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일제 강제동원, 그 알려지지 않은 역사>
돌베개
눈 덮인 호수 가자와 호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은 그곳에서 드라마 아이리스의 낭만을 추억하며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한다. 불과 70여 년 전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 징용자들의 피눈물과 한이 서려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 그곳이었다는 사실을. 100년 세월도 흐르지 않은 지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징용 조선인의 한숨과 비명은 말끔히 사라져가고 있다.
달아 높이나 올라 이역의 산하 제국을 비추올 때식민 징용의 청춘 굶주려 노동에 뼈 녹아 잠 못 들고아리 아리랑, 고향의 부모 나 돌아오기만 기다려달아, 높이나 올라 오늘 죽어 나간 영혼들을 세라책을 읽으며 정태춘이 <징용자 아리랑>이란 곡을 만들어 불렀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더구나 이 노래를 일본인 포크록 가수 즈카다가 부르고 자신의 앨범 <푸르른 바다> 10번 트랙에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하면서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근현대사 수업하면서 징용자들의 고통을 말로만 이야기했던 내 모습을 돌아보면서.
한일 강제 병합 100주년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뜻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일 강제 병합 100주년을 뜻 깊게 보내고자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여전히 안개와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일제의 강제 동원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12년의 치열한 투쟁 끝에 일본 전범 기업 니시마츠 건설로부터 직접적인 사죄를 받아내고 단계적 보상금을 받은 360여 명의 중국인 피해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시 중공업 작업장에 끌려갔던 한국의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는 자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99엔이 돌아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