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준공후 58년만에 철거 운명을 맞게 된 일본 아레세댐. 철거에 앞서 지난 4월부터 수문을 완전개방했다.
심규상
댐 수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수문을 따라 하얀 포말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쏟아져 내렸다. 지난 4월, 댐 철거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수문을 상시 개방한 것이다.
구마강을 가로막고 있는 아라세댐은 50여 년의 풍랑을 겪어 왔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건재했다. 약 100여㎞를 흘러온 강물은 8개의 수문으로 흩어져 '우르릉∼' 굉음을 토해냈다. 댐 본체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지만 옆 사람과 얘기를 주고받을 수 없었다.
일본 큐슈에 위치한 구마모토 현 야츠시로시 사카모토촌에 위치하고 있는 아라세댐은 구마강수계종합개발사업의 하나로 1954년 3월 준공(공사비 당시기준 약 26억 엔)됐다.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폭 210m, 높이 25m, 총저수량 1013만 7000톤, 수력 발전용량은 1만8200㎾다.
댐이라고 이름 붙어졌지만 한국의 4대강 살기기 사업과 비교하면 댐보다는 '보'에 가깝다. 일례로 낙동강 사업구간에서 벌이고 있는 함안보의 경우 높이 13.2m, 총저수량은 아라세댐보다 10배 많은 1억 2710만 톤에 이른다.
아라세댐은 내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철거를 시작해 2018년 자취를 감추게 된다. 예상 철거비용만도 92억 엔에 이른다. 일본 지방정부는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멀쩡한 댐을 왜 다시 큰 돈을 들여 철거하기로 한 것일까?
"마을 지키는 댐 아닌 고통 주는 괴물덩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