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2022'가 새겨진 이 모자를 즐겨 쓴다는 가수 김흥국씨.
남소연
"<오마이뉴스>에서 가수 김흥국을? 호랑나비 김흥국? 정말?"
댓글에 안티폭풍이 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는커녕 기사점수 마이너스 30만을 기록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게다. 그렇지만 <오마이뉴스>에서 왜 가수 김흥국은 안 돼? 반문이 튀어나왔다. 진보쪽 절친만 모셔야 하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자답이 돌아왔다.
지난 10일 오전 가수 김흥국(51)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정치 얘기 할 거죠?""음··· 뭐··· 같이 곁들여서 하게 되면 좋죠."운전 중이니 다시 전화를 하겠노라고 했다. 거절의 뜻인가 살짝 고민이 됐다. 그런데, 문자가 날아들었다.
"다음주 화수중 오전에 보지요. 으아."1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 야외마당 파라솔에서 그와 마주했다. 외모는 TV에서 보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의 막내딸 걱정대로 배가 나온 것을 제외하곤 얼마 전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봤던 모습과 비슷했다. 202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 홍보대사답게 홍보용 모자를 썼고, 삭털식 이후 자라난 콧수염은 과거처럼 그의 인중을 감싸 쥐었다.
쉰하나의 예능인 김흥국. 그는 김구라처럼 독설을 뿜었다. 젊은 사람 못지 않았다. 신정환, MC몽 얘긴 묻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묻는 족족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 했다. 우회하고 유리한대로만 얘기할 법도 한데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방송에서 '김흥국표 웃음'이 사랑받는 건 그 솔직함에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예능프로 촬영이 길어져 지루해하다가도 "형님 그렇게 하시면 출연료 안 나갑니다!" 하는 김구라의 한 마디에 자리를 고쳐 앉는 50대 아저씨의 리얼개그. 이걸 보면서 나도 그와 같다고 공감하는 사람들의 웃음포인트를 아는 예능인인 것이다.
다음은 김흥국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나야말로 진정한 라디오스타...그런데 가을에 잘릴지 몰라~"- MBC 라디오 <두시만세>를 진행 중이신데, '꽃사슴의 시대'가 가고 '털과 제리'의 시대가 왔습니다. 그런데, 청취율은 잘 나오고 있나요?"10년 만에 MBC 라디오에 다시 왔어요. 내가 MJ(정몽준 FIFA 부회장) 의리 때문에 떠났었는데···. 다시 왔죠. 잘렸거나 떠났거나 어쨌거나 나갔다 다시 온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하더만요. 나 같은 사람이 진정한 '라디오 스타'라고 볼 수 있죠. 으아.
그나저나 SBS <컬투쇼>가 너무 세. 청취율이 너무 높게 나오더만. 그래도 뭐 계속 들이대야지. 하하. 어쨌든 지금은 딱따구리 김경식이랑 같이 해요. 이 눔이 주로 틴틴파이브로 묻어서 활동하던 눔인데 이번에 나랑 같이 허게 됐어요. 나는 콧털, 김경식은 제리. 그래서 우리가 콧털과 제리야. 벌써 4개월이 넘었는데, 음···. 가을에 잘릴지도 몰라."
- 왜 잘릴 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세요?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SBS <두시탈출 컬투쇼>가 청취율 1위라 비교를 많이 당하시나요? "스트레스 많이 받지. 솔직히 나, 무서운 PD 만났어요. 매일 쫄아. 아니, 이래 가지고 어떻게 잡으려고 그러세요? 그러면 확 쫀다고. 아니 그런데 나도 한계가 있지 이제 겨우 넉 달 지났는데, 막 바로 어떻게 잡느냐고. 라디오는 2~3년 꾸준히 가줘야 열매를 맺는데 기다리려고 하질 않아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양이 안 차나봐~"
- 듣다보면 라디오 사연이 죄다 서민들의 훈훈한 얘기더군요. 이 고쳐줘 고맙다, 쌍둥이 아빠 사랑해, 돈 좀 받게 사장님께 퍼붓고 싶어요 등. 라디오로 겪는 서민의 삶, 어때요? "좀 팍팍한 것 같더만요. 사실 돈 있는 사람은 라디오 잘 안 들어요. 역시 라디오는 구수하고 서민적이고 진솔한 얘기가 흘러야죠. 그래야 사랑받고. 하나 더,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MC라야 된다는 거. 으아."
