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둥지 찾은 빵집 아저씨들

낮은 곳으로 임하는 풀뿌리 봉사

등록 2010.04.17 16:23수정 2010.04.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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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빵집 아저씨들' 15명이 여러가지 제빵도구들을 들고 경기도 안산시 소재 노인천국 '은빛둥지'로 달려와 노인을 위한 케이크 만들기 큰잔치를 벌였다.


은빛둥지 30평 교육장에 빼곡히 들어선 컴퓨터 모니터를 빵집 아저씨들이 거들어 노인들과 함께 신문지를 덮어 내려놓고 가설탁자를 만들어 케이크 실습용 탁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빵집 아저씨들은 멋있는 제빵모자를 쓰고 손수 케이크 만들기 지도를 시작하였다.

노인들은 어눌한 손으로 빵집 아저씨들이 지시하는 대로 평생 처음 빵 위에 생크림을 만들어 바르고 초콜릿으로 장식하고 갖가지 과일들을 올려놓아 예쁜 케이크를 만들어 갔다.
          

a   ‘은빛둥지‘ 알림방에서 공지한 ‘빵집 아저씨들’의 행사

‘은빛둥지‘ 알림방에서 공지한 ‘빵집 아저씨들’의 행사 ⓒ 라영수


빵집 아저씨들은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맛있는 케이크를 현장에서 만들어 사랑을 나누는 안산의 따뜻한 아저씨이다. 이번에는 70~80세 노인들이 컴퓨터 공부에 열중인 은빛둥지를 찾아, 정성을 담은 아저씨의 지도로 노인들이 직접 케이크를 만드는 잔치를 벌이게 된 것이다.

a  직접 노인들에게 케이크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빵집 아저씨들’

직접 노인들에게 케이크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빵집 아저씨들’ ⓒ 라영수


빵집 아저씨들은 안산에서 20년 정도 제빵경력을 가진 빵집 사장님들로 2007년 안산시자원봉사센터에 봉사단체로 등록하고 한 달에 두 차례 복지관이나 아동센터, 소년소녀 가장 등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정성을 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50회 이상 '사랑 나눔' 행사를 이어왔다.

안산시에는 약 1000여 개소의 빵집이 있으나 직접 제과점에서 빵을 만들어 파는 제과점은 130곳뿐이며, 그러한 업소사장님들 중 뜻있는 15명의 사장님들이 모여 이 아름다운 행사를 개최하는 모임을 만든 것이다.


단체 이름을 '빵집 아저씨들'로 친근감 있게 붙이고 어느 곳에서도 지원을 받지 아니하고 회원들 스스로가 경비를 추렴하여, 바쁜 자신들의 시간을 쪼개어 삭막한 산업도시 안산에 온정을 뿌리고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낮에 나타나는 산타 클로스'로 유명할 정도로 '낮은 곳으로 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빵집 아저씨들 김기철 회장은 41세로 제빵 경력이 20년이며 '쏠로몬 과자점'이라는 빵집을 직접 경영하는 사장님이다.


"우리의 모임은 어려운 이웃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을 나누어 그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모두입니다. 우리는 숨어서 일을 하고자 하나 기자님들이 우리를 들추어내어 쑥스럽습니다"라며 계면쩍어 했다. 그는 "현재 수많은 제과점들의 대부분은 유명 브랜드로 대자본이 경영하는 업체 체인점입니다. 이들은 빵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본사에서 기계로 만든 빵을 배급받아 단지 판매만 하는 업소입니다"라고 오늘날 제빵업계의 이상한 경향을 지적했다. 이어 "빵은 직접 만들어 먹어야 신선하고 맛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자본이 여기까지 침투하여 소자본으로 운영하는 동네 빵집들이 어려운 처지에 빠지고 있습니다"라며 시민들이 모르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a  노인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는 ‘빵집 아저씨들’ 김기철 회장(41세)

노인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는 ‘빵집 아저씨들’ 김기철 회장(41세) ⓒ 라영수


a  ‘빵집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노인들이 만든 축하 케이크

‘빵집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노인들이 만든 축하 케이크 ⓒ 라영수


30여 명의 은빛둥지 노인들이 참여한 이번 잔치는 15명의 빵집 아저씨들이 노인들에게 직접 케이크를 만들기를 지도했다. 노인들은 서투른 자신들의 솜씨로도 케이크가 만들어지자 신기해 하며 아이들처럼 즐거워하였다.

a  4월이 생일인 노인들과 ‘빵집 아저씨들’의 기념촬영

4월이 생일인 노인들과 ‘빵집 아저씨들’의 기념촬영 ⓒ 라영수


더구나 4월이 생일인 노인들을 앞으로 모시고 2시간에 걸쳐 만든 26개의 케이크를 모아놓고 촛불을 밝히며 생일 축하 노래를 합창하고 기념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노인들은  골고루 자신들이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선물로 받았다.

4월의 오후를 훈훈하게 함께한 '빵집 아저씨들'과 '은빛둥지' 노인들은 '케이크 잔치'를 오래오래 간직될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세상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것은 '빵집 아저씨들'과 같이 낮은데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풀뿌리처럼 많기 때문임을 새삼 느끼게 한 잔치였다.

덧붙이는 글 | 라영수 기자는 은빛둥지 교육원장입니다. 안산지방지에 월요일 배포됩니다


덧붙이는 글 라영수 기자는 은빛둥지 교육원장입니다. 안산지방지에 월요일 배포됩니다
#빵집 아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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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자신을 위해서 건강하게 살아야 하며 이는 사회에 대한 노인의 의무이기도한 시대이다. 노인들이 활기차게 살기 위하여 ICT기술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공유해가고 있습니다. 잘 이해가 안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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