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
유성호
- 김 지사가 조 이사장에게, 이 대통령이 유 장관에게 하듯 당부하면 어떻게 하겠나."전임 이사장이 후임 이사장에게 조언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조언이다. 전임 이사장이 후임에게 뭘 하라, 하지 말라 이러면 이곳은 내가 있을 필요가 없는 자리다. 당신 조카 데려다 쓰지 왜 날 데려다놨어? 당장 그렇게 말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대통령과 장관, 지사와 문화의 전당 이사장은 상호 비교할 대상도 아닌 것 같다. 장관은 현 정부 내각으로서 당연히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거고 안 따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기 문화의 전당 이사장 자리는 전혀 그런 자리가 아니다.
물론 나는 김문수 지사가 했던 일의 방향을 존중한다. 문화예술전문가는 아니지만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가 좋았다. 문화에도 그런 게 필요하다. 그런데 간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내게 김 지사는 전임 이사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김문수의 남자로 평가받는다. 노무현과 문성근, 이명박과 유인촌, 뭐 이런 관계다."명계남, 문성근 형과 나를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특정정당을 지지했지만 난 김문수 지사 선거할 때 얼굴 한번 비춘 일이 없다. 그리고 나, 서울에 산다. 경기도 근처에도 살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형들은 적극적으로 띠 매고 선거운동 했다. 난 안 그랬다. 그런데 왜 자꾸 그 형들과 비교하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나는 김 지사를 전임 이사장으로 대우할 뿐 도지사로 대우하지 않는다."
-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하는데, 언론은 계속 정치할 거라고 쓴다. 왜 그런가."낚시용 아닐까? 조재현 문화의 전당 이사장 취임… 이러면 누가 보겠나. 아무도 관심 없다. 그런데, 조재현, 유인촌 뒤를 밟나? 이러면 엄청 볼 것이다. 나도 안다, 언론의 문법을."
- 연예인이 어떤 단체의 장을 맡으면 무조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나는 그 문제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다. 솔직히 언론이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가만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스포츠보다 정치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이걸 부추기는 건 언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박사는 없고 죄다 정치박사들이다. 그런데 나는 체질적으로 정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몸 담아온 공연예술 쪽에 관심이 많다. 이걸 하다 보니 문화행정까지 하게 된건대, 이걸 떠나 정치일선에 나선다는 것은 나와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일 정치를 한다면, 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 만일 김문수 지사가 2012년 대선에 당선돼 문화부 장관을 해달라고 요청한다면?"푸하하하하. 아니, 왜 그런 걸 물어보나. 오버다.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하나. 그 질문, 내게 맞지 않아 듣지 않은 것으로 하고 싶다."
- 방송인 김미화씨와 김제동씨가 더 이상 희생돼선 안 된다는 뜻을 밝히셨다."연예인 이전에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신 있는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개인의 의견을 밝혔을 뿐인데 정치권이 각각 자기네 편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김제동씨나 김미화씨는 한번도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냥 자기 생각을 말한다고 해서, 넌 내편, 너는 남의 편, 이렇게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솔직히 이들은 연예인이다. 방송은 생계가 걸린 일이다. 타격이 크다. 가장 속상한 것은 김미화씨와 김제동씨 사건이 터지니 연예계에 퍼지는 말이 있다. '너도 조심해'. 말하지 말라는 건가? 이건 아니지 않나. 정치인들이 소위 사회적 발언에 나선 연예인들을 감싸고도니까 좌파에겐 환영받고 우파에겐 욕먹는 식이 됐다. 그게 문제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연예인의 소신발언에 대해 제발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기자회견을 하는 공개석상에서 두 분께 제2회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사회를 맡기겠다고 공언했는데, 사전 양해는 구하고 발언하신 건가."그들이 직접 사회를 보고 안 보고의 문제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김미화씨는 문자를 보냈지만 연락이 없었고, 김제동씨는 방송 일정 때문에 도저히 시간이 안 된다고 연락이 왔다.
