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 부부, 빈대떡으로 떴네!

안성시장 '새마을 빈대떡' 부부의 신명나는 스토리

등록 2010.08.27 11:19수정 2010.08.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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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빈대떡에 막걸리 이 집에 주 메뉴, 빈대떡에 막걸리다. 이 맛을 못 잊은 시장 사람들과 시장온 사람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빈대떡에 막걸리 이 집에 주 메뉴, 빈대떡에 막걸리다. 이 맛을 못 잊은 시장 사람들과 시장온 사람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 송상호


남편은 빈대떡 요리, 아내는 홀 서빙. 50대 중년 부부가 택한 생계유지책이다.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안 됐으니, 안성시장 빈대떡 업계의 신출내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김용수 사장의 비책이 성공한 것일까. 이제 안성 재래시장 통에 가면 '새마을 빈대떡' 집 모르는 사람 별로 없다. 한마디로 빈대떡 하나로 시장 통에서 '떴다'.

빈대떡 외에 닭발도 팔긴 하지만, 이 집의 주 메뉴는 역시 빈대떡이다. 빈대떡을 바로 그 자리에서 먹을 수도 있고, 집으로 사가기도 한다. 때론 빈대떡 반죽을 가정집이나 민속주점 등에서 사가기도 한다.

빈대떡을 고집하는 이유, 물론 있다. 가게가 위치한 곳이 시장 통이라, 옛 장터의 향수를 살릴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이 빈대떡이라는 것에 착안한 것. 이것저것 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된 메뉴에 승부를 걸자는 전략에서다. 

식당 이름도 '새마을 빈대떡'. '새마을'이란 이름에 60~70년대 향수가 서려 있음을 감안해서다. 옛정서가 살아있는 재래시장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시장 사람들과 호흡 맞추는 게 전략


a 김사장 부부 김사장 부부가 주방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주방이지만, 그들의 삶의 불꽃을 피우는 대단한 장이다.

김사장 부부 김사장 부부가 주방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주방이지만, 그들의 삶의 불꽃을 피우는 대단한 장이다. ⓒ 송상호


a 빈대떡 조리 김사장은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집 주 메뉴인 빈대떡 만들기는 자신이 고집하여 만든다. 빈대떡 집의 자존심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빈대떡 조리 김사장은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집 주 메뉴인 빈대떡 만들기는 자신이 고집하여 만든다. 빈대떡 집의 자존심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 송상호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시장 사람들의 장사 시작 시각, 문 닫는 시각과 비슷하다.

5일 마다 열리는 안성 장날이면 직원을 한두 명 더 두기도 한다. 장날엔 정신없이 바쁘다. 가게 크기로 봐서는 부부가 하거나 혼자 해도 될 만하지만, 장날 때문에 어림도 없다. 시장 사람들과 시장에 온 사람들 상대로 식당을 하는 것이니 시장 사람들의 생활 주기에 맞출 수밖에. 


나름 장사비결이 뭐냐고 김 사장에게 물으니, 당장 "가격은 싸고 맛은 있다"고 대답한다.  가격을 차마 비싸게 못 받는 이유는 시장 사람들이 땀 흘려 번 쌈짓돈을 기억해서다. 녹두 원가가 30%나 오르는 바람에 빈대떡 가격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가 요즘 김 사장의 숙제다.

그렇다고 20~30대 젊은 층이 외면하느냐. 천만에 말씀. 대학생부터 안성공단직원, 가정주부까지 고객층은 다양하다. 고소한 빈대떡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라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이제 이곳은 안성시장 사람들의 약속장소이기도 하다. "아, 박 영감. 몇 시 쯤 '빈대떡'서 만나자고"라고 하면 통한다.

a 빈대떡 빈대떡이 한참 구워지고 있다. 이집 빈대떡의 특징은 맛도 좋고 보기도 좋다는 것이다. 시각적인 매력을 주어 손님들에게 다가가려는 김사장만의 전략이기도 하다.

빈대떡 빈대떡이 한참 구워지고 있다. 이집 빈대떡의 특징은 맛도 좋고 보기도 좋다는 것이다. 시각적인 매력을 주어 손님들에게 다가가려는 김사장만의 전략이기도 하다. ⓒ 송상호


거기다가 금상첨화의 소식 하나 더. 김 사장의 부인이 빈대떡 장사하면서 빈대떡 재료인 녹두를 매일같이 먹었더니 당 수치가 떨어졌다고. 돈도 벌고 건강도 좋아지고.

김 사장의 꿈은 '안성의 빈대떡'하면 자신의 빈대떡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 정도로 안성명물로 자리 잡고 싶다는 것이다. 그들은 빈대떡 하나로 생애 불꽃을 다시 한 번 피우고 있다.

요즘 사실 식당 개업해서 문 닫는 데가 더 많다. 다들 식당 잘 안 된다고 한다. 서민들의 자영업 업계가 기가 죽어있다. 이때 김 사장 부부가 일궈가는 세상은 또 하나의 미담이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4일 새마을 빈대떡 가게에서 이루어졌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24일 새마을 빈대떡 가게에서 이루어졌다.
#빈대떡 #새마을 빈대떡 #안성 빈대떡 #안성재래시장 #안성시장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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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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