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넌방에 까치구멍을 낸 명오리 고가

[전통가옥의 숨은 멋 엿보기 32]

등록 2010.01.18 14:08수정 2010.01.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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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명오리 고가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에 소재한 명오리 고가. 충주댐의 건설로 인해 1983년에 이곳으로 옮겨 복원하였다. 현재 충북 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명오리 고가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에 소재한 명오리 고가. 충주댐의 건설로 인해 1983년에 이곳으로 옮겨 복원하였다. 현재 충북 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 하주성


제천시 한수면 소재지에서 597번 도로를 따라 한수면에 있는 덕주사를 찾아가기 전, 좌측으로 보면 도로에서 조금 들어가 한송초등학교가 있다. 그 학교 교문 옆에는 초가 한 채와 기와 한 채가 나란히 보인다. 이 초가가 충북 민속자료 제5호인 한수 명오리 고가이다. 이 명오리 고가는 초가로 꾸며졌으며, 원래는 한수면 명오리 303번지 풍무골에 있었던 것을, 충주댐의 건설로 1983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 복원한 것이다.

눈밭에 집 주위를 몇 바퀴나 돌아


명오리 고가를 찾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세 번째 찾아가는 집이지만, 갈 때마다 문이 잠겨 있었다. 대문 안으로 보면 슬리퍼 등도 보이고, 패널을 여기저기 쌓아 놓은 것이 사람이 사는 집 같은데 항상 문이 자물통으로 채워져 있다. 이곳도 눈이 꽤나 내렸는지 집 뒤편으로 돌아가니, 밭에는 발목까지 빠지는 눈이 쌓여있고 담장의 초가위에도 눈이 쌓여있다. 할 수 없이 눈밭을 몇 바퀴를 돌면서, 집의 구석구석을 촬영하는 수밖에. 고가를 찾아다니다가 보면 이렇게 문이 잠겨 있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명오리 고가는 튼 ㅁ 자형의 집이다. 대문을 사랑채로 삼아 대문을 들어서면서 좌측에는 두 칸 방을 드렸고, 대문을 지나 남쪽으로는 방과 외양간, 방앗간, 광으로 배열하였다. ㄴ 자형의 이 대문채는 사랑과 대문채를 겸한 집이다. 이 지역의 일반적인 민가의 형태를 갖고 있는 명오리 고가는 특별한 점은 없으나, 나름대로 중부지방 민가의 형태를 잘 나타내고 있는 고가이다.

a 대문채 명오리 고가의 대문채는 사랑채를 겸하고 있다. 대문 옆에 판자굴뚝이 특이하다.

대문채 명오리 고가의 대문채는 사랑채를 겸하고 있다. 대문 옆에 판자굴뚝이 특이하다. ⓒ 하주성


a 대문채 ㄴ 자 형으로 구성한 대문채는 대문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사랑방을 두고 남쪽으로는 방과 외양간, 방앗간 광으로 구성하였다.

대문채 ㄴ 자 형으로 구성한 대문채는 대문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사랑방을 두고 남쪽으로는 방과 외양간, 방앗간 광으로 구성하였다. ⓒ 하주성


a 사랑방 일반적인 민가에서는 대문채에 사랑방을 드린다. 명오리 고가의 사랑방은 두칸으로 꾸며졌다. 옆으로는 판자로 만든 대문이 있다.

사랑방 일반적인 민가에서는 대문채에 사랑방을 드린다. 명오리 고가의 사랑방은 두칸으로 꾸며졌다. 옆으로는 판자로 만든 대문이 있다. ⓒ 하주성


건넌방에 낸 까치구멍의 용도는?

명오리 고가의 안채는 ㄱ 자 형으로 대문채와 마주하고 있다. 삼단의 돌로 쌓은 기단위에 지은 안채는, 안방을 기준으로 하여 정남향을 하고 있다. 안방의 좌측으로는 부엌이 있고, 우측으로는 윗방이 있다. 꺾인 부분에는 한 칸 대청과 건넌방이 자리하고 있다. 안채의 부엌 앞에는 누군가 패널을 가득 쌓아 놓아, 밖에서는 부엌문을 확인할 수가 없다.

