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름 뺀 우리집 닭튀김 맛보세요

[현장에 산다⑥] '정성을 담아 닭 튀기는' 홍성일씨

등록 2010.12.27 10:46수정 2021.07.2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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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메이커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유명한 브랜드를 달지 않으면 장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 왔다. 특히 제과-치킨-피자 같은 먹을거리시장 같은 경우는 그러한 추세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 각각의 브랜드끼리도 유명 아이돌스타나 인기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워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을 정도다.


브랜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다. 각종 다양한 상표와 색깔을 건 먹거리 제품들이 워낙 많은지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브랜드가 더 맛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 생산자 측에서는 당연히 자신들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려야되는 입장이다.

추세가 이렇다보니 이른바 소규모 브랜드 혹은 동네 치킨-피자-빵집들은 명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넓은 유통망과 방대한 광고력을 앞세운 대형업체들에 치여 설자리가 좁아진 상황이다.

이는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김제지역 역시 다를바 없다. 7~8년 전만 해도 업주 각각의 개성이 담긴 소규모 업소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그 자리를 유명브랜드의 체인점이 접수한지 오래다. 물론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있는 먹을거리집이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일뿐이다.

 15년째 닭을 튀기고있는 홍성일(60, 왼쪽)씨와 아내 정삼분(54)씨
15년째 닭을 튀기고있는 홍성일(60, 왼쪽)씨와 아내 정삼분(54)씨 김종수
"세상에서 우리 밖에 낼 수 없는 그런 맛을 가진 닭튀김을 튀기고 싶습니다, 여기에 오지 않으면 절대 맛볼 수 없는 그런 맛 말입니다. 허허허…"

김제지역에서 15년째 닭을 튀기고 있는 홍성일(60·'ㅁ'치킨)씨는 유명 브랜드 틈바구니 속에서 당당하게 맛으로 살아남은 많지 않은 업주중 하나다.


물론 홍성일씨가 운영하는 곳도 나름대로의 메이커는 갖고 있지만 최근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유명 메이저 브랜드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유명 메이커들은 대부분의 조리과정이 일괄적으로 처리된다. 처음 오픈을 하는 시점부터 수많은 메뉴생산까지 본사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있는 것. 업주의 솜씨가 전혀 발휘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겠으나 아무래도 '본사 고유의 맛'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홍성일씨는 과거의 동네치킨집이 그랬듯 '자신만의 맛'을 강하게 고집한다. 본사에서 닭을 공급받은 것은 여느 유명 브랜드와 다를바 없지만 본인이 직접 스스로의 스타일로 닭을 튀기고 소스를 개발하는 등 여타와 업소와는 차별화된 길을 가고있는 것이다.

"허헛… 닭 튀기는게 거기서 거기지 무슨 특별한게 있겠습니까. 다만 오랜 시간 동안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다보니, 우리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런 치킨을 손님들에게 주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홍성일씨 특유의 맛에 중독된(?) 상당수 손님들은 타지역으로 이사를 간 후에도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와 치킨을 사가기도 한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 있는지라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다시 찾고 있다.

"확실히 이곳 치킨이 가장 맛있나봐요?" 장난스런 필자의 질문에 홍성일씨가 손사래를 친다.

"아휴… 그런 소리 마십시오. 닭이란 다 조리 과정에 따라 각각의 맛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다 어떻게하면 손님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연구해서 나오는 것들인데 어디는 특별히 맛있고 어디는 맛이 떨어지고 그런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가 각각의 입맛이 따로 있는 것인데, 다만 저희 집을 자주 찾아오시는 손님들 같은 경우는 이곳의 맛이 더 입에 맞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홍성일씨는 젊은 시절에는 닭 냄새보다는 책 냄새를 많이 맡아본 남자다. 약 20여년간 프리랜서형식으로 책 영업을 했던 것. 전집류 등 다양한 책들을 대리점 운영하며 팔아왔다. 그러던중 책 사업이 좋지않게 되면서 고육지책으로 손댔던 것이 바로 치킨집이다.

"어찌 보면 처음에는 너무 치킨을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돈벌 생각만으로 덤비다보니 애착이 크게 없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홍성일씨는 뭔가를 크게 깨닫게된다. 치킨배달과 어울리지 않게(?) 양복에 금반지까지 끼고 말쑥한 모습으로 배달을 다니던 중 손님들의 이상한 눈초리를 느끼기 시작한 것. 더불어 "복장이 왜 그러느냐?"는 핀잔 섞인 말까지 듣고 나서는 갑자기 서러움이 몰려와 계단 밑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나이만 먹었지. 내가 어렸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목숨을 걸어야하거늘 책에만 파묻혀 살다보니 지금 내가하는 일이 치킨이라는 생각을 제대로 갖지 못했죠."

그날 이후 홍성일씨는 완전히 변했다. 오랜 세월 몸에 익은 양복을 벗어 던지고 배달하기 쉬운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좀더 맛있는 치킨을 튀기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머릿속에 가득했던 책을 버리고 그 빈자리에 치킨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인생의 1막을 책과 함께 했다면 2막은 치킨과 함께 가게된 것이다. 여기에는 항상 그를 믿고 따라준 아내이자 동료인 정삼분(54)씨의 역할도 컸다.

"저는 많은 메뉴를 다루지 않습니다. 후라이드-양념-순살-강정 딱 기본적인 메뉴만 만들기에도 벅차다는 것을 느끼고 있거든요. 이 치킨이라는 것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막상 하다보니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렵더라고요. 현재하고 있는 메뉴만이라도 정말 잘하고싶은 마음뿐입니다."

동네 아저씨 같은 털털한 마음으로 맛좋은 치킨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있는 홍성일씨. 그는 오늘도 자신의 집을 찾은 손님들을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닭을 튀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디지털김제시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디지털김제시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동네치킨집 #통닭 #잊혀져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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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농구카툰 'JB 농구툰, '농구상회'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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