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장면. 모두가 경청하고 있다.
김현
용정에서 명동촌까진 버스로 20여분 거리다. 불빛 가득한 도심을 지나 명동촌으로 향하는 길에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시골 냄새다. 풀 향기와 흙 냄새 그리고 거름 냄새가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또 하나 진한 어둠이 들어왔다.
어둠을 밝히는 것은 버스의 불빛뿐이다. 어둠 속에서 성근 별처럼 실루엣 같은 건물들이 보이긴 했지만 불빛은 없었다. 그저 까만 어둠만이 먼 곳에서 온 손님을 묵묵히 맞아주었다.
어둠은 사람에게 두 가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두려움과 평화로움이다. 혼자 있을 때나 마음이 불안할 때 어둠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정다운 여인이나 함께 하고픈 벗과 있을 땐 어둠은 평화로움과 추억을 가져준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맞이하고 있는 어둠은 그 어느 것도 아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명동촌'이라 쓰인 표석이 입구에 장승처럼 서있다. 핸드폰 라이트를 켜야 겨우 볼 수 있었다.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걸어가자 건물 하나가 나온다. 교회 건물이다. 지붕 위로 뾰족한 십자가가 어둠 때문에 보일락 말락한다. 허름한 교회의 십자가를 바라보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십자가를 생각하며 시인은 시 '십자가'를 쓴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