돼 있다는 것이다.

 

'농부'는 군위, 칠곡, 의성 등 가까운 지역에 있는 생산자들과 도시지역의 소비자들이 함께 직거래 장터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김기수씨의 설명이다.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들을 '농부' 장터에 가지고와 직접 가격을 매기고, 이는 '중간거품'이 제거된 채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농산물 품질관리원 혹은 자주관리위원회의 인증을 거친 친환경 농산물과 식가공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친환경 장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김씨는 "우리가 '농부'를 만든 것은 농산물을 팔아서 수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가격'으로 유일하게 상품의 가치가 비교된다. 우리는 가격보다 중요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지역사회에서 농촌과 농민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농부'에서는 벌어들인 이익금의 대부분을 지역사회운영을 위한 공동체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은 자연과의 연결고리"

 

'농부'는 우리 지역에서 난 농산물을 우리가 소비하자는 '로컬푸드'운동을 지향한다. 김기수씨는 "소비자가 알건 모르건 나쁜 먹거리를 먹게 되면, 생산자와 유통 업자에게 나쁜 농업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하며 "이런 점에서 '지역 먹거리' 개념은 우리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며 설명을 덧붙여나갔다.

 

우선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에 먹거리의 질과 환경적 측면에서 강점을 지닐 수 있다. 긴 거리의 운송을 피함으로써 화석연료 사용과 보관용 농약의 사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안전하고 질 좋은 농식품을 중간거품 없이 적정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생산비가 보장되는 안정된 가격과 판로를 거치기 때문에 생산자 또한 판매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상호이익을 가져다준다.

 

로컬푸드 운동에 대해 김기수씨는 "지역 음식 안에는 그 지역만의 문화와 삶이 녹아있다. 도시민들에게 지역 먹거리는 얼마 남지 않은 자연, 농촌의 방식, 농촌 사람과의 연결고리, 그리고 우리의 먹거리 공급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자각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농부들만의 운동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운동으로

 

갑작스럽게 내린 무거운 눈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막았을까? 4일 오후, '농부'의 풍경은 한적하기만 하다. 김기수씨는 행여나 반가운 손님이 오지 않을까 지나가는 사람들을 힐끗힐끗 쳐다본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농부'에 관심을 갖고 로컬푸드 운동에 참여했으면 좋겠네요."

 

김기수씨의 새해소망이다. '농부'에서는 도시와 농촌간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도시소비자와 함께하는 농민장터', '도시 농업 텃밭 가꾸기', '학교급식을 비롯한 공공조달 및 기관구매 사업'등 여러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고 2010년에는 더욱더 많은 프로그램들을 전개할 예정이다.

 

a  호박고구마를 비롯한 농산물들이 진열되있다.

호박고구마를 비롯한 농산물들이 진열되있다. ⓒ 정혜미

호박고구마를 비롯한 농산물들이 진열되있다. ⓒ 정혜미
 

5000원짜리 호박고구마를 사서 '농부'를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농부'를 떠나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조금 가다 뒤돌아보기를 반복한다. 지역 먹거리가 개인에게 보편화되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상호 신뢰가 형성되는 김기수씨의 바라는 그런 세상을 눈 속에 그려본다.

2010.01.06 14:44ⓒ 2010 OhmyNews
#농부 #지역먹거리 #로컬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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