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장단 속에서 강을 생각하다

"수많은 희로애락을 안고 흐르는 강물의 장단도 계속돼야 한다"

등록 2010.06.18 15:38수정 2010.06.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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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식 제7회 태안군 풍물경연대회 입장식의 한 장면
입장식제7회 태안군 풍물경연대회 입장식의 한 장면지요하
▲ 입장식 제7회 태안군 풍물경연대회 입장식의 한 장면 ⓒ 지요하

충남 태안에서는 올해에도 '풍물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한국국악협회 태안지부(지부장 이복희)가 여는 '군수기 전통민속 읍·면 풍물경연대회'라는 이름의 행사입니다. 올해가 7회째인데, 참가 인원만도 700명이 넘는 큰 행사이지요.

 

태안군의 2개 읍과 6개 면 주민들이 자기 고을의 명예를 걸머지고 단합과 화목을 과시하는 이 행사는 격년으로 실시되는 문화제나 마늘축제와 함께 펼쳐집니다. 올해에는 마늘축제와 함께 실시되었는데 풍물경연대회는 군민체육관에서, 마늘축제는 바로 옆 청소년수련관 마당에서 펼쳐져 두 행사 모두 더욱 풍성한 모습이었습니다.

 

18일 오전 10시에 열린 풍물경연대회 개회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했습니다. 고장에서 예총(한국예총 태안지회) 회장을 맡다보니 국악협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축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경연대회 시연 제7회 태안군풍물경연대회에서 태안읍 풍물팀이 시연을 벌이고 있다.
경연대회 시연제7회 태안군풍물경연대회에서 태안읍 풍물팀이 시연을 벌이고 있다. 지요하
▲ 경연대회 시연 제7회 태안군풍물경연대회에서 태안읍 풍물팀이 시연을 벌이고 있다. ⓒ 지요하

고장의 이런저런 행사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곤 하는데, 팸플릿에도 오르는 축사일 경우에는 더욱 신경을 씁니다. 비록 한번 쓰고 버리는 팸플릿에 오르는 글일망정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뭔가 알맹이가 있는 글을 쓰고자 노력하곤 합니다.

 

올해의 풍물경연대회 축사에는 4대강 사업에 관한 제 생각의 일단을 담았습니다. 우리의 저 강들과 전통음악의 장단 사이에는 어떤 연결점이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강물의 흐름과 전통음악 사이에 내재하는 맥락을 짚어보자니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축사를 마쳤을 때 큰 박수가 있었습니다. 공감의 표시였으리라 믿습니다. 올해 태안의 제7회 풍물경연대회에 참가한 수백 명의 주민들, 군수와 군의회의장과 문화원장을 비롯한 각급 기관장, 단체장들 도의원, 군의원(당선자들 포함)과 관계 공무원들 그리고 외지에서 오신 여러 국악인들 앞에서 낭독한 내 축사의 일부를 여기에 소개합니다. 우리의 전통음악을 잉태한 저 강들의 피어린 '외침'을 떠올리며….        

     

풍물경연대회  개회식 직전 이복희 태안국악협회장과 함께
풍물경연대회 개회식 직전 이복희 태안국악협회장과 함께지요하
▲ 풍물경연대회 개회식 직전 이복희 태안국악협회장과 함께 ⓒ 지요하

(전략)

 

저는 5월 29일 공주 금강에 갔습니다. 한국의 4대 종단인 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와 대전·충남의 각 장르 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금강 지키기 선언대회'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그 행사 자리에서 대전 '빈들교회' 어린이들의 사물놀이 공연을 보았습니다. 개신교의 한 교회에서 어린이들에게 풍물을 가르치고 공연까지 한다는 사실에 깊은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금강이 참혹하게 망가지고 변형되어 가는 현장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보며, 우리의 풍물은 유구한 역사와 수많은 희로애락 사연들을 간직한 저 강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국악 장단의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엇모리, 휘모리, 난타, 세마치, 도드리, 타령, 진양조, 살풀이, 등살풀이, 등등이 다 저 강물의 흐름에서 나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어린이들의 사물놀이 공연에 빠져들다 보니 내 온몸으로 강물이 휘감기는 느낌이었고, 그 특이한 감흥 속에서 절로 어깨춤도 나고 눈물도 났습니다. 우리 민족이 국악 장단 속에서 강물의 흐름을 느끼고, 강여울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민족일진대 저 강들이 결코 이대로 망가지지는 않으리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국악인 여러분, 또 현명하신 태안군민 여러분, 우리가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생겨난 우리 국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갖가지 수많은 희로애락 사연들을 간직하고 흐르는 저 강물의 장단 소리도 결코 멈추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강을 지키려는 사람들 지난달 29일 오후 공주 공산성 영은사에서 열린 '금강지키기' 행사에서 대전 '빈들교회' 어린이들이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지난달 29일 오후 공주 공산성 영은사에서 열린 '금강지키기' 행사에서 대전 '빈들교회' 어린이들이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지요하
▲ 강을 지키려는 사람들 지난달 29일 오후 공주 공산성 영은사에서 열린 '금강지키기' 행사에서 대전 '빈들교회' 어린이들이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지요하
#국악장단 #풍물경연대회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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