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석물복식 표지
민속원
600여 년 전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연 때부터 마지막 순종 때까지 생전 재위시 왕 앞에서 시위(侍衛)하던 문무백관들이 실제 서있는 모습을 그린 <조선왕릉 석물복식(민속원 펴냄)>이 출간됐다.
은광준 조선왕릉연구소장이 30여 년에 걸친 왕릉답사 끝에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 지정 1주년 기념으로 출간한 이 책은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가 10여 년 전부터 직접 세필화로 그려내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옷의 선과 윤곽이 뚜렷하게 살아있어 조선복식연구에 귀중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 27대의 왕과 왕비의 능은 물론 북한에 있는 제릉과 후릉을 비롯해 회릉(묘), 희릉지, 유릉지, 연산군과 광해군 묘, 5기의 추존왕릉 등 45기 능과 묘의 문·무인석 105점을 총망라해 직접 그려 넣고 실제 사진을 실어 비교하도록 했다. 부록으로 <문무석의 명칭도> <문무석 조견표> <조선왕릉 상설배치도> <조선왕릉 복식용어 해설>에 대한 기록도 일목요연하게 갖추고 있어 귀중한 학술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1980년대 초부터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공해로 금속, 석조, 목조문화재의 훼손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실제 보고 느낀 왕릉의 석조물만이라도 그림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 먹고 30여 년 동안 조선왕릉을 세밀하게 답사하면서 석물을 촬영하고 표석비음기를 탁본하며 반생을 보냈다.
그리고 사진 촬영이나 컴퓨터 합성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10여 년 전부터 더 이상 눈이 나빠지기 전에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 직접 펜을 들고 점묘화를 그리기 시작해 105점의 그림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저자가 작업에 몰두하는 동안 2009년 유네스코가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경사가 있었다. 2006년에는 구리시와 구리문화원 주최로 '조선왕릉 학술대회'를 열고 2008년에는 저자가 소장하고 있는 탁본들을 소재로 '조선왕조의 문화유산·왕릉금석문대전'을 전시하기도 했다.
은광준 소장은 "아시다시피 조선왕릉은 자연 그대로의 지세(地勢)에 사람의 손길을 약간 더한 것으로 단일왕조의 왕릉으로 조성하고 유지한 지 6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례의식이 존속해 계승되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왕릉"이라며 "특히 능의 상설물 가운데 조각, 공예, 복식, 미술분야의 연구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문·무석의 자료를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자책감과 사명감으로 시력이 좋았던 40~50대에 전념하여 그렸다. 이런 자료를 남길 수 있는 솜씨를 주신 조물주와 협조해준 선·후배에게 감사한다"며 공을 조물주와 주변에게 돌렸다.
이어 "언뜻 보면 문·무인석이 다 같아 보여도 문인석의 곡령대수(曲領大袖:소매가 넓은 공복(公服)의 형태), 복두(幞頭:공복에 쓰던 관)가 모두 다르고 무인석의 견갑(堅甲:어깨를 보호하는 갑옷의 부속구) 등 각종 갑옷의 형태와 투구의 상모(象毛)의 형태 등은 물론 석상의 얼굴 표정까지 모두 각각 다르다"며 "이제부터는 세밀화에 주변 정경을 컴퓨터로 합성하는 역(逆)작업을 해 실제사진과 대비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