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미사지향내년 예산안이 12월 8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통과된 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국회 앞 거리미사는 지향이 세 가지로 확대되었다. 그 세 가지 기도지향이 제대보에도 새겨졌다.
정현진
4대강 댐 헐어내서 모든 강에 생명을! 남북화해 되살려서 온 누리에 평화를! 민주정부 수립해서 만민에게 인권을!'나는 19일의 미사에 참례하면서 제대 앞에 드리워진 세 가지 미사지향을 보며 눈물이 솟구칠 것 같은 감회를 맛보았다. 이미 13일의 미사에서 전종훈 신부님의 발표를 통해 접한 바 있지만, 간단명료한 말로 정리되어 제대 앞에 드리워진 지향들을 보자니 너무도 절절히 사무쳐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기도 했다.
신부님들은 매번 30명 이상이 나오시는 것 같다. 11월 29일 미사 때는 100명이 넘는 사제들을 보며 한없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신부님들을 보면 너무 큰 고생들을 하시는 것 같아 안쓰럽고 애처롭기도 하다. 그런 마음 때문에 더더욱 고맙고 감사하다.
지난 13일의 미사 때는 영성체 후 '공지사항' 발표 시간에 사회를 보시는 사제단 총무 김인국(청주교구 금천성당 주임) 신부님이 돌연 나를 불러내서 간단히 인사말을 하게 했다. 아마 수도권도 아닌 지방에서 매번 미사에 참례하는 내가 고맙고 미더우셨던 모양이다. 나는 당황한 가운데서도 명확하게 우선 신부님들께 감사를 표했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은 정말로 내게는 고마운 분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분들을 신뢰하고 존경하고 감사한다. 그분들에게서 위안을 얻고 뜨겁게 희망을 안았던 지난 세월을 지금도 반추한다. 오늘 그분들에게 갖는 애정은 더욱 절절하다. 매주 월요일 서울에 올라가 생명평화미사, 또 시국미사에 참여하며 얻는 위안으로 내가 오늘을 견디며 살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정구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 계시지 않는다면, 또 생명평화미사와 시국미사 등이 없다면 내가 어디에서 위안을 얻고 제대로 숨을 쉬며 살 수 있을 것인가!
오늘도 굴착기의 삽날에 마구 까뭉개지는 4대강을 생각하면 너무도 원통하여 눈물이 난다. 4대강이 이명박의 사유재산이라도 되는가? 왜 저토록 멋대로 난도질을 하고, 강의 특성과 형체를 회복 불가능까지로 망가뜨리고 없애는 일에 광분하는가?
내 비록 강가에서 살지는 않더라도, 연일 강의 신음과 비명을 들으며 산다. 나는 무관심하고 무감각한 상태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이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며 살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문수 스님처럼 소신(燒身) 공양을 할 수도 없다. 강의 처절한 비명을 지속적으로 들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무력감과 절망감이 철저히 슬프다. 그 절절한 슬픔 때문에 매주 월요일마다 서울을 간다. 그 슬픔을 안고 미사를 지내며 한 가닥 위안을 얻고,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숨을 쉬며 사는 사람이기에 하느님 앞에서 다시 한 번 포기할 수 없는 지향을 뜨겁게 되새긴다,
지난 20일 저녁 미사 때는, 미사 시작 직전 노인 한 사람의 '침입'이 있었다. 갑자기 노인 한 사람이 제대 앞으로 불쑥 나오더니 "한마디 물읍시다!"하며 김인국 신부님이 들고 있는 마이크를 빼앗으려고 들었다. 다른 신부님과 신자들의 제지로 그 노인은 물러나고 곧 사라졌지만, 그 노인에게서는 술 냄새가 풍겼다.
'어버이연합' 회원일지도 모를 그 노인은 맨 정신으로는 올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술기운으로 그렇게 천주교의 미사까지 방해하려 했던 것 같다. 그 노인이 천주교 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천주교 신자이기에 '국회 앞 거리미사'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다.
짧은 한 순간이었지만 그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이 세상에는 그 노인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도 많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무겁고 슬픈 마음이었다. 단순하고 무지한 사람들,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는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뜨거운 마음으로 기도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