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12) 낙관적

― '낙관적으로 바라보고자', '낙관적으로 보려' 다듬기

등록 2010.05.12 13:02수정 2010.05.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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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낙관적으로 바라보고자

 

.. 그들은 글쓰기를 통해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  <캐시 케이서/최재봉 옮김-클레피, 희망의 기록>(푸르메,2006) 15쪽

 

"글쓰기를 통(通)해"는 "글쓰기를 하면서"나 "글을 쓰면서"로 다듬어 줍니다. '노력(努力)했다'는 '애썼다'나 '힘썼다'로 손질합니다. 앞말과 이어 "바라보고자 했다"나 "바라보려는 마음이었다"로 손질해도 됩니다.

 

 ┌ 낙관적(樂觀的)

 │  (1) 인생이나 사물을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보는

 │   - 낙관적 인생관을 가지다 / 세상을 낙관적으로 살다 /

 │     그는 워낙 낙관적이어서 좀처럼 절망하지 않는다

 │  (2) 앞으로의 일 따위가 잘되어 갈 것으로 여기는

 │   - 낙관적 견해 / 낙관적 전망 / 낙관적 관찰로써 조선 독립의 날을 꿈꾸는 /

 │     정세를 낙관적으로 보다

 ├ 낙관(樂觀)

 │  (1) 인생이나 사물을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봄

 │  (2) 앞으로의 일 따위가 잘되어 갈 것으로 여김

 │   - 낙관을 불허하는 정세 / 인상 요인이 많아 낙관만 하고 있을 수 없다

 │

 ├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자

 │→ 삶을 밝게 보고자

 │→ 삶을 좋은 쪽으로 보고자

 │→ 삶을 즐겁게 보고자

 └ …

 

'낙관적' 풀이를 보니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보는"이라고 나오네요. "희망으로 보는"으로 적어만 주었어도 좋을 텐데요. 그러나, 이렇게 얄딱구리한 낱말풀이라 할지라도, 이 얄딱구리한 풀이를 보면서 '낙관적 = (1) 밝게 보는'하고 '낙관적 = (2) 희망적'이라는 실마리를 얻습니다. 그러면, '희망적(希望的)'이란 무엇일까요? 다시금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희망적'은 "(1) 앞일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라는 (2) 앞으로 잘될 가능성이 있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낙관적 = 희망적'이라 한다면 첫째 뜻풀이입니다.

 

그런데 '희망적'에서도 '기대(期待)'라는 낱말이 튀어나옵니다. 또 한 번 국어사전을 뒤적여 '기대'를 찾아봅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다림"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응? 이 말풀이를 읽다 보니 '희망적' 뜻풀이가 엉터리인 꼴입니다.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라는"이란 "어떤 바람을 가지고 바라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국어사전 말풀이를 옳게 가누자면 '희망적 :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기리라고 바라는' 쯤으로 고쳐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뜻풀이를 고쳐 주면서도 '희망적'이라는 낱말은 국어사전에서 덜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득 궁금해서 '밝다'라는 낱말도 찾아보면서 '낙관적 = 밝게 보는'이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찾아봅니다. '밝다 (7)'을 살피니 "예측되는 미래 상황이 긍정적이고 좋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긍정적(肯定的)'이란 '바람직한'입니다. '바람직하다'란 "바랄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낙관적 = 밝게 보는'이란 한 마디로 '바랄 만한 값어치가 있는'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밝다' 뜻풀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낱말로 말풀이를 하고, '희망적' 뜻풀이에서는 '바라는'이라는 낱말로 말풀이를 합니다. 돌고 도는 말흐름이라고 하지만, 모두 똑같은 목소리로 '바라는'을 '바람직한'이라고도 적고 '기대'라고도 적으며 '긍적적'이라고도 적는 셈입니다.

 

 ┌ 낙관적 = 밝게 보는 / 희망적으로 보는

 ├ 희망적 = 좋은 일이 생기리라 바라는

 ├ 밝게 보는 = 긍정적으로 보는

 └ 긍정적 = 바람직한

 

그러니까 우리 둘레를 '밝게' 보자는 소리입니다. 우리들이 서로서로 '좋게' 여기자는 이야기입니다.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바람직한 앞날'을 꿈꾸자는 셈입니다.

 

 ┌ 낙관적 인생관을 가지다 → 밝은 인생관을 품다 / 세상을 보는 눈이 밝다

 ├ 세상을 낙관적으로 살다 → 세상을 밝게 살다 / 세상을 즐겁게 살다

 └ 워낙 낙관적이어서 워낙 → 밝아서

 

세상이 밝은 쪽으로 나아가는지, 어두운 쪽으로 뒷걸음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삶터가 좋은 길로 뻗어나가는지, 궂은 길로 내닫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 스스로 우리 세상을 어둡게 바라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두운 구석이 많더라도 내 삶을 좀 더 밝게 돌아보고 즐겁게 보듬으면서 하루하루를 꾸리고 싶습니다. 궂기도 슬픈 대목이 많을지라도 내 터전을 좀 더 좋게 헤아리며 맑게 돌아보는 가운데 식구들과 동무들 모두를 사랑하는 길을 당차게 걷고 싶습니다.

