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계약자 2800여명, 배당금 10조원 청구 집단소송

"왜 이건희 일가가 30조원 이익 독식하려 하나"...삼성생명측, 2007년에 정리된 사안

등록 2010.02.22 13:10수정 2010.02.2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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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앞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앞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 계약자 2808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10조원의 이익배당금 지급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소비자연맹과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위원장 정성일)의 지원을 받은 이들은 22일 오후 "이익형성에 기여한 계약자를 배제한 채 상장해 이건희 재벌가가 모든 이익을 독식해 삼성자동차 부채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상장하기 전에 배당금을 계약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00명에 가까운 보험계약자들이 국내 1위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은 국내 보험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이번 집단소송으로 인해 올 상반기 주식상장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주식상장은 삼성자동차 부채 해결과 직결된 사안이라 상장이 늦어질 경우 부채는 더욱 늘어난다.

지난 2007년부터 준비해온 이번 집단소송에는 법무법인 덕수·한영 등 변호사 8명이 소송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고, 공인회계사, 보험계리사, 보험학·경제학 전공 교수 등도 자문해주고 있다.

"계약자 몫 인정 않으면 주주가 상장차익 독식하게 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소장에 따르면, 우선 소송대리인단은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상품 표준약관과 보험업법 제121조(배당보험계약의 구분계리 등) 등을 근거로 계약자들에게 이익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은 유배당 보험상품을 팔 당시 표준약관에 '회사는 금융감독원장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회사가 결정한 배당금을 계약자에게 지급한다'라는 계약내용을 포함시켰다. 삼성생명은 설립 이후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더 비싼 유배당 보험상품만 팔아오다가 1992년 10월께부터는 무배당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보험업법 제121조와 동법 시행령 64조, 시행규칙 30-2조에는 '보험사는 배당보험 계약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100분의 10 이하는 주주 지분으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계약자 지분으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즉 영업결과 발생한 이익의 10%는 주주에게, 나머지 90%는 보험계약자들에게 배당해야 한다는 것. 이는 2001년부터 적용됐으며, 이전에는 주주와 유배당 계약자의 배당 비율은 각각 30%와 70%였다.  

소송대리인단은 "그런데 삼성생명은 이 사건 유배당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래로 유배당 보험계약자들에 대하여 상당히 부족한 배당을 실시했다"며 "삼성생명이 유배당 보험계약자들에게 처분(실현)이익을 배당하였고 평가(미실현)이익 등에 대한 배당은 유보하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송대리인단은 "(주식을 상장할 경우) 그동안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던 삼성생명의 자산가치를 시가로 평가하여 삼성생명의 기업가치를 계산하면 수십조원의 이익이 발생한다"며 "이러한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익 중에는 당연히 유배당 계약자들의 몫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소송대리인단은 "삼성생명이 유배당 보험계약자들에게 위와 같은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그대로 상장하면 모든 이익이 주가에 반영되어 삼성생명의 주주가 그 이익 전부를 향유하게 된다"며 "삼성생명이 상장 전에 유배당 계약자들에게 그들의 정당한 몫을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송대리인단은 계약자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생명보험 상품'의 특성을 강조했다. 소송대리인단은 "생활용품이나 가전제품 등의 일반 소비재는 대금을 지불하면 거래관계가 종료되고 은행은 약정된 이자만 지급하면 거래가 완료되지만 생명보험은 이들 상품과는 다른 특징을 갖는 이른바 배당제도가 있다"고 밝혔다.

소송대리인단은 "생명보험은  미래의 사고발생확률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과거의 통계를 이용하여 정확한 보험료가 아닌 할증된 예정 보험료를 받고 차후에 실제발생률과 정산하여 계약자배당이라는 명목으로 보험료를 정산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보험료를 더 받았거나 보험료를 투자하여 이익이 발생하였다면 당연히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생명보험의 기본원리"라고 강조했다.

a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지급 집단소송'에는 2800여 명의 유배당 보험상품 계약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건수로는 5000건이 조금 넘는다.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지급 집단소송'에는 2800여 명의 유배당 보험상품 계약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건수로는 5000건이 조금 넘는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삼성생명이 상장 전에 '계약자 이익배당'을 해야 하는 이유

계약자들로부터 거두어들인 보험료는 나중에 보험금(실제위험율) 지급, 책임준비금(실제이자율) 적립, 사업비(실제사업비) 사용에 쓰인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의 경우 이익배당은 '이자율차배당'(예정이자율-실제이자율)과 '위험율차배당'(예정위험율-실제위험율), '사업비차배당'(예정사업비율-실제사업비율) 3가지뿐이다. 결국 생명보험사의 이익은 대부분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계약자 이익배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헤아려야 할 것이 '이자율차배당'이다. 소송대리인단은 "이자율차배당에는 당해 연도 이자율차 운영수익(투자자산의 배당, 이자, 임대료 수입 등 경상 운용수익)도 포함되어야 하는데 자산수익에 대한 평가가 없는 상태여서 취득가액 그대로 장부가에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에 계약자 배당에서 매년 빠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이 계약자의 보험료로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치자. 삼성생명은 부동산의 가치 상승과 상관없이 계속 최초 매입가만 장부에 기재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상승해도 계약자 배당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식을 상장할 경우 상승한 부동산 가치는 고스란히 주식가치(기업가치)에 반영된다.

소송대리인단은 "삼성생명이 부동산 등 장기투자자산의 계약자 몫을 구분하여 배당금 등으로 지급하지 않고 그대로 상장하게 되면 이의 가치가 주식가치에 반영되어 모든 이익을 주주가 불로소득으로 향유하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삼성생명은 상장 전에 계약자에게 배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대리인단은 "삼성생명이 소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부동산 등 장기투자자산은 거의 다 유배당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로 매입되었다"며 "그렇게 때문에 유배당 계약자가 기여한 몫을 따져서 적정하게 배당해야 한다"고 거듭 '상장 전 이익배당'을 주장했다.

