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똥물의 주범은 '잠실'과 '신곡'

[한강을 돌려줘③] 보 허문 태화강, 보 쌓은 한강...상반된 결과

등록 2010.04.19 09:21수정 2010.04.1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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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모델은 서울의 한강이다. 콘크리트 축대로 정돈하고, 보를 세워 물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서울 한강에 사는 물고기, 곤충, 새들은 주변보다 왜소하고 종류도 적다. 바로 환경 탓이다. <오마이뉴스> <서울환경연합> <대한하천학회>는 모래밭, 여울, 숲이 있는 한강을 제안하고자 연속기획을 마련하였다. 기획에는 토목, 사회, 역사, 도시계획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부산시는 400만 시민들의 식수를 낙동강 하류 물금과 매리에서 취수한다. 그런데 취수원으로부터 25km 하류에 있는 낙동강 하구언(보) 때문에 오염물질이 쌓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구언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가 매년 20억 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준설을 하고 있지만, 낙동강 하류의 수질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영산강 하구에도 하구언이 있어, 아예 하류는 영산호로 불린다. 그런데 영산호는 낙동강과 달리 생활용수를 취수하지 않는다. 때문에 수질개선사업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왔고, 결국 지금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5, 6급수의 수질이 됐다. 금강에도 하구둑이 건설됐는데, 이후 수질이 악화되고 생태계는 피폐해 졌다.

 한강 전경
한강 전경최병성

4대강 중 유일하게 한강만 하구에 하구언이 없어 바다와 하천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를 유지하고, 오염물질을 원활하게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 한강에 하구언이 설치되지 않은 것은 남북접경지역이기 때문이다. 그 덕에 한강하류부의 생태계는 잘 보전되어 있고, 하천폭도 넓은 편이다.

한강이 흘러드는 인천 앞바다는 조석간만의 차가 7~8미터나 되는데, 이로 인해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일어난다. 하구에서 밀물이 발생하면, 팔당댐에서 방류되는 하천물은 역류해 올라오는 바닷물에 막혀 하류로 내려가지 못하고 정체하며 수위가 높아진다. 반면, 썰물이 되면 정체되었던 물은 일시에 하류로 내려간다.

하구언도 없는 한강의 수질 왜 악화됐을까

이와 같이 한강 하류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역방향 흐름과 순방향 흐름이 번갈아 발생하는 전형적인 감조하천(조석의 영향을 받는 하천)이다. 아래 그림은 조석의 영향으로 변화하는 한강인도교에서의 하천 수위를 보여준다. 하루 두 번씩 하천 수위가 변동하고, 그 모습은 톱니바퀴 형상을 띤다. 이런 현상은 하구둑으로 막히지 않은 한강만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한강대교 수위(2010.3.1-3.6). 팔당댐에서 하루에 약 3500만 톤의 물을 발전방류하고 있고, 하루에 두 번씩 조석의 영향으로 한강대교 지점에서 수위가 변동하고 있다. 조석의 영향으로 최대수위차는 약 1.5m 정도 발생하고 있다.
한강대교 수위(2010.3.1-3.6). 팔당댐에서 하루에 약 3500만 톤의 물을 발전방류하고 있고, 하루에 두 번씩 조석의 영향으로 한강대교 지점에서 수위가 변동하고 있다. 조석의 영향으로 최대수위차는 약 1.5m 정도 발생하고 있다. WAMIS

하구와 하구언?
하구 :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어귀.
하구언(河口堰, 褓) :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어귀의 넓이와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하거나 바닷물이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강어귀 부근에 쌓은 댐.

그런데 한강에는 하구언이 없음에도, 2003년 이후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 구간의 수질은 매우 심각한데, 서울로 들어오기 전인 팔당댐에서 1-2급수인 수질은 이곳에서 4급수까지 떨어진다. 한강 하구언은 없지만, 1980년대 잠실보와 신곡보가 들어서 점차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강 서울구간의 연평균 COD 평균(1994년-2009년, 하수시설 설치로 낮아졌던 수치가 2003년 이후 악화되고 있다.)
한강 서울구간의 연평균 COD 평균(1994년-2009년, 하수시설 설치로 낮아졌던 수치가 2003년 이후 악화되고 있다.)

