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론' 해명에도 박근혜 MB 향해 직격탄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당혹스런 청와대, 언론에 책임 돌려

등록 2010.02.10 11:29수정 2010.02.1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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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기사 보강 : 10일 낮 12시 37분]

이명박 대통령의 '강도론'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사회적인 대립구도를 뛰어넘어 국가수반으로서 갈등을 조정하려고 한 발언이었는데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받아치는 등 향후 정국이 차기 주자와 현직 대통령의 정면 대결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양측의 감정 소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정치적 화해가 요원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후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지자 청와대 참모들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박 전 대표가 비난에 가세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늑장대응'이 되어버렸다.

이 대통령은 9일 충청북도 업무보고에서 "저는 솔직히 생각하면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어 한다"며 "모든 것을 그냥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 계산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다. 세계와의 전쟁이기 때문에 모두가 이기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른바 '강도론'을 피력했다.


"가장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10월 19일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 대통령은 북한 핵 위기와 관련해 "형제가 싸우더라도 강도가 칼을 들고 뛰어들면 싸움을 중지하고 모두 힘을 합쳐서 강도를 물리친다"고 말했고, 당내 후보경선이 치열했던 이듬해 5월 15일에는 "강도가 들어와도 망하는 집은 계속 싸우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싸움을 중지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인 2008년 11월 25일에도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해 "되는 집안은 형제가 칼 들고 싸우더라도 강도가 들어오면 싸움을 중지하고 강도하고 싸운다"고 국민들의 단합을 주문했다.

그러나 9일 내놓은 '강도론'은 여느 때와 다르게 다가왔다.

세종시 수정안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 박근혜계의 거센 저항을 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논란의 무대가 되는 충청권에서 그와 같은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시기와 장소 모두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며 자신을 힘들게 하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만했다.

'강도론' 해명한 지 30분도 안 돼 박근혜 작심 반박... 청와대 '당혹'

a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 남소연

박근혜 전 대표는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맞받아쳤다.

박 전 대표는 10일 오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강도론은) 백번, 천번 맞는 말씀"이라면서도 "그런데 집안에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강도로 돌변하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박 전 대표가 언급한 '강도'가 이 대통령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 세종시 국면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해온 그이지만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한 셈이다.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박 전 대표를 자극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는 "여야를 떠나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해석에 따라서는 '모든 것을 그냥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인 계산을 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당연한 일반론을 말씀하셨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일 잘하는'(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하시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의 파장을 차단하는 데 나섰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이 얘기가 나온 맥락은 세종시 문제니 이런 조그마한 정치적인 사안을 가지고 너무 격렬하게 정치권이 싸우기도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싸우기도 하니까 중요한 국가과제에 대해서 일단 모두 힘을 모으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수석은 "세종시 문제를 정말 차분하게 정책적인 토론으로 끌고 가야지, 이걸 계속 이런 문제를 갖고 정말 죽기 살기 식으로 싸우게 되면 결국 그 피해가 국민에게 간다는 함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박 수석은 "한나라당 당헌을 보면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문제제기를 하면, 당연히 토론이 있어야 한다"며 박 전 대표를 압박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에 사태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이 나오기 전 춘추관을 찾아와 "세계 경제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글로벌 경제 속의 우리가 갈등이나 정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화합하고 힘을 모아서 국가적 과제를 극복하자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당내 화합을 당부한 것을 거꾸로 당내 갈등으로 부추기지 않길 바란다"며 "대통령의 진의를 정쟁적 시각에서 쓰면 국민들에게 인식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언론의 책임을 거론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이 춘추관을 나선 지 30분도 되지 않아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뜻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뭔가 큰 오해를 하시는 것 같다"고 당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김은헤 #박근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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