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뒤엔 시민과 국가와 민주주의가 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 집 마당에 매일 아침 떨구어 놓는 국민일보 오늘치 5판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나는 이 글귀를 이렇게 해석했다.
"그대들 뒤엔 시민도 국가도 민주주의도 없다. 다만 보수 언론과 집권여당의 여론몰이와 선동에 따라다니는 우리 시대 판 '신민臣民'들과 아무런 비판적 사고와 자기성찰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국가주의와 진정한 소통을 어렵게 하는 거짓 민주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어제 천안함 희생자들 영결식장에서 해군참모총장은 "우리 국민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이 누구든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끝까지 찾아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런 식의 문제 제기와 해법으로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건전한 여론 형성이 가능하겠는가.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아픔을 슬퍼하지 않을 시민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슬픔은 슬픔이고 문제는 문제 자체로 풀어가야 한다.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여 어떤 목표에 도달하려는 사람들 뒤를 따라다녀서는 희망이 없다. 다시는 이런 상처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건의 본질에 가까이 가야 하지 않겠는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구구한 낭설이 파다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럴듯한 추정을 하면서 천안함 사태는 사건의 본질과는 너무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이런 안타깝고 혼란한 현실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시민들 또는 국민들만이 같은 돌에 다시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
어뢰나 기뢰에 맞아 폭발했을 거라는 여론 몰이에 대해서 시민들은 천안함 앞부분과 뒷부분의 절단면을 정확히 보면서 스스로 문제 원인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무턱대고 다른 사람들이나 신문, 방송들 이야기에 놀아나서야 되겠는가.
천안함 사태는 국가적 비극이며,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태이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들의 죽음을 보며 우리 시민들과 국민들은 이 사태를 냉정하게 살필 수 있는 자세와 안목을 보여야 한다.
이 사태와 관련하여 쏟아내는 숱한 말들과 비평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태는 그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밝혀지지도 않은 사건에 대한 비평과 판단을 가지고 그 다음 대책을 이야기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번 사태로 죽어간 귀한 생명들을 진실로 아끼는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자기들 구미에 맞도록 제멋대로 사태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이 국가적인 사태를 자기 정파 쪽으로 유리하게 끌어들이려는 세력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계층이 바라는 환경을 만드려고 여론몰이를 하는 집단들이 우리 사회에 있음을 또한 살필 수 있도록 비판적인 능력을 시민들은 길러야 한다.
이번 재난을 통해서도 우리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건강한 여론 형성, 시민들 또는 국민들 사이 건강한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민주주의 또는 민주정치가 실현되지 않은 과제라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민주정치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2010.04.30 11:19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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