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정부관광청은 올해와 내년을 '스위스 걷기여행의 해(The Year of Walking)'로 정했다. 그림같은 풍경의 알프스만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과 호흡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여행을 적극 알리겠다는 취지다. 지난 4월 6일에는 (사)제주올레와 공동 발전을 위한 업무 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걷기여행의 노하우를 배우고,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빠르면 올 하반기에는 스위스 하이킹 코스에 제주올레 홍보 표지판이 설치된다. 스위스를 방문하는 한국 여행자들을 위한 '스위스 올레' 같은 하이킹 코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오마이뉴스>는 스위스 정부 관광청의 지원을 받아 지난 6월 6일부터 12일까지 '7일5박' 일정으로 스위스의 라보지구, 체르마트, 알레치 빙하, 루체른 호수 일대의 하이킹 코스를 걸었다. 몇 차례에 걸쳐 '스위스 올레 여행기'를 연재한다. <편집자말> |
취재 이틀째인 6월 7일, 오전에 라보 지구 '포도밭 하이킹'을 마치고 체르마트(Zermatt)로 향했다. 체르마트는 마터호른(Matterhorn) 관광의 구심이 되는 알프스 리조트다. 빙하특급(Glacier Express) 열차로도 유명하다. 발레(Valais)주에 속해 있고, 남쪽으로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런데 언어권은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나뉘어져 있다. 지역 소속감이 강하고 축제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체르마트가 속한 발레주는 산악국가 스위스를 대표하는 곳이다. 해발고도 4000m가 넘는 산들이 47개나 된다. 마터호른(4478m)을 비롯해 몬테로사(Monte Rosa 4634m), 돔(Dom 4545m), 융프라우(Junfrau 4158m) 등이 발레주에 속해 있거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런 탓에 "발레주에 들르지 않고서 스위스를 가봤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브베(Vevey)에서 출발해 비스프(Visp)를 거쳐 체르마트로 가는 열차를 탔다. 비스프까지는 국철을 탔고, 이곳에서 마터호른 고타르드 철도(MGB, Matterhorn Gotthard Bahn)를 이용해 체르마트까지 갔다. 갈수록 고도가 높아지는 탓에 기차 속도는 느렸다. 하긴, 체르마트를 발착점으로 하는 총길이 300km의 빙하특급도 '세계에서 제일 느린 특급열차'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니.
비스프에서 체르마트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 정도. V자형 론 계곡(Vallés du Rhône)을 따라 옹기종기 마을이 들어서 있다. 샬레(chalet, 스위스 산간 지방의 지붕이 뾰족한 목조 주택)풍 건물들이 많다. 멀리 눈 쌓인 알프스도 모습을 드러낸다. 일부 관광객들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그런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나무터널 틈새로 본 바깥 풍경은 마치 느린 그림을 보는 듯하다.
개인 차량으로 체르마트에 가는 사람들은 종점 바로 전 테쉬(Täsch)역에서 멈춰야 한다. 그곳 주차장에 차량을 맡기고 테쉬~체르마트 셔틀열차로 이동해야 한다. 체르마트에서는 경찰차나 공사차량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휘발유와 경유 차량의 운행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그 정도의 불편은 각자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착지인 체르마트역 플랫폼 벽면에 'Välkommen, Bienvenue, Taggwinscht, 歡迎, 환영합니다'라는 각 나라말로 쓰여진 환영 인사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역 앞에는 호텔·리조트에서 운행하는 미니 봉고버스처럼 생긴 전기택시들이 관광객들을 태우느라 분주하다. 체르마트에는 반호프 거리와 마터비스파(Mattervispa) 강 주변에 샬레풍의 호텔과 리조트가 줄 지어 늘어서 있다. 건물 발코니에는 유럽에서 관상용 화분 재배로 흔히 쓰이는 붉은색의 제라늄 꽃으로 장식한 곳들도 눈에 많이 띈다.
등산열차 타고 해발 3000m 넘는 전망대에 오르다
체르마트의 해발고도는 1620m. 우리나라 덕유산 정상쯤에 해당된다. 공기가 맑고 건조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마친 뒤 마터비스파 강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체르마트 시내에서 마터호른을 한 눈에 보기 가장 좋은 곳은 반호프 거리 서쪽 끝에 위치한 마터비스파 강 위의 다리다. 특히 마터호른에 햇살이 비치는 오전 시간대가 좋다. 다리 위에 오르니 날씬한 피라미드처럼 우뚝 솟은 마터호른이 위용을 자랑한다. 산 중턱에 살짝 걸쳐진 구름을 빼고는 화창한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