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종합개발기본계획보고서
서울환경연합
그런데 위 <계획>이 발행된 것은 1983년 5월이었다. 기공식이 지나고, 이미 사업이 10% 쯤 진행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실시설계도 아닌 초보적인 기본계획이 이제서야 나온 것이다. 더구나 보고서는 주요 사업인 '보'의 위치조차 제시하지 못했고, 하수처리 계획도 미비했다. 건설사들은 골재 준설부터 진행하면서, 계획을 세우는 중이었다.(대한토목학회, '한강 개발에 대한 좌담회', 1983. 3.)
사업 10% 진행 뒤 나온 기본계획, 핵심은 골재채취?
<계획>은 한강종합개발의 주요 효과로 '골재자원개발', '치수', '외화절약(유류절감)'을 들었다. 강의 골재를 파내는 게 왜 이익이 되는지 경제학에서 근거를 찾을 수는 없다. 어쨌든 한강저수로의 폭 800m와 깊이 2.5m는 골재 판매 수익 2300억 원(7285만㎥)을 마련하기 위해 계산되었다('한강 개발 좌담회', 1983. 3.). 남산의 1.5배에 이르는 엄청난 양,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통해 준설하겠다는 골재 5.7억 톤의 1/8에 해당하는 양을 한강의 서울 구간 36km에서 굴착하겠다는 것이었다.
치수 효과는 골재를 파내 하상과 수위를 낮추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사실은 두 개의 보(신곡보, 잠실보)를 세워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에 효과가 없었다. 외화절약은 골재 운반 거리가 짧아져 기름을 아꼈기 때문이라는데, 주요한 효과라고 하기엔 쑥스러운 87억 원이다. 더구나 이 87억 원은 이미 골재판매 수익 안에 포함된 것이어서, 중복계산된 것이다.
<보고서>는 사업의 간접효과로 '한강연안의 획일성 유지', '도시경관의 구조 개선', '이·치수 면에서의 경제적 이용 및 방재', '한강본래의 기능회복과 전통적 복원', '잠재녹지공간에서 기능공간으로서 이용', '도심위락편중의 분산', '동서교통망확보로 도심교통분산', '육상레크리에이션의 활성화', '시민정서순화와 의식구조 개선'도 들고 있다.
아무리 군사정부라지만 '획일성 유지'가 사업 목표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중에서도 '교통망 확보' 외에는 설득력이 있는 게 없다. 결국 한강종합개발사업은 대통령이 주관한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였지만, 실상은 골재를 파내서 올림픽도로를 8차선으로 확장한 것 외에는 성과가 불분명하다.
25년 만에 '생태적 사막' 된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