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 공기업 감사가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원들에게 "이재오 후보를 찍어라"라고 압력을 넣은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27일 한국관광공사 노동조합과 은평구 선관위 등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 이원형 감사는 최근 서울 은평을에 거주하는 직원 몇 명을 감사실로 따로 불러 이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종용했다. <노컷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감사는 "이 후보를 찍지 않을 거라면 회사에서 나가라"는 등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은 이 감사와 일대일 면담을 마친 직원들이 노조에 알리면서 드러났다. 제보를 접수한 한국관광공사 노조는 즉시 조사에 들어갔고,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서울 은평구 선관위도 23일 관련 제보를 접수해 조사에 나섰다. 선관위 조사 결과, 복수의 한국관광공사 직원들이 실제로 이 감사에게 외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감사에게 연락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감사가 직원들의 주장을 인정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은평구 선관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내용을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 결과, 이 감사로부터 관련 내용(이 후보를 찍어라)을 들었다는 직원들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고 전했다. 또 "조사가 끝나봐야 검찰에 고발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사가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한 이유는 이재오 후보와 친분 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감사는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6.3 동지회 법률지원단 고문 직함도 갖고 있다. 6.3 동지회는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에 동참한 대학생들의 모임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 후보가 모두 이 단체의 회장을 지냈다.
"이재오 '나 홀로 선거운동'은 국민 기만, 광범위한 관권선거 의혹"
이 감사의 외압 의혹이 폭로되자 민주당은 "광범위한 관권선거가 진행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드러났다"며 파장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한국관광공사는 문화관광부 산하단체로, 공직자는 선거에 관여할 수 없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며 "이재오 후보를 찍으라는 것도 엄청난 정치 중립 위반인데, 안 찍으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강요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세를 폈다.
그는 "이 후보는 '나 홀로 선거운동'이라고 국민을 기만하고 혼자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지만, 결국 뒤에서 공기업과 각종 관권이 총동원돼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게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또 "민주당을 찍으면 북한 가서 살아야 하고, 이재오를 안 찍으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게 이명박 정권의 본질이냐"며 "이원형 감사는 즉각 물러나고, 관권선거운동에 대해 검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장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 감사는 자리를 비워 연락이 닿지 않았다. 27일 오후 한국관광공사 임원실은 "이 감사는 현재 외근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재오 후보측은 이원형 감사의 압력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이원형 감사는 이 후보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며 "공기업 감사가 직원을 불러서 이 후보를 안 찍으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전혀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10.07.27 16:54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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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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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찍어라, 안 찍을 거면 회사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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