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굿 6신위영등굿은 영등신(영등대왕/해신선왕), 당신(도원수감찰지방관/요왕부인), 요왕신(남당하르방/남당할방) 등 3종 6신위를 모셔놓고 진행한다.
최육상
이날 영등굿은 영등신(영등대왕·해신선왕)-당신(도원수감찰지방관·요왕부인)-요왕신(남당하르방·남당할방) 등 3종 6신위를 각각 좌-중-우에 모셔놓은 뒤, '초감제-본향듦-요왕맞이-씨드림/씨점-영감놀이-배방선-도진'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상잠수 중잠수 하잠수, 특히 건입동 잠수들도 물에 들어갔다가 물질하러 갔다가 넋 나게 마십시오. 물속에 들었다가 거북이 보고 놀라게 마십시오. 바다에서 전복인가 소란가 하며 눈에 편식하여 때러 들어갔다가 아니어서 손이 끼게 하지 마십시오. 요왕님아 한 번 물에 들면 망사리 가득 많이 등에 지고 나가게 하여 이 자손들 편안하게 하십시오."이는 <제주칠머리당영등굿>(국립문화재연구소-문무병, 이명진 글/백지순 사진/민속원/2008)에 실린 '영등굿' 채록 내용 중 '요왕맞이'의 한 대목이다.
영등굿은 이처럼 신들께 마을의 안녕과 바다에서의 안전, 풍어 등을 기원하는 종교의식이다. 그래서 굿은 전반적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굿을 주도하는 심방(무당)의 일거수일투족에 온갖 신경을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나 굿은 심방뿐만이 아니라 바다를 일터로 삼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참여 속에 계속 이어진다. 소라와 전복 등의 씨를 바다에 뿌리는 '씨드림'과 그 씨가 잘 자랄지를 가늠해보는 '씨점', 그리고 영등할망 등을 잘 모셔가라는 의미에서 도깨비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노는 '영감놀이', 음식을 짚배에 실어 바다에 띄워 보내는 '배방선' 의식 등 그 중심에는 해녀를 비롯한 주민들이 놓여 있다. 이는 바다를 향한 섬사람들의 애환과 바람을 한바탕 놀이로 날려 보내는 축제의 현장이기도 하다.
영등굿이 인류의 보편적인 세계무형문화유산이 된 이유는 이러한 종교의식과 축제가 결합된 데 있을 것이다. 세계무형문화유산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느끼는 희로애락을 때로는 음악으로 때로는 춤으로 때로는 가면극으로 때로는 인형극으로 풀어낸다는 보편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영등굿은 음악과 춤, 한바탕 어울림 마당놀이, 판소리 같은 사설 등을 한데 모아놓은 종합 예술의 성격이 강하다. 굿의 바탕에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바람이 놓여 있음은 물론이다.
영등굿은 종교의식과 축제가 결합된 세계무형문화유산영등굿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무렵까지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인 칠머리당영등굿 기능보유자인 김윤수 심방(무당)을 비롯해 남녀 심방이 번갈아가며 읊는 사설과 각종 춤사위 그리고 북, 장구, 징, 설쇄 소리가 어우러지며 한껏 들썩거렸다.
그러나, 장장 9시간에 걸쳐 지켜본 영등굿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굿이 긴 탓에 의식이 복잡한 이유도 있었지만 굿에서 모시는 여러 신들의 이름과 지역명 등도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굿을 주관하는 심방들이 읊는 사설은 대부분 제주도 방언으로 되어 있어 굿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물론, 처음 보는 영등굿을 이해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주도 토박이 대학생들의 생각도 나와 비슷하다면 문제는 다르다. 점심 식사 시간 동안 굿이 잠시 멈춘 틈을 타 만난 이들은(김지은·김경은·김은영, 이상 제주대 사회학과 4학년) 영등굿을 접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전부터 들어보기는 했는데 영등굿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에요. 지명은 알겠지만 사설의 대부분이 방언이라 솔직히 알아듣기가 힘들어요. 심방이 이야기 전달을 좀 더 명확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굿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종교사회학과 교수님이 추천하셔서 와 봤는데, 앞으로 알고 보면 재미는 있을 것 같아요."이어 이들은 "지난번 영등굿(영등환영풍어제)에서는 영등할망이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바람이 많이 불고 엄청 추웠다"면서 "오늘 바람이 잔잔한 걸 보니까 영등할망이 정말 바람과 함께 떠나신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