다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느덧 나도 연예계의 선배가 됐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신껏 발언하는 연예인이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치권이 그런 걸 이용해서 연예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생계가 끊길 정도까지 가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게다.
핵심을 말하자면 정치권이 연예인을 이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만일 DMZ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이 민노당이나 민주당 출신이라면 나는 김미화씨와 김제동씨에게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문수 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이기 때문에 그들을 섭외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국은 관심없는데 독일은 우리 통일과정에 꽤 관심 보여"- 제1회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땐 대성동 마을에 극장을 만들어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번에도 놀랄 만한 장소를 물색하셨다고 들었다."개막식 장소를 자유로 '통일의 관문'으로 잡았다. 독일통일을 상징하는 브란덴부르크 문처럼 우리도 민간인이 갈 수 있는 마지노선인 자유의 다리에서 개막식을 할 생각이다. 설치미술가 이은숙씨의 '독일통일 20주년 특별전' 전시도 열 예정이다. 이 분이 한국에 와 계니 섭외해보라고 연락을 준 건 독일문화원이었다.
참 역설적이다. 한국은 아무 관심이 없는데 독일은 우리의 통일과정에 대해 상당히 큰 관심을 갖고 있고 그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꾀고 있으니 말이다. 창피한 일이다. 그 분은 자신의 작품에 5천명의 이산가족 이름을 적어놓았다. 독일은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나라로서 우리에게 관심이 많다. 또 독일인이 찍은 통일관련 다큐 5편을 추천해줬고 감독까지 모셔오겠다고 했다. 자비로."
- DMZ영화제는 남북관계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국내 쌀이 남아돌아 창고비용이 걱정이라고 하면서도 북한에 쌀 한 톨 안 보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내에 쌀이 남아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명박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잘못 하고 있다는 식으로는 접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왜 안 줄까… 이유를 잘 모르겠네. (웃음) 남북관계 문제를 내가 잘 알면 말을 하겠는데 알다시피 난 문화예술인이다. 정치는 잘 모른다. 영화제 얘기만 하겠다.
김 지사가 경기도에도 영화제를 하겠다며 집행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난 고사했다. 온갖 영화제들이 있지만 독창적이지 않아서 싫다고 했다. 일시적인 이벤트가 되니 쉽게 무너지지 않나.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하라 그랬다.
그런데 이미 어느 도의원이 발의를 해서 예산이 잡혀 있다는 게다. 해야 하는 상황이니,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려면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김동호-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종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등등을 만나 상의했다. 그랬더니, 할 수만 있다면 좋은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DMZ와 다큐, 상징성이 뭐냐 물으셨다. 진정성과 소통, 평화, 생명… 정말 잘 어울렸다. 전세계에 수천개의 국제영화제가 있지만, 다큐영화제는 50~60개 수준이다. 아시아권에는 일본의 야마가타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있는데 이것도 정부지원이 약해지면서 격년제로 이뤄지고 있다. 홍콩, 대만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부산영화제도 초기엔 그저 그랬지만 금세 동경영화제를 따라붙었고 지금은 부산영화제가 훨씬 더 유명하다. 서로 돕겠다는 분들이 많았고 나도 공부를 많이 했다.
솔직히, 다큐멘터리 제작감독들… 좌파다. 색깔을 끼고 본다. 다큐의 진정성보다는 경기도를 돋보이게 하려는 이벤트 쇼 아니냐, 지적을 많이 받았다. 또 영화만 하는 게 아니라 엮여서 하는 행사가 많다. 자전거 타기, 걷기 등등 진정성이 결여돼 보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 영화제는 다큐마니아를 위한 그들만의 축제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경기도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만큼 일반시민들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대행사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말 제1회 영화제 때는 컨텐츠가 좋아서 감독들에겐 외면 받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많이들 오실 것으로 예상한다. 또 한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지원비를 보강해주기로 했다."
"퐁당퐁당 교차상영...정부도 답을 못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