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로 곳간 비어가는데, 증세는 '찔끔'

2010년 세제개편안 발표,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 지원... 실효성은 '글쎄'

등록 2010.08.23 15:46수정 2010.08.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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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10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10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선대식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1조9000억 원을 증세하기로 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크다.

정부는 23일 발표한 2010년 세제개편안에서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해 일자리 창출 지원, 서민생활 안정, 지속성장 지원, 재정건전성 제고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로 했다. 세수 증대의 90%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재정 사업과 부자 감세를 철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은 규모의 증세로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 위해 1조9000억 원 증세"

23일 발표된 2010년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올해 말 종료되는 비과세·감면 제도 50개 중 예년보다 많은 19개를 축소·폐지해 1조9000억 원의 세수를 더 걷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서민·중산층 생활안정을 위한 지원을 계속하고,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폐지되고 고용을 기준으로 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신설하는 것.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는 지금까지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대해 주영섭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중소기업은 투자하면 대기업보다 고용이 더 늘어나는 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이 늘어날 것"이며 "이번 조치로 세수 1조 원이 늘어나고, 일자리 5만 개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8%인 일용근로자 원천징수세율을 6%로 인하하고, 경차소유자에 대한 유류세 환급도 2012년까지 2년 더 연장하는 등 취약계층 지원에 힘을 쏟기로 했다. 또한 중소상인들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용카드 결제시의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우대 제도도 연장된다.

반면, 부가가치세 과세기반이 확대돼 서민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인 미용 목적의 성형 수술, 수의사의 애완동물 진료용역, 자동차학원 등 성인 대상 영리학원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통일세와 관련, 정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언급은 통일세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지, 당장 과세를 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는 사회적 논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차분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의 지방세 전환이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완화 문제 역시 앞으로 논의를 더 진행하기로 했다.

대규모 부자 감세는 그대로, 증세는 '찔끔'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참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009년 6월 12일 정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부자감세 100조 중단, 서민살리기 국민운동' 길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며 부자감세 철회, 일자리 확충과 학자금이자 지원조례 제정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참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009년 6월 12일 정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부자감세 100조 중단, 서민살리기 국민운동' 길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며 부자감세 철회, 일자리 확충과 학자금이자 지원조례 제정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유성호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부자감세' 논란을 의식한 듯 세부담의 90.2%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귀착된다고 강조했다. 세부담 분석이 가능한 증세 1조4400억 원 중 1조3000억 원을 대기업·고소득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1400억 원만 중소기업이나 서민·중산층(총 급여 5000만 원 이하)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임종룡 차관은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에도 경기 성과가 서민·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 등에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며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면서도 서민·중소기업 지원을 배려해 지원이 강화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증세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재정 정책과 부자 감세 등으로 재정건전성 위험도가 '빨간불'인 상황에서 증세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8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소득세율을 인하하면서 모두 26조 원을 감세한다고 밝혔다. 서민·중산층을 지원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실질 증세 효과 5조3천 억 원)와 올해 증세에 나섰지만, 그 규모는 2008년 감세 규모의 1/3도 채 안 된다.

윤종훈 회계사는 "진짜 서민 생활 안정을 얘기하려면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재정사업과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 회계사는 이어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제대로 손질하지 못했다"며 "매출액 20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상속세 감면 혜택을 확대하고, 타임오프 제도 한도를 초과해 지급된 노조전임자 급여의 비용 처리를 인정하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과세 제도가 늘었다"고 밝혔다.
#2010년 세제개편안 #부자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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