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64) 여성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864] '여성화했기 때문에 가치가 저하된 직업' 다듬기

등록 2010.02.21 14:09수정 2010.02.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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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화하다

 

.. 여성이므로 채용하지 않는 일은 결코 없지 않지만, 지금까지 여성화했기 때문에 가치가 저하된 직업이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  <쓰지 유미/송태욱 옮김-번역과 번역가들>(열린책들,2005) 190쪽

 

'채용(採用)하지'는 '쓰지'나 '받아들이지'나 '뽑지'로 다듬고, '결(決)코'는 '꼭'이나 '반드시'로 다듬으며, "가치(價値)가 저하(低下)된 직업(職業)이 있다는 것도"는 "값어치가 떨어진 직업이 있음도"나 "값어치가 낮아진 일이 있음도"로 다듬습니다. "염두(念頭)에 두지"는 "생각해 두지"나 "마음에 두지"로 손질해 줍니다.

 

 ┌ 여성화 : x

 │

 ├ 여성화했기 때문에

 │→ 여성이 많이 차지했기 때문에

 │→ 여성만 일하기 때문에

 └ …

 

국어사전에는 '여성화'를 비롯해 '남성화'라는 낱말이 안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누리집 찾기창에 '여성화'를 넣어 보면, 온갖 '여성화'라는 말이 줄줄이 뜨며, 백과사전 풀이도 하나 보입니다. 누리집 백과사전을 들여다봅니다. "여성화(女性化)란, 남성이 외형적 또는 내면적으로 여성의 특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여성화의 종류 생물학적 여성화 활동적 여성화 사회학적 여성화 또한, 활동적 여성화와 유사한 개념으로 크로스 섹슈얼이 있다." 백과사전 풀이라고는 하지만, 둘째 줄은 알쏭달쏭한 말입니다. '생물학적 여성화'란 뭐고 '활동적 여성화'나 '사회화학적 여성화'란 무엇일는지요. '크로스 섹슈얼'이란 또 무엇일까요. 딱히 쉽게 풀어낼 말이 없어서 이렇게 적은 듯하기는 하지만, 딱히 풀어낼 재주가 없다고 해야 올바르지 싶고, 우리 삶으로 스며들 만한 학문이나 지식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여겨야 알맞지 싶습니다. 학문을 하는 분들이 자꾸자꾸 이런 말마디를  쏟아내거나 일본에서 들여오는 까닭에 우리 말과 넋과 삶은 나날이 찌들거나 뒤틀릴 수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그나저나, '여성화'란 "남성이 여성을 닮아 가는" 일을 가리킵니다. 이와 함께 '남성화'란 "여성이 남성을 닮아 가는" 일을 가리키겠지요. 그러니까, '여성화-남성화'처럼 괜히 한 낱말로 삼기보다는 "남성을 닮아 가는"이나 "여성을 닮아 가는"처럼 적을 때가 한결 낫습니다.

 

 ┌ 여성이 많이 일하기 때문에 깎아내리는 일거리가 있음도

 ├ 여성만 하는 일이라 여기며 낮잡아보는 일거리가 있음도

 └ …

 

말이란 꾸밈없이 할 노릇입니다. 말하는 사람부터 스스로 무슨 이야기를 펼치고자 하는지를 제대로 되새기고 곰삭이면서 펼칠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말을 듣는 사람이 올바로 알아듣고 알맞게 받아들이도록 도울 노릇입니다.

 

말이란 수수하게 나눌 노릇입니다. 말하는 사람부터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지를 찬찬히 헤아리고 생각하면서 들려줄 노릇입니다. 이러는 가운데 말을 듣는 사람이 곰곰이 돌아보고 슬기로이 껴안도록 거들 노릇입니다.

 

말치레가 아닌 말가꿈이 되면 좋겠습니다. 말껍데기가 아닌 말알맹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빈 수레가 시끄럽다는 옛말처럼, 듬직하게 여문 말삶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선생님의 여성화는 문제점이 많습니다

 │→ 여성 선생님이 늘어나면 문제점이 많습니다

 │→ 여성 선생님만 넘치면 문제가 많습니다

 ├ '남학생의 여성화(化)'가 빚어지고 있다고

 │→ 남학생이 여성을 닮아 가고 있다고

 │→ 남학생이 여학생처럼 되어 가고 있다고

 ├ 세례명 베드로를 여성화하면?

 │→ 세례이름 베드로를 여성 이름처럼 붙이면?

 │→ 세례이름 베드로를 여성 이름으로 바꾸면?

 └ …

 

오늘날 우리들이 주고받는 '여성화'를 있는 그대로 돌아보면서 가다듬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우리는 무슨 모습을 나타내고자 하면서 '-化'를 슬며시 붙이고 있을는지요?

 

다름아닌 우리들이 나누는 '여성화'를 쓰임새 그대로 헤아리면서 손질할 수 있으면 한결 좋겠습니다.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면서 '-化'를 덥석덥석 달아 놓고 있을는지요?

 

쉽게 하면서 넉넉할 말을 쉽게 안 하는 우리들은 아닌가 궁금합니다. 지식을 자랑하거나 내세우는 우리들이 아닌가 궁금합니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처럼, 우리가 더 얻거나 깨우친 깜냥을 넉넉하게 나누려고 하는 매무새가 모자란 우리들이 아닌가 궁금합니다.

 

 ┌ 심화되고 있는 '빈곤의 여성화'추세다

 │→ 깊어지고 있는 '여성이 더 가난해지는' 흐름이다

 │→ '여성이 가난해지는' 흐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 고령화, 여성화 되어가고 있는 농촌현실을

 │→ 늙어 가며 여성이 늘어나는 농촌 현실을

 │→ 어르신과 여성이 늘어나는 농촌 모습을

 └ …

 

삶이 삶답지 못하면 말이 말다울 수 없는데, 우리들은 우리 말이 우리 말답지 못함을 깨닫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 삶이 우리 삶답지 못함조차 못 깨닫고 있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리 삶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모르고 있으니, 우리가 늘 쓰는 말이 어떤 모양새인지를 모르고 있구나 싶습니다. 우리 삶을 옳게 가누는 길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아채려 하지 않으니, 우리가 서로서로 나눌 말을 옳게 가누는 길이란 처음부터 안 찾아보는구나 싶습니다.

 

제자리를 찾고 제삶을 찾으며 제말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제길을 걷고 제넋을 지키며 제글을 다스리면 좋겠습니다. 제철을 느끼고 제빛을 돌보며 제대로 어깨동무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2.21 14:09ⓒ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화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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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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