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람 마음 있어요"

방글라데시에서 온지 4년 된 리빠의 시흥살이 엿보기

등록 2010.10.06 10:18수정 2010.10.0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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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방글라데시에서온 리빠 ..

방글라데시에서온 리빠 .. ⓒ 정현순


"이따 봐요!"


리빠와의 전화통화는 꼭 그렇게 끝났다. 지난 1일 금요일 경기도시흥시 정왕동에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리빠를 만났다. 그를 만나기 위해 여러 번의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는 전화가 끝날 때마다 "이따 봐요"라는 말로 끝을 맺곤 했다. 아주 또렷하게.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의 민족성은 대단히 보수성향이 강한 편이다. 그런 관계로 외국인들의 한국살이는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글로벌시대 아니던가. 방글라데시에서 한국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온지 4년이 된 리빠의 시흥살이를 살짝 엿보았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리빠는 지금도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끼고 있을까? 가을이 완연한 날 그를 만났다. 활짝 웃는, 나름대로 소통이 원활할 만큼 한국말을 잘하는 그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그는 참 밝아보였다.

"남편이 제가 만들어준 한국음식이 제일 맛있대요"

-한국음식 할 줄하는 거 있어요? 있다면 어떤음식을 잘해요?
"시흥시에 있는 외국인복지센터에서 한국말, 한국음식을 배웠어요. 한국음식 중에서는 된장찌개를 잘 끓이고요. 배추김치만 빼고 다른 김치는 잘해요. 그런데 김치는 양념이 너무 복잡해요. 그래도 신랑이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해요."


-요즘 리빠는 주로 뭐하고 지내요.
"저 많이 많이 바빠요. 컴퓨터부품을 방글라데시에 수출하는 사업도 하고요. 아는 언니가 도와달라고 하면 가서 도와주고 오늘도 여기에 도와주러 온 거예요. 시흥시인터넷방송국에서 리포토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사업을 한다고 했는데 방글라데시에서는 무슨 일을 했어요?
"방글라데시에서는 회계학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여기 와서 방글라데시에 컴퓨터부품을 수출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돈 많이 벌어서 어디에 쓰고 싶은데요.
"돈을 많이 벌어서 딸아이(6살)교육도 잘 시키고 싶고, 여행도 하고 싶고, 불우한 이웃도 돕고 싶어요."

-그럼 한국에서 살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나 힘들었던 점은 없었어요?
"우리들도(외국인) 많이 노력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외국인복지센터에 자주 가서 많이 배우고 도움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그렇게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어요. 재미있어요.

그는 시흥시인터넷방송의 리포터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삼미시장, 소래산, 딸아이 5살 생일잔치,세계인의 축제 등 네군데에서 리포터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소래산 취재가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다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방글라데시에도 산이 있긴 하지만 8시간~10시간 가야 해서 말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가본 곳이 바로 소래산이고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한다. 리포터를 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는다.

이슬람교 때문에 남편과의 결혼을 반대한 부모님

-남편은 어떻게 만났어요.
"남편이 방글라데시에 있는 한국회사에 다녔어요. 남편회사 사장님하고 우리 사촌오빠하고 사업을 했는데 어느 날 하루 놀러갔다가 남편을 만났어요. 방글라데시 여자들은 외국남자와 결혼 잘 안해요. 종교 때문이지요. 그런데 남편하고 저는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하게 되었어요. 부모님이 처음에는 이슬람교가 아니라서 반대를 많이 했는데 남편이 리빠를 많이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다고 하니깐 부모님이 허락했어요. 지금은 우리사위가 최고라면서 좋아해요. 방글라데시에서 결혼하고 3년 살면서 아기 낳고, 아기가 10개월 만에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지금은 시어머니만 계시는데 저와 손녀를 정말 많이 예뻐하세요. 그리고 남편도 가끔 기도(이슬람교)를 같이 해요."

시흥시가 정말 좋아요. 시흥시는 제2의 고향

"남편의 회사가 화성으로 이사를 갔지만 시흥시에 정이 많이 들어 계속 이곳에서 살 생각이에요. 시흥시가 제일 좋아요. 아이가 많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2년 후에 아기를 한 명 더 낳을 계획도 있고, 취재원생활도 열심히 하고, 한국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고 많이 알아 갈 생각이에요" 라며 그녀는 당찬 포부를 말하기도 했다. 그 중에 남편과 행복하고 한국친구들도 많이 알면서 시흥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그에게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냐고 물었다. 그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아직은 외국인들을 보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도 똑같은 사람들이에요. '방글라데시 사람 검어' 그러지 말고 평범하게 대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사람 마음 있어요"라고 말한다. 내가 "지금은 예전보다 더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니 그는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정말이요?"하고 묻는다. 정말이라고 다시 한 번 정확하게 말해주었다.

방글라데시를 한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밝고 명랑한 그를 만나보니 방글라데시가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와 헤어지면서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던 1988년 서울 올림픽경기 공식주제곡이 생각났다.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 리빠가 꿈꾸고 있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다문화가정과 우리 모두 마음을 열어 함께 크는 정겨운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나도 그와 헤어지면서 "다음에 또 봐요"하니 그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외국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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