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 철길 들어서는 길목. 오른쪽은 오류동역 방향, 왼쪽이 항동 방향.
성낙선
올 겨울, 이제는 더 이상 눈이 내리지 않으려니 생각했다. 날이 점점 더 포근해지는 게 설사 눈이 내린다 해도 길을 덮을 정도는 되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다. 이날(11일) 일기예보조차 불분명한 데가 있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거라는데, 무언가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 그런데 이날 아침, 그 일기예보가 정확히 들어맞았다. 뜻밖의 눈이 내리고 있다.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눈 덮인 철길을 걸어보려면, 지금 길을 나서야 한다.
항동 철길(서울시 구로구)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가까이 찾아가 천천히 거닐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철길이다. 홍익대학교 근처를 지나가는 옛 용산선(용산역~가좌역)이 있기는 하지만, 이 철길은 2005년에 폐선이 돼, 지금은 그 형태만 철길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에 비해 항동 철길은 비록 하루 한 차례 화물 열차가 다닐 뿐이지만, 여전히 철로로 사용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논과 밭이 어우러져 있어 예전 시골 정취를 그대로 맛볼 수 있는 길이다. 그러니 남다른 가치를 지녔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