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노회찬에게 퍼부어지고 있는 비판과 비난은 분명 과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의 석패가 온통 그의 잘못 때문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하면서 임승수씨의 '누가 노회찬과 진보신당에 돌을 던지나' 기사에 대한 반론을 전개하고자 한다.
임승수씨는 서울시민들의 노회찬에 대한 지지가 보수양당체제에 대한 심판이라고 정의했다. 나 역시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물론이요, 민주당에 대해서도 환멸을 느껴 '진보적 정당'에 표를 준 적이 있어서 충분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대북한 정책, 민주주의, 인권 등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차이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인정한다. 이러한 보수가 독과점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판에 민생의 소리를 생생하게 반영하는 진보적 정당이 다수 출현하여 보수 정당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에도 100% 동의한다.
그러나 임승수씨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대한민국이 현재의 선거제도와 정치환경 하에서 보수양당체제를 뛰어넘는 것이 가능한가?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결선투표제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선투표제가 보장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노회찬과 진보정당의 행동은 나무랄 이유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어느 후보도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을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결선투표에서 얼마든지 정책연합을 해서 진보든 보수든 우세한 방향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선거에서라도 진보 진영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바로 이러한 잘못된 선거제도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비례대표 반영 비율이 너무 낮다는 데 있다. 이 부분은 모두들 공감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구체적인 사항을 논하지 않겠다. 그 외 지역주의, 수구 보수 일색의 독과점 언론 구조 등이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잘못된 제도와 환경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이러한 잘못된 제도와 환경 속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세력들이 호락호락하게 양보하리라 예상할 근거가 전혀 없다. 시일도 오래 걸릴 것이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만 보더라도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보자. 우리가 처해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청년층의 실업이다. 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주지 못하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이들이 20~30대에 기술을 익힐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면 장기 성장 잠재력을 갈아먹는 심각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들의 실업률이 높은 원인은 무엇인가?
지금도 남한강 일대에서 물고기가 대규모로 폐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을 경우 그 피해가 얼마나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데도 강행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언론이 80년대 이전으로 돌아가게 만든 원인은 무엇인가? 일년에 수십명의 중고생들이 자살을 하는데도 무한경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교육을 벌이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임승수씨의 진단대로라면 노회찬과 진보신당은 "MB Stop!"의 절박함을 외면했거나 아니면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장기적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현실을 희생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진보정당이 심각한 현실을 제대로 읽는 것에서 실패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왜 대한민국의 진보는 보수보다도 유연하지 못할까? 왜 자기들만의 힘만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할까? 왜 함께 연대함으로써 큰 물줄기를 만들어 한 때의 승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승리를 만들지 못할까?
이것이 나의 고민이며, 스스로 '진보적 정당'에 소속은 되어 있지 않지만 진보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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