삼성생명이 그동안 주식상장을 계속 미루어온 배경에도 이러한 '계약자 이익배당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상장을 미룰수록 계약자에 돌아갈 '유배당 계약준비금'이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송대리인단은 "삼성생명은 현재 유배당 보험상품을 거의 판매하지 않고 전부 무배당 보험상품만을 판매하기 때문에 유배당 계약준비금의 비중이 매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며"1992년 이전에는 전부 유배당 계약준비금이었나 현재는 유배당 계약준비금이 40%에도 못 미치게 되어 장기투자자산의 평가이익이 발생해도 60% 이상을 회사의 주주가 가져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52년간 삼성생명에 기여한 계약자들 몫은 10조원

그렇다면 삼성생명의 기업가치에 기여한 계약자들의 몫은 얼마나 될까? 전체 책임준비금 중 유배당 계약준비금의 비율이 계약자 몫이고, 계약자 몫 중 10%는 주주 몫으로 배당된다.

2010년 1월 20일 현재 장외에서 거래되는 삼성생명 1주당 가격은 15만원이다. 여기에서 액면가인 500원을 제외한 14만9500원에 주식수 2억주를 곱하면 삼성생명의 자산가치(capital gain) 변동액은 29조9000억원이 된다. 주식을 상장하면 삼성생명의 기업가치가 29조9000억원이나 증가한다는 얘기다. 이는 삼성생명이 주식을 상장할 경우 얻게 될 상장차익이 30조원에 육박한다는 것과 같다.

2009년 12월 말 현재 삼성생명의 유배당 계약준비금 비율은 38%(정확하게는 38.4%) 정도이기 때문에 유배당 계약자 몫은 11조3620억원(29조9000억원×0.38)에 이른다. 이 가운데 주주 몫(10%) 1조1362억원을 제외하면 전체 계약자 몫은 10조2258억원이다. 

소송대리인단은 이러한 계산을 바탕으로 1958년부터 2009년까지 52년간 계약자들이 삼성생명의 기업가치에 기여한 몫을 10조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해마다 1923억여원의 이익금을  계약자들에게 배당했어야 하는 금액이다.

특히 소송대리인단은 "삼성생명이 연도별 유배당 책임준비금과 원고 개인별 책임준비금, 연도별 전체 배당금액과 원고 개인별 배당금 지급액 자료를 제출하면 개인별 배당금 등이 정확히 계산된다"며 "정확한 배당금 산출을 위해 삼성생명이 관련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며 재판부에 '문서제출 명령'을 신청했다.

또한 삼성생명은 지난 1990년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뒤 계약자 몫 878억원을 자본잉여금으로 남겨두었다. 당시 자산재평가 차익 2927억원 중 876억원을 주주 몫(30%)으로 배당하고 이를 자본금으로 전입했다. 계약자 몫인 2051억원(70%) 중 40%에 해당하는 1173억원을  ▲공익사업 출연 391억원 ▲특별배당금 391억원 ▲배당안정화준비기금 391억원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계약자 몫 878억원(30%)은 자본잉여금으로 내부에 유보시켰다.

소송대리인단은 "자본잉여금 878억원은 계약자 몫 70% 중의 30%로서 분명히 계약자 몫"이라며 "삼성생명은 자본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입시켜서 신주를 배정하든지 현재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합리적인 계산을 통해 유배당 계약자들에게 정확한 몫을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식을 상장하기 전에 주주 몫과 계약자 몫을 명확하게 따져서 계약자 몫인 내부유보금을 신주 등으로 배당하라는 요구이다.

 [표] 삼성생명 지분구조

[표] 삼성생명 지분구조 ⓒ 오마이뉴스 봉주영


이건희 전 회장 상장차익 6조원 넘을 듯... 삼성차 부채 갚고도 남아

삼성생명은 내부유보금 878억원의 경우 이자없이 계약자들에게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약자들의 요구와 달리 주주 몫과 계약자 몫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주식을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 주식을 상장하기 전 주주 몫과 계약자 몫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주식을 상장할 경우 상장차익은 주주들이 독식할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전 회장으로 20.76%(415만1918주)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를 장외거래가(15만원)로 계산할 경우 이 전 회장은 6조 2200억여원의 상장차익을 얻게 된다. 이는 삼성자동차 부채 5조원을 갚고도 남는 금액이다. 그는 이미 삼성자동차 부채 해결을 위해 자신이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식 400만주(6조원)를 채권단에 내놓은 상태다.

<오마이뉴스>가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주당 10만원으로 가정했을 경우 이 전 회장과 삼성에버랜드(19.34%, 386만8800주) 등 특수관계인(계열사)이 얻게 될 상장차익은 총 10조310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장외거래가로 계산하면 15조원이 넘는다.  

정성일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삼성생명이 계약자 몫 배당 없이 그대로 상장해 30조원을 주주가 독식할 경우 이건희 전 회장은 주식평가차익만 6조원 이상을 얻게 된다"며 "자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는 주주가 돈벼락을 맞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우리는 삼성생명의 상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자로서 오히려 보험사가 하루빨리 상장해서 더욱 더 발전하길 바란다"면서 "다만 유배당 계약자들은 법과 약속에 따라 계약자 몫을 정당하게 배분하고 상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측은 생보사 상장차익 배분은 이미 2007년에 사회적 논란을 거쳐 생보사가 사회공헌기금을 출연키로 합의를 했기 때문에 또다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주식상장 #보험소비자연맹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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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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