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도 '감세' 계속, 서민 세제지원은 '글쎄'

2009년 세제개편안 발표... 장기주택마련저축·장기주식형펀드 세제혜택 폐지

등록 2009.08.25 14:59수정 2009.08.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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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참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12일 정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부자감세 100조 중단, 서민살리기 국민운동' 길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며 부자감세 철회, 일자리 확충과 학자금이자 지원조례 제정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참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12일 정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부자감세 100조 중단, 서민살리기 국민운동' 길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며 부자감세 철회, 일자리 확충과 학자금이자 지원조례 제정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유성호

정부가 내년에도 감세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또 재정건전성을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린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25일 경기회복 정책기조와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고소득자·대법인 등을 중심으로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서민·중산층 등에 대한 세제지원을 지속하는 내용의 2009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재정부는 "비과세·감면 폐지 등으로 2010년부터 3년간 10조5천억원의 순세수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며 "이중에서 중산층·중소기업 부담은 1조원(9.4%·OECD 기준)으로, 고소득자·대기업이 9조5천억원(90.6%)을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액면만 보면 과세 정책이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고소득자·대기업에 대한 감세 기조가 사실상 지속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앞에선 고소득자·대기업 과세... 뒤로는 세제지원

재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주요한 특징이 대법인·고소득자 등에 대한 비과세·감면 축소라며 증가하는 세수 10조5천억원 중 법인세 증가분만 6조4천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인세 증가분 중 5조2천억원은 직접적인 세수 증대가 아니라 재정부가 금융기관의 채권이자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원청징수함에 따라 1년 앞당겨 과세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법인세 증대효과는 나머지 1조2천억원에 불과하다.


또한 재정부는 과세기반 확보를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기업이 기계장치 등에 투자하는 경우, 그 투자금액의 일정액을 법인세·소득세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종료해 1조5천억원의 세수를 더 걷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신성장 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R&D에 대한 세제지원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법인세율(20%), 세계최고 수준의 R&D지원, 에너지 설비투자 지원 등으로 기업의 세부담은 대폭 경감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인에 대한 최저한세(법인이 각종 세금 감면을 받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 강화 방침 또한 과세기반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부는 과표가 1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최저한세를 1~2% 올려 2008년 수준(13~15%)으로 되돌리기로 했지만, 재정부가 예상하는 세수 증가 효과는 3200억원에 불과하다.

고소득자 소득세 감면 축소... '부자 감세' 탓에 큰 효과 없어

 재정부는 고소득자의 소득세 감면을 축소한다고 밝혔지만, '부자 감세' 탓에 큰 효과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재정부는 고소득자의 소득세 감면을 축소한다고 밝혔지만, '부자 감세' 탓에 큰 효과 없다는 지적이 많다.선대식

재정부는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총급여가 1억원 이상인 고소득자에 대한 근로소득세액공제를 폐지한다. 또한 총급여가 45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에 대해 5%의 근로소득을 공제하도록 돼있는 조항을 고쳐, 1억원 초과분에 대한 근로소득공제를 1%로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소득자 소득세 감면 축소 방침에도, 2008년 세제개편안 당시 소득세율이 대폭 낮아진 탓에, 2008년 이전에 비하면 세부담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09년 세제개편안에 따라 총급여가 8천만원인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소득세는 381만원으로 작년과 차이가 없고, 감세 조치 이전과 비교하면 140만원 적다. 또한 총급여가 1억2천만원인 사람의 세부담은 1217만원으로, 작년보다는 75만원 늘어난 것이지만 감세 조치 이전에 비해서는 172만원 적은 돈이다.

또한 재정부가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를 폐지하고, 장기주식형 펀드의 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종료하기로 한 점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장기적립식 펀드는 고소득자뿐만 아니라 많은 서민·중산층도 가입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연간 300만원 한도 내에서 불입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되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경우, 2010년 1월 1일 불입분부터 소득공제가 폐지된다. 장기주식형펀드의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도 올해 말로 종료된다.

윤영선 실장은 "장기주식형 펀드 세제지원 종료는 금융시장 안정 등을 감안하며 금년 말로 종료하는 것"이라며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경우, 현재 비과세·소득공제의 이중 혜택을 받고 있어 이를 합리화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재정부는 또한 무도학원·자동차 운전학원 등 일부 성인대상 영리학원, 수의사의 애완동물 진료, 쌍꺼풀 수술 등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실효성 의심 받는 서민·중산층 세제지원

정부가 지난 20일 내놓은 서민·중산층 세제지원 방안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3조6천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세제지원방안에 따르면, 폐업한 영세 개인사업자가 2010년 말까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할 경우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500만원 납부 의무가 소멸된다. 또한 총급여가 3천만원 이하인 저소득 무주택 근로자에 대한 소형주택 월세 소득공제가 신설된다.

하지만 이 같은 세제지원방안은 대부분 기존 제도를 연장하는 것으로 새로운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폐업한 개인 사업자의 체납세금 면제와 관련해, 현 경제 상황에서 재창업이나 취업이 쉽지 않아 혜택을 받기 어렵다. 또한 월세 소득공제의 경우, 많은 저소득층 근로자의 소득세가 면제인 상황에서 대상 인원은 적어 보인다.

윤영선 실장은 "소득세 세율인하와 교육·의료비 공제 등이 예정된 상황에서 서민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 필요성은 당분간 적다"며 "선진국의 경우 근로자의 70~80%가 세금을 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자 절반이 소득세 면제 대상자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근로자 소득세 부담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감세 기조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아직 감세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도 "경기 회복이 이뤄지면 효과는 나타날 것이다, 감세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당정협의·부처협의·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9월말 정기국회에 2009년 세법개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득세법·법인세법 등 내국세·관세 관련 17개 법률이 개정된다.
#세제개편안 #부자 감세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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