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철민이 지난 9일 저녁 서울 영등포 롯데시네마 VIP라운지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소신발언을 하는 배우나 예술인들을 너무 한 색깔로 규정지어 폄훼하거나 편파적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성호
- <시라노 연애조작단> 영화의 문을 열고 닫았다. 제일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 같다. "그러게, 차~암.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 정도로, 김현석 감독이 나한테 배려했다. 아주 부담스러우면서도 영광스러운 일인데, 아무래도 내가 김 감독의 초등학교 선배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감독이 배우에게 애정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배치가 가능했던 게 아닌가 하는. 꼭 필요한 장면이고. 흐흐."
- 이번 작품 촬영 중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뭔가. "이번이 김 감독과 세 번째 작품이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 호흡도 잘 맞춰왔고, 또 술잔도 자주 맞췄고, 사생활도 쭈~욱 맞춰왔었기 때문에 아주 불편함 없이, 신나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었다. 원래 감독과 배우는 보이지 않는 긴장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런 것 없이 아주 편안하게 작업했다.
이번에 함께 작품에 참여한 주연들(엄태웅, 이민정, 박신혜, 최다니엘)이 각자 튀기보다는 서로 잘 위해주고 그랬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분위기가 아주 좋아 촬영 끝나면 꼭 술자리, 밥자리를 했다. 땀 한번 흘리고, 집중해서 촬영하고, 긴장 한번 팍 하고, 또 맥주 한잔, 그러고 보니, 촬영 중에 가장 즐거웠던 일이, 술자리였네! 하하하하"
- 애주가신 모양이다. 주로 막걸리?"아니 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막걸리일 거라고 생각하시나. 허, 참…. 술이야 뭐 시대에 따라, 또 인생의 시기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고등학교 때는 소주에 튀김, 빨리 취하니까. 값도 싸고. 또 대학 때는 아무래도 막걸리. 공복도 해소해 주고, 또 밥값도 없었으니까.
다시 연극시절에는 소주. 그런데 요즘엔 맥주가 가장 편안하고 부드럽고 그렇다. 내가 아주 맥주에 흠뻑 빠져 있는데, 열정적으로 땀을 쏟았거나, 또 무리했거나, 느슨했던 하루. 하루의 마무리를 할 때는 역시 씨~언한 생맥주가 답답함을 해소시켜주는 것 같다.
성취욕이나 즐거움은 배가시켜주고, 답답하고 지친 일상은 북돋아주는 것 같아서 늘 생맥주 한잔이 생각난다. 우리 집 근처에 선술집이 있는데, 퇴근길 꼭 멸치에 생맥주 2000cc 살짝 먹고 들어간다. 꼭 마신다. 하루의 마무리는, 맥주로! 한다."
- 어느 인터뷰를 보니 드라마 촬영 중 말에서 떨어져 술을 끊었다는 얘기가 있던데."아니, 어디서 그렇게 잘못된 보도를 접하고 오셨나. <불멸의 이순신> 할 때 워낙 격렬한 전투 신을 찍다가 쓰러진 적이 있긴 하다. 나는 대사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날더러 왜 대사를 하지 않느냐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암튼 목소리가 안 나오는 지경까지 이른 적이 있다.
그때는 정말 부안지역 포구에서 살아있는 최고의 안주거리로 촬영기간 내내 술을 먹다보니 나타난 현상 같다. 그 때문에 두어 시간 촬영이 중단된 일이 있다. 그때 아! 나도 죽을 수 있구나,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다. 이제 막 사랑받고, 인기받기 시작했는데, 이런 식으로 건강관리 하다가는 카메라 앞에 오래 서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바로 담배 끊고, 술도 안 받아서 확 줄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끊임없는 노력으로, 시나브로 좋아져서 요즘엔 예전에 먹던 주량의 1/4 정도는 되찾은 것 같다. 그렇게 먹게 되니까, 훨씬 아껴먹고, 감사하며 먹는다. 역시 사람은 당해봐야 일상의 넘치는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맙다! 생맥주야! 크크크크"
- 혹시 종교 때문에 범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주님'을 영접하는 건지. "종교? 나한텐 술이 종교지. 크크크크. 이 음식이 얼마나 많은 전쟁과 갈등을 막아왔나.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우울과 좌절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도록 도와줬나. 술이 역사에 끼친 지대한 공적은 이 세상 그 어떤 신이 하셨던 것 이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솔직히 신들 다 합친 것 이상으로 우리 '주(酒)님'이 하신 바 크다고 본다. 물론 해도 많이 끼치셨지만. 하하. 술, 젊었을 때는 참 겁 없이 즐겼지만 지금은 몸이 안 되니까 늘 일상적으로만 만난다.
난 이분을 정말 믿는다! 이 세상, 그 어떤 알약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우울증을 극복하게 해주셨고, 외치고 싶도록 기쁜 일이 있을 때도 다 주님이 곁에 계셨다. 정말 미워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도, 증오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때도, 다 그 사람 입장에서 반대로 생각하게 도와준 것도 바로 술이다. 그러나, 과유불급! 적당히 마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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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 떠는 게 배우의 역할은 아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