- 월드컵 16강 진출 후 MBC '보이는 라디오'로 삭털식 약속을 지키셨잖아요. 그날은 청취율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안 그랬나요?"아우 엄청 났지. 기자들 많이 오고, 관심 엄청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PD들은 너무 빨리 성과를 보려고 해요. 도대체 날 왜 쓴 거야? 사람을 썼으면 잘 만들 생각을 해야지. 그리고 나만 문제야? 작가는? PD는 문제없어? 뭔가 삼박자가 맞아야 되는 거지.
<오마이뉴스>니까 얘기 좀 할까 음... 나 정말 MBC 라디오에 다시 오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이상한 소문이 돌더라고. MJ '빽'으로 들어왔다고. 그러나 MBC 라디오는 내 친정집이에요. 호랑나비, 여기서 떴어요. 강석 형을 잊을 수 없는데, 그분이 날 이렇게 키워줬거든요.
나 정말 큰맘 먹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4년 뒤 월드컵 응원하러 갈 거지? 2년 뒤엔 출마할 거지? 누구 선거 도우러 갈 거지? 젊은 PD들 사이에 그런 게 막 도나봐. 그건 그때 가서 할 얘기지 왜 지금부터 그런 얘길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럴 거면 나, 여기서 도로 노사연-지상열에게 이 자리 주고 싶어 진짜. 그 사람들도 열심히 했는데 얼마나 황당하겠어? 그러고 보니 김경식한테 미안하네. 하하. 김경식은 지금 목숨 걸고 이거 하고 있거든. 걔나 나나 지금 일이 이거밖에 없어. 흐흐."
"가수들 똘똘 뭉쳐 세계적인 월드컵송 왜 못 만들어?" - TV에 자주 나오시잖아요. 얼마 전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도 출연하셨고."물론 나는 출연 요청이 많은 10대 가수 출신이잖아요. 으아. 그런데 난 고정은 안 해요. 프리랜서가 좋아. 독립군 가수라 매니저도 없고. 고정 출연하면 국민가수, 10대 가수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디든 나가 항상 즐거움과 웃음을 주면서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사람들은 내가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다 생각하고 말하는 거야. 으아."
- 2022년 월드컵 유치 위원회 홍보대사를 맡으셨습니다."아 이거 야단났어요. 두 달 밖에 안 남았는데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요. 사람들은 2022년이면 많이 남았네? 하겠지만 오는 12월 2일 2018년과 2022년 개최국이 결정됩니다. 딱 두 달 남은 거예요.
2018년엔 아무래도 유럽이, 2022년은 미국과 호주, 한국 3파전 분위기인데, 아~ 우리가 상당히 잘해야 돼요. 지금 FIFA 부회장 혼자 들이대는 중인데, 우리가 함께 모두 들이대야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뭐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틈나는 대로 들이댈 수밖에 없는 처지라... 여하튼, 그래서 내가 오늘 모자도 이걸로(2022라 쓰인 흰색 야구 모자를 가리키며) 준비했다고. 이 모자, 국내에서 나 하나 쓰고 다닌다고 보면 돼. 빨아야 하는데, 기러기라 세탁도 쉽지 않네."
- 남아공 월드컵 때 30년 넘게 애지중지 기른 수염을 잘랐는데 한국 와보니 별별 희한한 공약이 다 있었다고 성토하셨더군요. 비키니 공약이 맘에 안 드셨어요? "아니 뭐, 다른 사람 공약은 내가 말할 바 아닌데, 하나 말하고 싶은 건 나도 월드컵 송을 냈어요. '앗싸 월드컵'이라고. 내 돈 들여 내가 낸 건대, PD들이 안 트네? 하하.
여하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가수든 그 어떤 연예인이든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한다면 가만 있다가 월드컵 시즌 돌아오면 공약 걸고 노래 내고 그러지 말고 평상시에 축구장 한 번 가서 응원이라도 하라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우리도 외국처럼 가수들이 똘똘 뭉쳐 'WE ARE THE WORLD'같은 노래 하나 만들자 이겁니다. 세계적인 월드컵 송 왜 못 만들어? 이중삼중 돈 없애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하든, 축구협회 차원에서 하든, 아니 내가 싫으면 나 빼도 좋아! 그런데, 축구하면 생각나는 인물 1위가 김흥국이라는 것만 알아줘, 2위가 히딩크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