밖을 몇 바퀴를 돌았지만, 안방이 있는 곳은 가려서 보이지를 않는다. 이럴 때는 할 수 없이 안방의 뒤편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고가를 답사하면서 생긴 나름대로의 답사방법이다. 이제는 웬만한 집은 밖에서 한 바퀴만 돌아보아도 집안 구조를 알 수 있으니, 그도 다행이랄 수밖에.


a 안채 명오리 고가의 안채. ㄱ 자 형으로 꾸민 안채의 안방 앞에는 패널을 가득 쌓아 놓았다.

안채 명오리 고가의 안채. ㄱ 자 형으로 꾸민 안채의 안방 앞에는 패널을 가득 쌓아 놓았다. ⓒ 하주성


a 안방의 뒤편 안채 안방과 윗방의 뒤편. 그 끝부분 부엌 밖에는 한데 아궁이를 두었다. 좁은 집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안방의 뒤편 안채 안방과 윗방의 뒤편. 그 끝부분 부엌 밖에는 한데 아궁이를 두었다. 좁은 집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 하주성


안채는 평범한 민가의 꾸밈이다. 그런데 안채의 건넌방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건넌방의 앞쪽에는 툇간으로 달아낸 한데 아궁이를 두었는데, 그 아궁이 우측에 까치구멍이 있다. 바람을 막으려고 종이로 발라 놓았지만, 이렇게 건넌방에 까치구멍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이 까치구멍의 용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냥 작은 쪽문이라면 이 문을 통해 음식물 등을 들여보낼 수 있다고 하지만, 까치구멍이라니.

건넌방의 옆문 밖으로는 툇마루를 놓았다. 뒤로 돌아가니 대청의 뒤편에는 판자문이 있다. 옆과 뒷면을 보고나서야 이 까치구멍의 용도가 이해가 간다. 일반적으로 건넌방에도 뒷벽에 문을 하나정도 내는 것이 통례이다. 그런데 건넌방은 툇마루를 놓은 곳과, 대청에서 드나드는 곳 밖에 문이 없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작은 까치구멍을 한데 아궁이쪽에 하나 내어놓음으로써 환기를 원활하게 한 것이다. 작은 것 하나에서도 느낄 수 있는 지혜다.


a 건넌방 건넌방의 한데 아궁이 우측에 까치구멍이 보인다. 환기를 위한 까치구멍이 이 여유롭다.

건넌방 건넌방의 한데 아궁이 우측에 까치구멍이 보인다. 환기를 위한 까치구멍이 이 여유롭다. ⓒ 하주성


a 건넌방 툇마루 건넌방은 남쪽으로 툇마루를 놓았다. 한데 아궁이가 툇간으로 달아냈기 때문이다.

건넌방 툇마루 건넌방은 남쪽으로 툇마루를 놓았다. 한데 아궁이가 툇간으로 달아냈기 때문이다. ⓒ 하주성


판자굴뚝이 아름다운 집

명오리 고가는 굴뚝이 모두 판자굴뚝이다. 이 판자굴뚝이 이 초가집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 판자굴뚝은 네모난 판자로 길게 사각의 연기통을 만들고, 그 중간에는 역시 나무로 움직이지 않게 고정을 시켰다. 그리고 맨 위에는 사방을 트이게 해, 위를 꺾은 판자로 마감을 하였다. 흡사 고깔을 쓴 것처럼 만들었는데, 모든 방의 뒤편에는 이 판자굴뚝이 서 있다. 이 판자굴뚝이 서 있어, 초가집이 더욱 여유 있게 보인다.

명오리 고가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집은 전체적으로 크지 않지만, 이용을 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조금 흐트러진 사각형으로 쌓은 담 안에 집을 놓았는데, 대문채에서 북쪽 담 끄트머리에 측간을 두었다. 그리고 안채 부엌 밖에는 또 다른 한데 아궁이를 놓았다. 이렇게 전체적인 조형을 생각한 것이 명오리 고가의 특징이다. 비록 화려하지도 않고 남다를 것도 없는 초가이지만, 그 안에 한껏 여유를 부린 집이다.

a 굴뚝 명오리 고가는 모든 굴뚝이 네모난 판자굴뚝이다. 이 굴뚝이 초가를 더욱 여유롭게 만들어 준다.

굴뚝 명오리 고가는 모든 굴뚝이 네모난 판자굴뚝이다. 이 굴뚝이 초가를 더욱 여유롭게 만들어 준다. ⓒ 하주성


#명오리 고가 #민속자료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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