울산 태화강의 사례에서도 보의 영향은 잘 드러난다. 울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업도시이며, 한국 경제발전의 거점이다. 그러나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태화강은 방치됐고, 결국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되었다. 뒤늦게 강 살리기에 뛰어든 울산시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약 2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울산시 수질개선기본계획에 따르면, 울산시는 2014년까지 1조 2천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제 태화강의 수질은 2급수로 회복됐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가 추진한 사업은 크게 3가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수처리장과 하수관거 시설 확충 등 환경기초시설을 정비한 것이었다. 다음으로 하류 울산항으로 유입되는 모래를 차단하기 위해 1987년 설치한 방사보(모래차단보)를 2006년 철거했다. 마지막으로 태화강 하류 2.4km와 지천인 동천 부근 3.5km 구간에 퇴적돼 있던 오염물질을 준설했다. 여기에서 방사보는 당초 모래 차단을 위해 설치되었는데, 모래뿐만 아니라 오염물질을 보상류 하천바닥에 퇴적시키면서 하류부 수질악화의 원인이 돼 왔다.


보 허문 태화강, 보 쌓은 한강

다시 한강으로 돌아가 보자. 태화강 방사보가 건설될 즈음, 서울에도 잠실보(85년)와 신곡보(87년)가 건설됐다. 한강종합개발계획의 주요 내용이었던 이 시설들은 수위를 높여 배를 띄우고, 취수를 유리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신곡보는 높이 2.4m(해발고도 기준)로 김포대교 아래 설치됐는데, 수심을 일정하게 확보해 유람선을 운영하고, 밀물 때 무장공비들이 수중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였다. 잠실대교 아래 건설된 잠실보는 생활용수의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신곡수중보.
신곡수중보.네이버지도서비스

그 외에도 한강종합개발계획에는 대규모 준설과 골재 확보, 고수부지(둔치)를 만들기 위한 콘크리트 저수호안 조성, 88올림픽 위한 올림픽대로 건설, 하수관로 공사 등이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하수관로 공사 외에 다른 사업들은 한강의 수질과 생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태화강과 한강의 변화는 모두 하천을 살린다는 주장 속에서 이뤄졌다. 가장 큰 차이점은 보와 준설에 대한 태도였다. 태화강은 보를 철거하고 오염된 퇴적물을 준설하였던 반면, 한강은 보를 유지하고 있고, 멀쩡한 모래를 판매하기 위해 굴착했다. 한강에 보를 설치하고 하천바닥 모래를 준설한 결과 물고기의 산란처가 없어졌으며 수심이 깊어져 유람선 운항 외엔 용도가 사라졌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주요내용도 보 건설과 준설이 핵심이다. 정부는 한강종합개발사업과 태화강 수질개선사업 모두 4대강 사업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태화강이 아닌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다름 아니다. 엄청난 돈으로 재포장한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다. 과연 어느 강의 사례가 진정한 강 살리기인가? 우문에 굳이 우답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태화강의 사례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한강을 따라하면서, 태화강의 사례를 언급하고 있으니 정말 속과 겉이 다른 행태다.

 수상위락공간의 구분.
수상위락공간의 구분.4대강사업 마스터플랜

한강 살리려면 신곡보와 잠실보 헐어야

결국 한강을 살리기 위해, 복원을 위해 집중해야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신곡보와 잠실보를 철거해야 한다. 둘째, 한강 둔치와 강을 가로지른 콘크리트 호안을 뜯어내고, 백사장과 강변림을 복원해야 한다. 셋째, 4대 지천(중랑천, 탄천, 안양천, 홍제천)의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들은 이미 태화강에서 경험한 강 살리기의 바른 방법이며, 낙동강, 영산강, 금강에서 확인한 강 살리기의 방향이다.

보철거와 모래밭 조성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하천학회와 서울환경연합이 연구해 온 바에 따르면, 문제점은 심각하지 않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보 건설과 모래굴착 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정책만 확고하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아래는 복원사업에 대해 제기되는 우려와 해법이다.

▲잠실보를 철거하면 서울 시민들의 생활용수를 취수할 수 없다?
= 서울시는 팔당댐 하류와 잠실보 상류 구간에서 하루 702만 톤의 생활용수 사용허가를 받았는데, 실제로 취수하는 양은 하루 325만 톤(2008년 기준) 정도다. 그런데 팔당댐의 의무방류량은 초당 150톤 하루 1300만 톤에 이르고 있어, 서울시가 취수에 곤란을 겪을 일은 없다. 단 잠실보를 철거하면 수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일부 취수구의 위치를 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수돗물 원수의 수질을 높이기 위해 취수구를 이미 팔당댐 하류 강북 등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라, 그나마 잠실보 철거 영향을 받는 곳은 거의 없다.

