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9.06 21:34수정 2010.09.06 21:34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신의 딸이 외교부 통상전문 계약직(5급 상당)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일이 있느냐", "장관의 딸이니까 오히려 더 공정하게 심사하지 않았겠느냐"고 전면 부인했었다. 그는 또 1차 모집 당시 적격자가 자신의 딸밖에 없었지만 오해가 생길 것 같아 전원 탈락시키고 2차 모집공고를 낸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었다.
외교통상부(이하 외교부) 역시 시험위원으로 참여한 외교부 간부들은 장관 딸에 대해 모르고 있었으며, 채용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특별 인사감사 결과는 유 전 장관과 외교부의 해명과는 180도 달랐다. 유 전 장관의 딸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한충희 인사기획관 등이 유 전 장관의 딸에게 유리하도록 지원자격을 바꿨고, 한 기획관 등 외교부 간부 2명이 내부위원으로 참여해 만점에 가까운 면접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시험위원 선정과 심사과정에서 법령을 위배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때, 시험관리 전반에 걸쳐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의혹 대부분은 사실로 확인됐으나, 유 전 장관 본인이 특혜과정을 사전에 인지하고 개입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외교부 인사기획관이 알아서 다 했다?
행안부는 "시험령상 기관장이 시험위원을 임명토록 돼 있음에도 내부결재 등 절차없이 인사담당자가 임의로 결정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기관장'인 유 전 장관이 시험위원을 임명해야 하는데, '인사담당자'인 한 기획관이 장관 결재없이 마음대로 시험위원을 정하고, 자신과 다른 외교부 간부가 내부위원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 기획관이 직접적인 책임자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유 전 장관의 개입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선을 그어주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행안부 관계자는 "유 장관의 직접개입 여부에 대해 조사했느냐"는 질문에 "외교부 인사담당자 등 관계자들이 '장관의 지시는 없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감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진행된 것인데, 행안부가 유 장관을 직접 조사할 수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인사담당자들이 부인한 데다, 정무직인 장관에 대한 조사는 이번 감사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유 장관 딸을 위한 맞춤형 채용"(맹형규 행안부 장관)을 하는데, 외교부 인사기획관이 유 전 장관의 최소한의 묵인도 없이 '시험위원 선정과 심사과정 법령을 위배'하면서 특혜를 주었겠느냐는 의혹은 여전하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유 장관의 개입여부 등 의혹이 많은 사건이기 때문에 행안부 차원의 조사를 넘어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면서 "국회 상임위에서 검찰수사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행안부 감사결과 겸허히 수용... 국민께 송구"
한편 외교부는 행안부 감사결과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의 인사 감사결과 직원특별채용과정에 공정성의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외교부는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외교부의 인사운영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감사결과에 따른 문책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사항들을 좀 더 면밀하게 관계부처와 검토해서 대응방향과 조치사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교부가 의혹초기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상황과 관련해서는 추후에 세부적인 보완설명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2010.09.06 21:34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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