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피 원경.아말피 가는 길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노시경
이 바닷가는 내가 살아왔던 생애에서 보았던 바닷가 중에서 최고의 바닷가였다. 코발트 빛 바다도 아름답지만 절벽 위에 걸쳐 놓은 듯이 세워진 집과 호텔들도 절경이었다. 절벽에 붙여서 세워진 집들은 산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마치 무너져 내릴 듯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이 집들은 모두 한결같이 짙푸른 바다를 보고 있었다. 바닷가로 골격을 드러내듯이 튀어나온 바위절벽도 아름답지만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집들이 이곳을 장식하고 있어서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대개 자연 속에 집을 지으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깨지지만 이 아말피 해변은 자연에 더한 인공이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다.
드디어 아말피에서 배가 멈췄다. 포지타노와 같이 평지는 적고 산위로 주택과 건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작은 평지에는 자갈돌과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이 조금 걸쳐 있었다.
아말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의 한곳으로 유명하지만 중세시대에는 이탈리아의 강력한 아말피 자치공화국의 수도로서 번성했던 곳이다. 중동에서 종이, 커피, 카펫 등이 이탈리아로 들어올 때 모두 이 지중해의 아말피를 통해서 처음으로 들어왔다. 베니스가 번성하기 전에 아말피는 가장 강력한 해상국가였었다. 그래서 현재 이탈리아의 해군기의 문장에는 베니스, 제노바, 피사와 함께 이 곳 아말피의 문장이 포함되어 있다.
아말피 산중턱과 해변이 만나는 곳에 아말피의 상징적인 건물인 아말피 두오모(Amalfi Duomo)가 보였다. 회색의 두오모 건물 중앙에는 급격한 경사의 계단이 이어지고 있었다. 두오모 뒤의 산중턱까지는 모두 집들이 빼곡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푸른 바다, 푸른 하늘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집들은 역시 아름다웠다. 해변가에서 올려다 본 아말피의 건축물들은 마치 하늘에서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부근의 해안가는 오스만 투르크 해적들의 무수한 침략을 경험했던 곳이기도 하다. 마치 조선시대 해안가에 왜구가 침입했던 것과 같이 이탈리아의 해변 사람들도 트루크 족의 침략에 시달렸었다. 현재 바닷가 절벽 위의 집들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옛날에 이 아말피 절벽 위의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바다를 그저 행복한 마음으로만 바라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두오모 주변으로는 휴양지의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기념품 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남부 이탈리아 해안의 특산품인 레몬과 귤을 파는 가게가 있다. 레몬은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것들 중에서 가장 컸다. 레몬 가게 옆으로는 레몬으로 만든 레몬첼로라는 이 지역 특산주를 파는 가게가 있다. 술의 색은 마치 레몬 같이 예쁜 색이지만 얼음을 꼭 섞어 먹어야 하는 아주 독한 술이다. 레몬비누와 각종 파스타 재료를 파는 가게, 아름답게 채색된 그릇을 파는 가게, 과일가게, 야채가게들도 많다. 이태리 특유의 아기자기한 가게들이다.
배는 다시 남부해안마을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살레르노(salerno)를 향해 출발했다. 절벽 위의 집들이 계속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 신영이는 강렬한 햇살 속에서도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용케 자고 있었다. 오전의 해수욕으로 인한 피곤함이 신영이로 하여금 지중해 위에서 낮잠에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