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열 열사의 고향 선배인 하용웅(앞 오른쪽)씨와 김영만(맞은편) '4.11 민주항쟁 50주년 행사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7일 저녁 창원 성산종합복지관에서 열린 "김주열 열사 50주기 범국민장 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주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성효
김주열(1943~1960) 열사는 1960년 마산상고에 입학하여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실종됐고 이후 사망한 채로 발견되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인물이다. 당시 경찰은 시신을 탈취하다시피 해 고향인 남원으로 가져가 장례를 치렀다.
추모사업회는 경남도청과 마산시청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한 속에 '범국민장'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락과 펼침막, 무대 설치 등 총 5000여만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영만 위원장은 범국민장에 앞서 '일일주점'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야말로 기금 마련을 위해서이며, 홍보 목적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범국민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10년 전부터 해왔고, 구체화하기 시작한 때는 올해 1월부터다. 그 때 3·15의거를 국가기념일로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았다. 김주열은 남원에서 태어났지만 죽어서는 마산이 아들이 되었다. 다른 지역에서 성금을 보태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지만, 정작 나서야 할 경남과 마산에서는 그렇지 않다."김 위원장은 범국민장을 준비하며 김태호 경남지사와 황철곤 전 마산시장을 만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면담 신청을 해서 만났다. 범국민장에 도지사와 시장이 와서 추도사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식순에도 넣어 놓았다. 3·15의거가 국가기념일이 되었기에 그렇고, 경남도와 마산시가 늘 3·15를 자랑해 왔지 않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당연하다고 봤다. 도지사와 시장을 각각 면담하는 자리에서 관련 부서 공무원이 배석했는데, 너무 적극적이었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내용을 알고 있었고 적극 도와 주겠다고 했다."그런데 며칠 뒤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
"무슨 연유인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말하지 않겠다. 도지사는 범국민장이 열릴 무렵 외국 출장 중인 것으로 안다. 부지사가 추도사를 대독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경남도 담당자는 선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부지사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이해가 안 된다.""실무자가 며칠 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 공무원이 김주열이 정부로부터 받은 '열사증'이 있느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실무자가 '국립묘지인 4·19와 3·15묘지에 묘소가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대답했다고 한다. 도와 주기 위해 근거를 찾으려고 그렇게 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주열 범국민장'이 '불법 장례'가 아니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종의 '시민장' '사회장'으로 생각한 것이다. 어떻게 공무원이 '열사증'이 있느냐고 물을 수 있느냐 말이다."김영만 위원장은 "그래도 행사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펼침막도 내걸고, 장례식에 올 조문객들을 그냥 보낼 수 없기에 도시락도 주문했으며, 시신 인양지에 무대도 설치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성금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행사가 끝나고 나면 외상이 남을 것 같다. 열사의 후배인 용마고(옛 마산상고) 학생들도 오고, 서울에서 김주열 열사의 가족들이 온다. 그냥 보낼 수 없어 도시락도 주문하고 있다. 아마도 도시락은 1500개 가량 들어갈 것 같다. 추모 공연할 단체한테 공짜로 해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는데 걱정이다."도시락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이야기꽃 핀 일일주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