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위령성지북촌 나븐숭이 4.3. 위령성지
김강임
요즘 제주도의 산과 바다, 계곡은 관광객들로 떠들썩한데도 이 너븐숭이 성지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 너븐숭이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웠다. 북촌리 포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븐숭이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20여 구의 돌무덤. 대여섯개의 돌을 돌아가며 세워 놓은 것이 무덤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돌무덤의 사연을 적은 시비 앞에 섰다. 양영길님의 '애기 돌무덤 앞에서'라는 시를 읽어 내려갔다.
한라 영산이 푸르게 푸르게 지켜보는 조천읍 북촌마을 4.3 사태의 군인 한 두 명 다쳤다고 마을사람 모두 불러 모아 무차별 난사했던 총부리 서슬이 아직도 남아 있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할 너븐숭이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아직 눈도 떠 보지 못한 아기들일까 제대로 묻어주지도 못한 어머니의 한도 함께 묻힌 애기 돌무덤 사람이 죽으면 흙속에 묻히는 줄로만 알았던 우리 눈에는 너무 낯선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목이 메인다 누가 이 주검을 위해 한 줌 흙조차 허락하지 않았을까 누가 이 아기의 무덤에 흙 한 줌 뿌릴 시간조차 뺏아 갔을까 돌무덤 속에 곱게 삭아 내렸을 그 어린 영혼 구천을 떠도는 어린영혼 앞에 두 손을 모은다 용서를 빈다 제발 이 살아있는 우리들을 용서하소서 용서를 빌고 또 빈다 -양영길님의 애기 돌무덤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