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문학 베스트셀러에는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등이 있었다. 이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코드는 위로였다. 사진은 '엄마를 부탁해' 표지
창작과비평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20대 여성은 가장 많은 문학 소비를 하며 문학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2008년도 문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보면 20~30대 여성의 베스트셀러와 거의 같은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도 문학 베스트셀러에는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등이 있었다. 이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코드는 위로였다. 이것으로 독자들의 심리상태를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는데, 특히 문학 시장의 최대 소비자가 20~30대 여성인 것을 간주해 보면 그들의 감수성도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위에서 나타난 '위로' 키워드는 어머니를 향하는데, 어머니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상징한다. 4대강으로 보자면 개발을 위해 땅을 파헤치기보다는 생태계를 유지·보호하는 것이 어머니 이미지에 가깝다. 이것은 또한 보듬어 안는 포용이며 평화이기도 하다. 이런 심리상태에 4대강 사업이나 천안함 사태는 거부감을 일으킬 만하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무고한 청춘들이 희생되며 더군다나 전쟁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20대 여성과 맞지 않았을 것이다.
현 정부는 독단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정부이기에 20대 여성들에게는 더 위협적으로 와 닿았을 것이다. 또 다시 무고한 희생을 치러야할지 모르는 시점에서 제지를 할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투표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흥미로운 사건을 들어 좀 더 책 이야기를 해 보자. 바로 출간된 지 한 달 반 만에 11만 부가 팔려나간 인문 서적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일부에서는 소설과 실용서가 주도해 온 출판계에서 젊은 층이 정치철학 책을 이렇게 읽는 현상을 인문학적 사건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문학은 남성들이 더 관심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20대 여성들의 인문학 독서량은 남성보다 훨씬 앞선다. 최근 아이웰콘텐츠가 전국 20대 남녀 2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독서행태 설문에 따르면, 여성들은 경제경영·자기계발(38%), 문학(30%), 인문사회(17%)의 순으로 책을 많이 봤다. 경제경영·자기계발(41%), 문학(37%) 등 특정 장르에 편중된 20대 남성에 비해 폭넓게 읽고 있다. 20대 여성 직장인의 평균 독서량도 평균 25권으로 20대 남성 직장인의 독서량 8권을 크게 웃돌았다(한국일보. 2009년 4월 17일자).
이 책은 처음에 30대 남성 독자가 주 독자층이었지만 지금은 20대가 전체 독자의 33%로 비중이 가장 높고 여성 독자의 비중도 40%로 늘어났다. 교보문고의 독자 분석(6월9일~7월8일)을 보면 20대를 합쳐 2,30대 젊은 독자는 60%를 넘어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여성과 젊은이에게 많이 팔릴 수 있었던 것은 책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얘기로 쉽게 풀었다고는 해도 이만큼의 판매고를 이룬 것은 의미심장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아침형 인간'만 되면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연재한'사다리가 사라진다' 시리즈에 따르면 2년 이상 빈곤에 시달리는 가정이 20.3%로 늘었다. 대학 졸업생 50만명 중 30.3%가 3년 동안 안정된 일자리를 못 구했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사회다. '소유'를 향한 희망이 사라지다 보니 '소유'에 대한 반감이 더 높아졌고, '자유 경쟁'보다는 '공동체 정의'를 요구하는 젊은 민심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지 않았을까."([동서남북]'정의란 무엇인가'에 담긴 民心, 조선일보, 2010년 7월 13일자)현재 20대 청년실업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이나 고용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더 불이익을 받고 있는 20대 여성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소유계층으로 가는 길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20대 여성들이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위로의 문학을 찾은 것은 그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유 경쟁으로 누군가는 얻고 누군가를 잃어야만 하는 구도 속에서 20대 여성들이 6.2 지방선거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모두가 '살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한 바람이 아니었을까.
그동안 20대 여성들은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매도되어 왔다. 기득권층 역시 그렇게 바라봤다. 혹시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에서 케이블 텔레비전 인기프로인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해 제작한 <선거탐구생활> 선거홍보 UCC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여자가 아는 것은 쥐뿔도 없어요.", "여자처럼 무식이 통통 튀는 이들을 위한 막간 상식"이라는 해설을 달며 한나라당을 홍보한 UCC말이다. 당시 UCC를 본 윤수정(26·서울·학원강사)씨는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여성을 그려 화조차 안 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