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시국선언' 무죄...교과부·검찰, 사법부가 밉지요?

교과부의 막가파 고발과 공안검찰의 정치적 기소에 사법부 '철퇴'

등록 2010.01.20 15:17수정 2010.01.20 15:17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7월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이 시국선언 탄압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7월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이 시국선언 탄압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지난 7월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이 시국선언 탄압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2차에 걸쳐 5만여 명의 교사들이 참여한 교사 시국선언에 대해 교과부가 이를 주도한 전교조 위원장(정진후)를 비롯한 91명의 간부들을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이 중 73명의 교사들을 검찰이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교사가 60명이 넘는다.

 

이 중 19일 전국 최초로 이루어진 전교조 전북지부 노병섭 지부장 등 간부 4명에 대한 판결에서 전주지법 형사4단독 김균태 판사는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한 시국선언이 선거를 위한 정치활동에 해당하는 것이냐, 아니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인가였다.

 

만약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인물을 위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면 이것은 그것 자체로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기본법, 교원노조법이 금지하고 있는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것이고, 동시에 공익에 반하는 집단행동을 금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55조의 집단행위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형사 처벌 사안이 된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선거운동에 해당하여 정치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공익에 반하는 집단행동"이라는 주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공익의 목적에 반하는 게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고, 이는 헌법이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김 판사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점도 명백히 밝혔다. 즉 재판부는 시국선언의 목적이나 배경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위한 정치적 목적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임을 선언한 것이다.

 

망신만 자초한 환상의 콤비 '교과부와 검찰'

 

현재 검찰이 시국선언을 이유로 기소하여 재판이 진행 중인 교사가 73명에 이른다. 그리고 이렇게 기소된 교사 중 경기도 교육청 소속을 제외한 모든 교사들이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당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이들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법원의 선고 이후로 유보했다는 이유로 직무유기 혐의로 교과부 장관에 의해 고발당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 현재 수원지검은 김 교육감에게 두 차례 소환 통보를 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 영장을 청구하여 강제 구인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김상곤 교육감의 입장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우리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형사 처벌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우리 헌법이 규정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하여 법원 판결 시까지 징계를 유보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애초 교과부가 의뢰한 법률자문 결과이며, 대부분의 경기도 교육청 자문변호사뿐 아니라 일반적인 법조계의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애초 자신들이 받았던 법률 자문 결과를 거스르고 시국선언 교사들을 고발하고, 검찰은 이에 맞장구치며 73명을 무더기로 기소하였다. 이것도 모자라 교과부 장관이 직접 우리 헌법과 법률에 의한 지방교육의 수장인 김상곤 교육감을 고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였고 검찰은 한 발 더 나아가 강제 수사를 거론하고 있다.

 

시국선언 교사와 김상곤 교육감에 대한 교과부의 고발 자체가 무리이자 정략적 고발이라는 비판이 거세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 나아가 검찰이 시국선언 교사들을 기소한 것이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한 정치적 기소이고, 김 교육감을 강제 소환하려고 하는 것 역시 6월 선거를 앞둔 정치적 옥죄기라는 비판이 거셌다. 교과부의 고발도, 검찰의 기소도 정치적으로 이루어진 블랙코미디라는 것이다.

 

이번 시국선언 무죄 판결은 이런 교과부의 막무가내 고발과 공안검찰의 정치적 기소에 대한 사법부의 철퇴라는 의미가 있다. 검찰은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죄의 증명이 어렵자 사상 초유로 전교조 사무실 압수수색, 이메일 압수 수색, 금융계좌 추적, 핸드폰 사용 내역까지 조사하는 저인망 수사를 진행했으나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고, 결국 사법부에 의해서 망신만 자초하게 되었다.

 

줄줄이 이어지는 무죄 판결... 뚝뚝 떨어지는 검찰에 대한 신뢰

 

a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거부해 직무유기 혐의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고발당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도교육청에서 검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거부해 직무유기 혐의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고발당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도교육청에서 검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거부해 직무유기 혐의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고발당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도교육청에서 검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김준규 검찰 총장은 취임 일성에서 역사상 최고로 높아지고 있는 기소 후 무죄 선고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판결로 인하여 70명에 이르는 무고한 기소자를 양산하게 되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공안 검찰의 망신을 넘어서 대한민국 검찰에게는 참사로 기록될 일이다.

 

시국선언 교사들을 교과부가 고발하고, 이를 받아 공안검찰이 기소하고, 이를 받아서 교과부가 다시 징계하고, 징계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고 교과부는 다시 경기도 교육감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고, 이를 받아서 검찰은 다시 소환장을 보내고, 교과부는 자신들이 내린 징계를 바탕으로 전교조 전임 허가를 내주지 못하도록 했다. 교과부와 공안검찰이 환상의 복식조가 되어 서로 주고받으면서 자가발전식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분란만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환상호흡을 자랑한 교과부와 검찰이었지만, 오히려 교과부와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을 제외한 다른 시도교육감도 헌법이 보장한 지방교육의 수장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존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의 해고 무효 판결, 통일교육 관련 구속 교사들의 무죄 판결, 그리고 이번 시국선언 교사의 무죄 판결은 교과부와 공안검찰을 앞세운 정권의 전교조 길들이기가 무리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와 검찰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과부와 검찰이 정권의 시녀라는 비난을 받았던 어두웠던 과거를 아직 청산하지 못한 것 같다. 교과부와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다시 공안 검찰과 교과부, (경기도를 제외한) 시도교육감들에게 묻는다. 이들과 김상곤 교육감, 전교조 중에서 과연 누가 정치적 중립성을 어기고 교육 자치를 훼손했는가?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누가 부정하고 있는가?

2010.01.20 15:17ⓒ 2010 OhmyNews
#시국선언 #무죄 #김상곤 #전교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2. 2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3. 3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