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섬 가진 삼성생명, 1섬까지 빼앗으려 하나"

[인터뷰]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지급 집단소송' 정성일 생보상장계약자공대위원장

등록 2010.02.12 11:25수정 2010.02.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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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이 '황제'에게 대드는 형국이다. 3000여 명의 삼성생명 보험계약자들이 '삼성생명 이익 배당금 지급 집단소송'에 나선 '사건'이 그렇다.

 

평범한 보험계약자 3000여 명은 다음 주 안으로 삼성생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다. 건수로는 5000건이 조금 넘는다. 미국·캐나다·중국·일본에 사는 동포들도 참여했다. 이에 삼성생명 측은 '법조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방패'로 선택했다고 한다.

 

"계약자 몫 878억 원은 현재 가치로 1조8000억 원 이상"

 

a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지급 집단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정성일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원장.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지급 집단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정성일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구영식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지급 집단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정성일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구영식

'삼성생명 이익 배당금 지급 집단소송'은 보험소비자연맹(보소연)과 법무법인 덕수 등의 지원을 받은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가 주도하고 있다. 9일 저녁에 만난 정성일 위원장은 "삼성생명이 지난 1월 22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예비심사가 완료되기 전인 다음주 안으로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30년간 대림산업 등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 1980년대 초 두 건의 유배당 보험상품에 들었다. 동방생명이 삼성생명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이었다. '이익 배당'을 해주는 보험상품이었기 때문에 보험료는 다른 상품에 비해 비쌌다. 달마다 8만6000원 정도의 보험금이 빠져나갔다.

 

"당시 동방생명 직원이 55세부터 돈을 엄청나게 많이 준다고 했다. 55세부터 75세까지 20년간 1년에 천 몇 백만 원씩 준다는 것이다. 내가 낸 보험금은 당시 7급 공무원의 한 달 월급에 가까운 금액이다. 그걸 5년 동안, 60개월 냈다."

 

삼성생명은 1990년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에 들어갔다. 이러한 자산재평가를 바탕으로 주주와 계약자의 몫을 각각 30%와 70%로 정했다. 다만 계약자의 몫 70% 중 40%는 자본잉여금(내부유보액)으로 남겨두었다. 당시 남겨둔 계약자 몫 878억 원 처리문제가 이번 집단소송의 핵심내용이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이 878억 원이 장애가 돼 상장을 못했다. 이걸 인정하면 (주주에게 가는) 이익 배당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식회사라면 계약자들 몫을 기업회계에 전입할 수 없다. 상호회사이기 때문에 878억 원을 자본잉여금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갔기에 그동안 계약자들에게 나눠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상장자문위는 878억 원이 '계약자 몫의 부채'라고 주장하면서 '이자 없이 지급하겠다'는 희한한 결론을 내놓았다. 20년 가까이 계약자 몫 40%가 주주들이 낸 자본금과 동일하게 대접받고 사용되다가 갑자기 '부채'로 바뀌어 버린 것. '이자 없이 빌린 돈'으로 둔갑한 셈이다.

 

"이자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20년 동안 무이자로 쓸 수 있는 돈이라면 누가 안 쓰겠나? 계약자 몫이 주식상장의 걸림돌이 되니까 원금 878억 원만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자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률 등까지 고려하면 878억 원은 1조8000억여 원에 해당한다."

 

보소연과 대책위에서 평가한 것에 따르면, 계약자 몫 878억 원은 현재 1조8765억 원의 가치를 갖는다. 이는 삼성생명 주가를 액면분할 전 1주당 70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 금액이다. 현재 삼성생명 주식이 1주당 150만 원대에 거래된다는 점을 헤아린다면 계약자 몫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a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지급 집단소송'에는 3000여 명의 유배당 보험상품 계약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건수로는 5000건이 조금 넘는다.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지급 집단소송'에는 3000여 명의 유배당 보험상품 계약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건수로는 5000건이 조금 넘는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지급 집단소송'에는 3000여 명의 유배당 보험상품 계약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건수로는 5000건이 조금 넘는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삼성생명은 왜 경주 최씨 일가가 존경받는지 알아야"

 

정 위원장이 인터뷰 도중 한 방송사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명가>를 언급했다. 드라마 <명가>는 한국의 최고 부자로 평가받는 경주 최씨 일가의 이야기다.

 

"왜 경주 최씨가 명가로 인정받는지를 봐야 한다. 그것은 부자였던 최씨 일가가 가난한 사람들까지 배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자산 120조 원대의 삼성생명은 어떤가? 99섬을 가진 부자기업 삼성생명이 가난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1섬까지 빼앗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네 1섬만 보태주면 100섬이 된다'는 논리로 가난한 사람에게 전부인 1섬까지 빼앗아 가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액면분할 전 1주당 100만 원으로 가정했을 경우 이건희 전 회장(4조1310억여 원)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이 총 10조3108억여 원의 상장차익을 얻는다. 특히 삼성생명 2대 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가 이재용 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점에서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고스란히 이건희 전 회장 부자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 위원장을 비롯해 집단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계약자들의 주장은 단순명쾌하다. 삼성생명이 계약자 몫으로 평가한 878억 원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해 주식 배정 등 이익 배당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진짜 초일류 글로벌기업이 되려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도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명패만 주식회사지 실제 운영은 상호회사처럼 해왔다. 주식을 상장하기 전에 878억 원과 관련해 계약자들에게 명확하게 이익 배당을 해야 한다."

 

정 위원장은 "소비자를 무시하고 영원히 존재하는 기업이 없다는 사실을 최근의 토요타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며 "삼성생명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보험계약자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02.12 11:25ⓒ 2010 OhmyNews
#삼성생명 #정성일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 #보험소비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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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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