 

삶을 맑게 가다듬으며 생각과 말을 맑게 가다듬고 싶습니다. 삶을 밝게 추스르며 마음과 글을 밝게 다독이고 싶습니다. 삶을 즐겁게 다스리며 넋과 이야기를 즐겁게 여미고 싶습니다.

 

 ┌ 낙관적 견해 → 밝은 생각 / 밝게 내다보는 눈

 ├ 낙관적 전망 → 밝은 앞날 / 좋은 앞날

 ├ 낙관적 관찰로써 조선 독립의 날을 꿈꾸는

 │→ 밝은 눈으로 조선이 독립하는 날을 꿈꾸는

 └ 정세를 낙관적으로 보다 → 흐름을 밝게 보다 / 흐름을 좋게 보다

 

누구나 매한가지라고 느낍니다. 좀 더 따순 손길을 이웃과 나누려고 하는 매무새일 때에는 아주 마땅하고 부드럽게 따순 생각을 펼치고 따순 말마디를 펼칩니다. 한결 넉넉한 품을 나누고자 하는 몸가짐이라 한다면 더없이 마땅하고 부드럽게 넉넉한 마음을 나누면서 넉넉한 글줄을 적바림합니다.

 

오늘날 우리 말글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거나 뒤틀리고 있다면,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좀더 슬기롭고 튼튼하게 가꾸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한껏 힘차게 북돋우거나 아름다이 엮어내려는 뜻이 없기 때문이 아니랴 싶습니다.

 

 

ㄴ. 낙관적으로 보려

 

.. 그런데도 그들은 검문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려 애썼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터무니없는 희망은 사라져 버렸다 ..  《히로세 다카시/육후연 옮김-체르노빌의 아이들》(프로메테우스출판사,2006) 95쪽

 

"도착(到着)하기 전(前)까지"는 "닿기 앞서까지"나 "닿을 때까지"로 다듬고, '사태(事態)를'은 '이 일을'로 다듬습니다. "애썼던 것이다"는 "애썼던 셈이다"나 "애쓰고 있었다"로 손보고, "그들의 터무니없는 희망(希望)은"은 "그들이 품은 터무니없는 희망은"이나 "그들이 바라던 터무니없는 꿈은"으로 손봅니다.

 

 ┌ 낙관적으로 보려

 │

 │→ 밝게 보려

 │→ 좋게 보려

 │→ 괜찮게 보려

 └ …

 

밝게 바라보면서 살고 싶습니다. 맑게 들여다보면서 살고 싶습니다. 좋은 마음을 건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사랑스럽고 믿음직한 마음을 추스르면서 살고 싶습니다.

 

좀 엉성하더라도 괜찮게 받아들이며 차근차근 다독이고 싶습니다. 여러모로 엉성궂다 할지라도 기쁘게 받아들이며 힘차게 매만지고 싶습니다.

 

잘하는 사람들한테는 잘하는 즐거움을 얻거나 나눕니다. 못하는 사람들한테는 못하는 아쉬움을 느끼면서 손을 맞잡습니다. 잘하는 사람하고만 어울리거나 못하는 사람하고는 등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저 또한 조금 더 잘하는 대목이 있는 만큼, 조금 더 못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 또한 더 애써야 할 대목이 있고, 더 나누어야 할 기운이 있습니다.

 

 ┌ 이제 나아지겠지 하고 생각하려 애썼다

 ├ 앞으로는 달라지겠지 하고 생각하려 애썼다

 ├ 차츰 좋아지겠지 하고 생각하려 애썼다

 └ …

 

옛말처럼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살아갈 수 있는 우리들이라면, 우리한테 더 있는 튼튼한 힘으로 여린 이웃을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모자라거나 아쉬운 대목을 이웃한테 고마우며 즐겁게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나대로 나누어 주면서 나누어 받습니다. 이웃은 이웃대로 나누어 받으면서 나누어 줍니다.

 

말을 배우는 틀거리에서도 우리들은 '내가 좀 더 잘 아는 말'을 이웃한테 나누어 주고, '내가 좀더 모르는 말'을 이웃한테서 기쁘게 배울 수 있습니다. 나이가 적다고 배우기만 하지 않고, 나이가 많다고 가르치기만 하지 않습니다. 나한테 익숙한 대로 쓰는 말이 아니라, 나와 이웃 모두 즐겁게 헤아릴 만한 바르고 옳은 말을 찾아서 써야 한다고 느낍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쓰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스스럼없이 나눌 말을 살피며 써야 한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이 자주 쓰고 많이 쓴다고 해서 나 또한 따라서 쓰는 말이 아니라, 참답고 고우며 슬기로운 말을 제대로 살피고 돌아보면서 써야 한다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5.12 13:02ⓒ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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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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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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