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과 수 만권의 책을 포개 놓은 듯한 퇴적암으로 된 절벽 모습을 한 채석강은 변산반도 볼거리중 하나다. 짠물 냄새를 맡으며 썰물 때 드러나는 퇴적암층을 걷는 기분도 상쾌하다. 사이사이 고인 바닷물에 자신의 얼굴과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 흙 두께가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 퇴적암층 땅위에 선 소나무는, 고고함과 자존심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
곰소란 심마니들이 쓰는 은어로, 소금이라는 뜻이란다. 청정해수 천일염으로 숙성시킨 자연의 맛이라 자랑하는 젓갈로 유명한 곰소마을에서 먹는 점심은 푸짐했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차려진 젓갈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땅기게 한다. 탕이 보글거리는 소리, 잡담소리, 음식 먹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온갖 소리들로 식당 안은 시장 통이 따로 없다. 한바탕 소란에 배는 채워지고, 이쑤시개 집어 들며, 느긋해 하는 사람들.
갯가에 산다는 징표일까, 촌놈이라 그럴까. 젓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예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어, 젓갈 파는 집에 들렀다. 다른 단체도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환한 조명 아래 진열된 젓갈. 보는 것만으로도 먹고 싶다. 굴 향이 그대로 배어있는 어리굴젓, 쫄깃쫄깃한 낙지젓, 달콤한 창란젓과 명란젓, 짭짤한 바지락젓과 밴댕이젓, 씹는 맛으로 먹는 아가미젓, 배추 속잎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갈치속젓, 이 모두가 입맛을 자극한다.
이 밖에도 토하젓, 골뚜기젓, 꽃게장젓, 순태젓, 전어밤젓, 청어알젓, 그리고 가리비젓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짭짤함으로 혀를 자극하여 맛을 느끼게 하는 젓갈이지만, 각기 다른 맛을 내는 곰소만의 젓갈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은 한창 김장철. 진분홍색을 띠는 몇 종류의 새우젓에 눈길이 간다. 추젓(9월 전후로 잡은 새우로 담간 젓)은 주로 김장에 많이 쓴다. 한달 정도 지나면 김장 속에 삭아 유산 화 되어 버리기 때문. 오젓(오월 경에 잡는 새우)은 그냥 먹기에 편하다. 살이 통통 오른 육젓(유월경에 잡는 새우)은 무침으로 제격이다. 김장할 때 사용하는 젓은 지역마다 다른 모양. 새우젓을 넣는 지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은 크기가 다른 용기에 종류별로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여러 종류 젓갈을 사고 싶었지만, 어리굴젓과 아가미젓만 낙점이다. 몇 종류 더 사고 싶었고,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푸짐하다. 주문하면 택배로도 보내준다 하니 다음에는 다른 젓갈로 맛을 봐야겠다. 곰소만 칠산젓갈 백영식 대표는 무침젓갈을 먹는 주의사항을 단단히 알려준다. 무침젓갈은 냉동실에 보관하여 먹어야 한다고. 양념으로 만든 무침젓갈은 실온(3~5도)에서 보관할 경우 유산균이 많아져 쉽게 시어 버리기 때문에 냉동보관 해야 한다는 것. 냉동보관을 한다 해도 소금기가 있어 아주 세게 얼지 않기에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곰소만의 가을 풍경과 젓갈 맛을 담은 버스는 달린다. 두 서넛 마주 앉아 조용히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 큰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귤도 과자도 음료수도 나누어준다. 피곤한 탓일까, 한 사람은 고개가 앞으로, 뒤로, 운동 중이다. 몰래 사진을 찍어 나중에 같이 보면서, 한 바탕 웃었다. 버스 안 각가지 모습을 몰래 감상(?)하는 기분이 묘하다. 넓은 들녘과 멀리 보이는 산을 뒤로한 채 버스는 전날 아침 모였던 장소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버스를 이용하여 단체여행을 떠나 본 적도, 족히, 십년도 넘은 것만 같다. 차 안에서 술 마시고, 노래하고, 막춤 추며, 놀았던 추억은 아득하기만 하다. 1박 2일 워크숍을 겸한 버스를 이용한 단체여행. 차 안에서 술 한 잔 마시지 못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는 버스여행. 그래도 의미 깊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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