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교육 안 하나, 못하나

등록 2010.07.27 11:40수정 2010.07.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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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사건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한동안 아동 성폭행 문제로 떠들썩하더니 이제는 교단의 교장 선생님과 국회의원까지 이 문제로 세간의 관심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대한민국의 성문화, 아니 형식적인 성교육으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제게는 이러한 논란이 단순히 우발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보수적인 성문화로 성교육 하기를 꺼려하는 비인간적인 사회의 이중성을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 근거로 몇가지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낙태 해법 도출을 위한 논의 수준, 낯뜨거운 독버섯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성문화, 그럼에도 투자 개념은 온데간데없이 지지부진한 성교육 커리큘럼 개발 및 전문가 양성 문제입니다.

첫째로 프로라이프 의사회 고발 이후 우리 사회의 낙태문제에 대한 해법도출을 위한 논의와 해결안 모색을 위한 진지한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초에도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2차고발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해결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미혼모 복지증진 문제나 낙태예방을 위한 성교육 강화는 말 그대로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덕분에 애꿎은 여성들만 높아진 수술 비용으로 인해 원정낙태나 비위생적인 시술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둘째로 시내 곳곳에 퍼지고 있는 키스방 광고입니다. 여성을 성노리개로 인격체가 아닌 하나의 즐기기 위한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유사 성매매 행위의 홍보광고가 부산 시내 서면 일번가에 주차된 차량에 줄지어 꽂혀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부경대, 경성대 인근 길바닥에도 버젓이 키스방 광고가 뿌려져 있곤 하죠.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여성을 도구화하고 수단화하는 유사 성매매 광고물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생각에 경계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이곳이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고 이런 일들이 부산 뿐 아니라 최근 전국 곳곳에 성행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 영국 BBC에서 운영하는 한 매체에서 포르노 지출액 1위를 하며 정욕의 나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인 우리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이 사실을 보도한 주류언론 매체는 찾기 힘들었죠. 그만큼 스스로의 치부에는 둔감하고도 뻔뻔한 것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셋째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에 소홀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악할 만한 수준의 여성을 성노리개쯤으로 여기고 반양성평등적인 행태를 일삼는 분들이 사회의 높은 곳에 계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지만, 이 또한 불평등하고 왜곡된 성문화의 한 모습이겠죠.


하지만 이는 단면에 불과합니다.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제약한다며 '성폭력 예방교육'이 포함된 '학교안전교육계획'을 폐지한 것(규제라고 성교육 없앨 때는 언제고... <오마이뉴스> 2008년)이나, 화학적 거세나 성범죄 예방을 위한 광고와 같은 대증요법에는 힘쓰면서도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될 인권감수성을 키울 성교육에 대한 투자에는 별다른 관심도,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정부이고 보면 언제쯤 딸아이를 마음놓고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될까 답답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아동과 여성에 대한 성범죄와 성폭력이 늘고 있는 이유가 '힘들고 각박한 세상살이에 쌓인 스트레스를 사회적 약자에게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가요. 이래서야 마음놓고 살 수나 있겠습니까.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과 여성이 마음놓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당장의 대책과 함께 생물학 수준에 머무르는 학교 성교육의 실태를 조사, 반성하고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해 제대로 된 성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낙태문제가 그렇게 심각하고, 성범죄가 이렇게 횡행하는데도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한 진지한 논의는 외면한 채 대증요법에만 힘쓴다면 성문화 후진국의 굴레는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뿌린대로 거둔다고 했습니다. 성교육도 제대로 행하지 않으면 음성적인 성교육(?)과 왜곡된 성문화가 고착화되고, 비인간적인 성범죄 사건이 늘어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수열 기자는 '낙태 예방을 위한 성교육' 운영자입니다. http://blog.naver.com/bluebirdinme


덧붙이는 글 이수열 기자는 '낙태 예방을 위한 성교육' 운영자입니다. http://blog.naver.com/bluebirdinme
#성문화 #낙태문제 #성교육 #키스방광고 #학교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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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열 기자는 '포항 지진 - 그것이 알고 싶다' 블로그(http://blog.naver.com/bluebirdinme) 운영자로 평범한 삶을 꿈꾸는 포항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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