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한국인 부당해고 해명 요구에 "언급할 수 없다"

군산 미공군기지(미공군 제8전투비행단, 이하 미 공군기지) 측이 소속 한국인 직원을 불법 사찰하고 부당 해고했다는 논란에 대해 8일 만에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언급할 수 없다', '논의할 수 없다'는 답변 회피로 일관했다.

미 공군기지는 23일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 모두 8문항 중 6문항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 또는 '언급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고, 나머지 문항에 대해서도 '우리는 적합한 절차를 따랐다'며 구체적 언급을 꺼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 미 공군기지 측에 서면질의를 보내 지난 9월 해고된 정아무개 전기기사에 대한 해고 이유를 질의했다. 그들이 꼽은 보안성 위반내용을 비롯, 소속 담임목사를 위험인으로 간주한 이유, 정보수집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줄 것을 요청한 것. 미 공군기지 측이 대면 인터뷰를 거절함에 따라 서면질의문을 전달한 것이다.

8문항 중 6문항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

▲군산평통사 등 군산지역시민단체들이 군산미공군기지 정문 앞에서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규상

미 공군기지측은 우선 정씨에 대한 '심각한 보안성 위반' 내용을 묻는 질의에 대해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미 공군 규정상 세부사항을 논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미 공군기지 측은 반전평화운동을 해온 '군산평화를 여는 사람들'을 반주한미군단체로 규정하고 소속 전 대표를 위험인으로 간주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소송중임을 이유로 "정보제공이나 세부사항 논의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미 공군기지 측은 정씨를 해고한 것이 한·미 행정협정(SOFA) 위반이며 해고과정에서 정 씨에게 관련 서류철과 자료복사 및 열람을 거부한 것은 관련 규정을 위반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따랐고 두 곳의 감독기관이 해고 사항을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 공군기지측은 지난 9월 정씨에게 보낸 '해고예정통지서'를 통해 "본 예정조치와 관련된 서류철과 인사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정씨는 자신에 대한 조사내용 등 관련 서류철에 대한 복사 또는 열람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미 공군기지 측은 또 정씨가 속한 교회의 신도명단 및 관련단체에 대한 정보수집 방법을 묻는 질의에도 "조사과정의 세부사항은 논의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국민에 대한 또다른 무시...반드시 해명 들을 것"

▲군산평통사 회원들이 군산 미공군기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군산평통사

이에 대해 김판태 '군산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국장은 "불법사찰을 통해 직원을 부당하게 해고시켰다는 정황과 의혹이 매우 큰 데도 이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는 것은 한국민에 대한 또 다른 무시에 다름 아니다"며 "주한 미 대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해명을 듣겠다"고 말했다. 현재 군산평통사 측은 군산 미공군기지 정문 앞에서 정씨에 대한 불법사찰과 부당해고 의혹을 제기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주한 미 대사 면담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한편 군산 미공군기지 측은 소속 기지에서 17년 동안 전기기사로 일해온 한국인 정씨를 군기밀유출혐의로 해고했다. 미 공군기지측은 해고사유로 정씨가 15년 동안 다니는 교회담임 목사가 '군산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전 대표를 역임한 전력을 이유로 정씨 역시 반주한미군단체와 관련돼 있다고 단정했다. 또 소속 담임목사가 신앙생활을 격려하기 위해 정씨의 사무실을 2번 방문한 일에 대해 '반주한미군단체의 부대출입을 용이하게 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아래는 군산 미공군기지 측이 보내온 <오마이뉴스>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전문이다.

- 17년 동안 군산 미공군기지(미 7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일해온 정OO 전기기사를 해고했습니다. 해고예고통지서에는 정씨가 '심각한 보안성 위반을 범했다'고 돼 있습니다. 정씨가 위반한 보안 내용은 무엇입니까?
"현재 직원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미 공군 규정상 세부사항을 논의할 수 없습니다."

- 미 공군기지 측은 '군산기지의 안전성에 위험인라고 간주되는 인사와 부적절한 접촉을 유지해 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군기지측은 '구체적으로 반주한미군단체에 소속된 승인되지 않은 인사에게 군산기지접근을 제공했다'고 밝혀 그 위험인이 군산평통사 전 대표인 돌베개 교회 유승기 전 대표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군산평통사는 평화통일을 목표로 반전평화적인 운동을 해오는 시민단체인데도 반주한미군단체로 규정하고, 소속 전 대표를 위험인으로 간주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직원의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정보제공이나 세부사항 논의를 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귀 미 공군기지 측이 임의로 반주한단체나 위험인으로 규정하고 이들과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할 수 있는지요? 군산 미 공군의 정씨에 대한 해고조치는 근거 없는 부당해고를 금지한 한국 노동법을 위반한 것(SOFA,제17조 3항)이며 '합중국군대가 설정한 고용조건 및 노동관계는 대한민국의 노동 법령의 제 규정에 따라야 한다'(제17조 3항)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관련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요?
"우리는 민간 단체들의 주장이나 추측에 대해 언급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해당직원이 해고조치되었을때 미 공군 제 8 전투 비행단은 적절한 절차를 따랐음을 밝혀드립니다. 두 곳의 감독기관이 그의 해고 사항을 검토했으며, 그는 그 결정에 항소할 권리가 있습니다."

- 내부 직원 인솔자에 의해 기지출입이 허용됨에도 유독 유승기 목사의 종교활동과 관련된 기지방문을 뒤늦게 불법으로 규정, 문제삼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직원의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정보제공이나 세부사항 논의를 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해고된 정씨는 군산평통사의 회원도 아니며 이 단체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소속 담임목사가 군산평통사 전 대표이고 신도 중 일부가 군산평통사 회원이라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지요?
"직원의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정보제공이나 세부사항 논의를 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귀 미공군기지특별수사대는 정씨에 대해 2008년 9월 11일부터 조사를 벌이면서 정씨가 속한 교회 신도명단과 비공개인터넷 카페, 군산평통사의 회원명부 등을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을 갖게하고 있습니다. 정씨와 주변사람들 그리고 교회 및 관련단체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는지요?
"조사과정의 세부사항은 논의될 수 없습니다."

- 귀 미공군기지측은 정씨에 대한 해고와 관련된 서류철과 인사규정 등에 대한 자료복사 및 열람을 거부해 정씨로부터 부당하고 공평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관련 규정에도 불구하고 서류철과 인사규정 등 관련 증거를 검토할 기회를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적합한 절차를 따랐으며, 주한미군에 의해 채용된 한국인 직원들은 주한미군 규정(690-1)에 의거 특정권리가 주어집니다. 해고 조치는 최종적으로 내려지기전 두 곳의 감독기관에 의해 검토를 받습니다. 해당 직원은 특정 징계가 내려지기 전에 증거자료를 제출할 수 있고, 자신을 대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주한 미군 기지에서 해고조치가 내려진다면, 해당 직원은 주한미국 소청위원회에 항소할 수 있습니다. 두 명의 미국인과 한 명의 한국인 직원으로 이루어진 세 명의 패널들에 의해 심리가 이루어집니다."

- 지역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책위를 구성, 평화적인 시민단체인 위험단체로 규정하고 이에 근거해 해고 조치한데 대한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 및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요?
"현재 직원의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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