▲신곡보를 철거하면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 신곡보 상류에서는 김포와 고양지역의 농업용수를 주로 취수 하고 있는데, 한강홍수통제소가 허가한 양은 하루 314만 톤이다. 하지만 한강인도교의 갈수기 유량이 하루 1823만 톤에 달해 하류지역 농업용수 공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신곡보를 철거할 경우 바닷물이 역류해 신곡보 부근에 염분농도가 증가한다고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곡보는 하구로부터 36km 상류에 있고, 실험 결과 농업용수의 염분 농도 기준인 0.482‰ 이하라고 나왔다. 실제로도 신곡보는 1987년 건설됐는데, 건설 전에도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이용해 왔을 뿐더러 염분 증가로 인한 논쟁도 없었다.

 잠실대교 아래 잠실보의 모습.
잠실대교 아래 잠실보의 모습. 최병성


▲신곡보와 잠실보를 철거할 경우 하천수위가 떨어져 하천바닥이 드러난다?
= 실험 결과에 따르면, 신곡보와 잠실보를 철거하면 최악의 경우 수심이 약 2m 떨어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0.5m 정도의 하락에 머물고, 수표면 면적은 약 6~10% 감소할 전망이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강의 최심부는 약 5m 이상의 수심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수상 활동은 가능하며, 유람선 운항에도 무리가 없다. 반면 신곡보 위치 하류의 장항습지 등은 크게 확장될 것으로 보여 한강의 고유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강변에 백사장, 강변림을 설치하면, 홍수 위험이 늘고, 백사장 유실 우려가 있다?
= 고수부지(둔치) 일부를 제거해 백사장을 설치하고 하천 식재기준에 따라 나무를 심으면 홍수 위험은 없다. 현재의 인공구조물들을 줄이면 나무를 심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강에 만들고 있는 플로팅 아일랜드, 주차와 공연 등의 편의 시설을 조정하거나 개선하면 된다. 최소한 이들 시설 때문에 홍수 위험이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백사장이 홍수에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모형을 이용해 홍수 시 모래이동을 예측할 필요가 있다.

▲ 한강하류부 수질개선, 과연 가능한가?
= 신곡보를 철거하면 홍수 시 퇴적된 오염물질들이 원활하게 하류로 배출돼 하천바닥의 오염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모래밭이 조성되면 생태계의 자정능력도 강화될 것이다. 이와 함께 한강으로 유입되는 중랑천, 탄천, 안양천, 홍제천, 반포천 등과 같은 지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는 상식에 근거하더라도 지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한강 본류의 수질을 개선하는 첩경이다. 이들 과정을 거치면, 서울 한강에서는 물놀이를 하고, 모래찜질을 할 수 있을만한 수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되살아난 밤섬이 한강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여의도 개발을 위해 폭파되었던 밤섬이 모래가 쌓이며 한강의 생태를 살리는 기적의 섬으로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밤섬이 살아나듯, 한강은 스스로 살아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되살아난 밤섬이 한강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여의도 개발을 위해 폭파되었던 밤섬이 모래가 쌓이며 한강의 생태를 살리는 기적의 섬으로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밤섬이 살아나듯, 한강은 스스로 살아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최병성

청계천 보고 들뜬 가슴, 한강 보면 터질 거야

서울은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했다. 특히 하천을 '오염물질을 내보내는 통로'로 왜곡되게 인식하면서, 한강을 지금처럼 삭막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최근 이루어진 청계천 복원 사업은 '바닥과 주변을 콘크리트로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붙인 다음, 전기로 물을 끌어 올려 흘려보내는 거대한 어항'을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생활공간에서 사라진 하천에 대한 시민들의 본능적인 그리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강에서 신곡보와 잠실보 그리고 콘크리트 호안을 철거해 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회복하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백사장과 강변림을 만들어 보자. 이곳은 서울 시민들에게 잃어버린 추억과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창근 기자는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이자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박창근 기자는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이자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입니다.
#한강 #잠실보 #신곡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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