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만 위한다? 우리 사회를 살리는 회사예요"

[열리는 세상, 사회적 경제] 인천 계양구 사회적 기업 '도농직거래 상생사업단'

등록 2010.01.26 08:43수정 2010.01.2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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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일자리, 안전한 먹을거리, 농촌소득을 동시에

 

계양구 소재 '도농직거래 상생사업단(이하 도농상생사업단)'은 사회적 기업이다. 안전한 먹을거리로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도·농 상생'의 생명공동체다. '식(食)'과 '농(農)'의 살림을 지향하는 도농공동체다.

 

또한 도시 소비자들의 친환경 농산물 수요에 부응하고 농촌 소득의 다양화를 애쓰는 영리성격도 있는 기업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취약계층의 자활과 자립을 위한 기관이면서, 이 사회적 기업의 주체가 바로 자본주의 시장의 실패자 '노숙자'라는 점이다.

 

이탈리아 '볼로냐시'에서는 노숙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소식지를 발간하고 정부와 시장을 상대로 그들의 인권을 스스로 지켜가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노숙자라면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을 칭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은 냉소에 가깝다.

 

하지만 노숙자는 무한 경쟁이라고 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실패한 사람일 뿐이다. 2006년 설립한 도농상생사업단은 바로 인생의 당분간을 자본주의 경쟁에서 실패한 사람인 노숙자를 채용해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터이자 공동체다.

 

도농상생사업단은 주로 농촌의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를 직거래 방식으로 연계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농촌에는 농가소득을 보장하고, 도시의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믿음이 가며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사업방식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사업으로 ▲ 친환경 직거래사업(생산자-소비자 연계) ▲ 도농커뮤니티사업(생산지교류프로그램, 농촌체험교실, 먹을거리 체험단) ▲ 유통사업(전문매장, 알뜰장터 운영과 공공기관 기업 구매 확산) ▲ 취약계층 자립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노숙자의 문제는 개인 아닌 '사회적 문제'

 

자본주의는 시장의 실패자를 끊임없이 양산한다. 농촌의 농민은 늘 시장의 실패자다. 비정규직도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시장의 실패자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 실패했더라도 사회적 보장을 받을 수 있거나 가족의 버팀목이 있다면 노숙자 신세를 면할 뿐이다.

 

한국사회에 노숙자가 급증한 때는 1997년 IMF 경제위기로 거슬러 오른다. IMF가 당시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시장개방과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금융과 산업의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대량 실업이 발생했다. 그나마 퇴직금이라도 받을 수 있었던 계층은 자영업에라도 뛰어들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계층은 자본주의 시장의 실패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터에 98년 계양구에 대량 실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날 도농상생사업단의 모태가 된 사단법인 '인천내일을여는집'이 들어섰다.

 

인천내일을여는집은 당시 급증하는 실직자를 위한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실직자를 위한 쉼터와 자활 모임터'로 출발했다. 그 뒤 실직자를 위한 상담소, 무료 급식소을 열었고, 실직 노숙자에게 쉼터와 일터를 제공할 재활용센터를 만들었다.

 

나아가 실직자의 자녀와 결식아동을 위한 공부방, 여성 노숙자를 위한 쉼터와 가정폭력상담소 운영, 쪽방지역 주민을 위한 쪽방 상담소와 푸드뱅크를 만들었고 그 활동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실패자는 늘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연장선에서 노숙자를 대상으로 지난 2006년 만든 사회적 기업이 바로 도농상생사업단이다. 이근남 사업단 본부장은 "노숙자들의 소망은 다시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고용이라고 한 것처럼, 일자리는 사회적 문제"라며 "자활 교육 뒤에도 적응치 못하고 쉼터로 되돌아오는 노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렵게 출발했지만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a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 도농상생사업단 이근남 본부장. 그는 중소기업 사장으로 일했던 적이 있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데 많은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 도농상생사업단 이근남 본부장. 그는 중소기업 사장으로 일했던 적이 있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데 많은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 김갑봉

▲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 도농상생사업단 이근남 본부장. 그는 중소기업 사장으로 일했던 적이 있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데 많은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 김갑봉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노숙자들이 직접 소비자와 생산자를 만나 이를 연계해야 하는 유통 사업의 중간 매개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근남 본부장은 "물론 일반인들에 비해 자신감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오히려 상생사업단은 출범 첫해인 2006년 7800만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1억 3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1억 6000여만원, 올해는 2억15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우에 불과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정부가 인정한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도농상생사업단이 추구했던 사회적 가치가 빛을 발하고 나름의 경영성과를 거둔 것이 공식적으로 인증 받은 것이다.

 

이 본부장은 "보통 영리기업과 비교하면, 16명이 일해 2억원 내외의 매출이면 보잘 것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다르다. 사회적 문제 해결과 일정부분의 경영성과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지속적으로 우린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도 노숙자들이 해냈다"며 "올해 목표는 2억 5000만원이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모두가 비장한 각오로 결의했다. 더 열심히 돌아다니며 도농상생의 가치를 알리고 소비자 개인과 단체시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도농상생사업단이 취급하는 품목은 매우 다양하다. 제주 감귤, 완주군 한우, 완도 건어물, 서천 오리쌀, 영광 굴비, 충주 사과, 여수 갓김치 등 13개 지역에 있는 영농조합과 자활후견기관, 교회공동체, 전통기능보유자 등이 생산한 품목을 도시의 소비자에게 이어주고 있다. 공급방식 또한 대농이 아닌 소농들의 살림을 위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

 

"한 개의 촛불로 많은 촛불에 불을 붙여도, 처음 촛불의 빛은 약해지지 않습니다" 이 본부장이 공공기관이나 단체 등을 만난자리에서 브리핑할 때 마지막에 하는 말이다.

 

그는 "단순히 노숙자를 위한 곳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이 사업이 품고 있는 가치는 이 사회를 살리는 길이다. 그래서 더 제품에 신경을 쓴다. 이 촛불이 더욱 번져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2010.01.26 08:43ⓒ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 #노숙자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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